우리 가족은 특별해
고은이는 사춘기가 없었다.
한 번도 문을 쾅 닫지 않았고,
서하에게 이유 없는 눈총을 준 적도 없었다.
“정말 애가 하나도 안 튄다. 비결이 뭐야?”
지인이 물었다.
서하는 웃었다.
사람들은 늘 말한다.
“딸은 아빠랑 가까워야 돼.
아빠가 잘해줬나 보다.”
서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 말은 사실이니까.
하지만 절반은 맞고,절반은 틀리다.
고은이가 아빠와 가까운 것은 맞지만,
그저 좋은 아빠이기 때문에 가까운 것은 아니다.
고은이에겐 아빠가 곧.
엄마였다.
누군가는 물러섰고
누군가는 앞으로 나섰다.
그렇게 우리는 한 팀이었다.
밤이 내리는 주방에서
서하와 고은이가 마주 앉았다.
서하는 조용히 물었다.
“우리 집이 조금… 남들과 다르단 건 알았지?”
고은이는 밥그릇을 밀어 두고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근데 난 그게 좋았어.”
서하는 놀라 다시 물었다.
"이상하지.. 않았.. 어?"
“응. 친구들 중에 아빠가 간식 싸 오는 애는 나밖에 없었고,
학교 행사 때 엄마가 오면 다들 부러워했어.
나만 혼자 가진 것 같았어. 엄마도 멋있고, 아빠도 재밌고.”
서하는 말을 잇지 못했다.
세상이 이상하다고 했던 그 모든 상황이
아이에게는 ‘특별함’이었다는 것.
“난, 늘 좋았어.
그래서 난 우리 가족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았어.”
그 말은,
그동안의 모든 선택을
조용히 껴안아주는 가장 깊은 위로였다.
고은이는 이제
훌쩍 커버렸고,
세상의 기준보다
자신의 감각을 먼저 믿는 아이가 되었다.
어릴 적,
그 아이의 어깨에 가볍게 얹었던 우리 부부의 결정이
이제는 그 아이의 자부심이 되어
되돌아오고 있었다.
고은이의 말은
오래전 내려진 선택에 대한
가장 명확한 대답이었다.
아이 하나가
다른 방향에서 쏟아진 빛을
특별함이라고 믿어주는 것.
그 하나로
모든 외로움이 다 사라지는 건 아니었지만,
서하는 그날 밤
고은이의 등을 보며
혼잣말처럼 생각했다.
그래.
우리는 다르지 않았다.
우리는, 그냥 조금
먼저 걸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