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 남편은 학생이 되었다.

또다시 다른 길을 걷는다

by 루미아


고은이가 중학교에 입학하던 해.
강재는 말했다.
“나, 공부를 다시 해보고 싶어.”


그 문장은 조용했지만,
오래 준비된 문장처럼 들렸다.

“사회복지사 1급이 되고 싶어.
그러려면… 대학부터 다시 가야 해.”

처음엔 웃었다.
갑자기 대학이라니.
고은이 교복 줄도 안 맞췄는데.

하지만 웃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서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이상하지 않았다.

그 해, 강재는 아침마다 공부를 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책을 펼쳤다.
다시 펜을 쥐고, 다시 눈을 모았다.
서른아홉의 남자는
조용히 책상 앞에 앉았다.


주변 사람들은 말했다.
“어쩜 너희는 평범하게 사는 법을 모르냐.”
말끝엔 웃음이 묻었다.
진심이 섞인 축하였다.

친정엄마는 혀를 찼다.
“이젠 공부까지 시키냐.”
그러면서 사골국을 더 끓였다.


1년 뒤,
강재는 대학에 붙었다.
사회복지학과.
마흔 살 새내기.
수험표를 내려놓고 조용히 웃었다.
말없이 눈을 감고, 한참 앉아 있었다.

강재는 늘 그런 사람이었다.
느리지만, 정확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
멈추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서하는 가끔 생각했다.
그를 처음 봤을 때.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있는 그대로를 말하던 사람.

‘아, 스스로를 아끼는 사람이구나.’


그리고
그는 그 사랑으로 지금까지
가족을 아껴주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느리지만,
자기 속도로.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


강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