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건,자유로워지는거야
강재와 서하의 착한 딸
고은이는 어느새 대학생이 되었다.
지하철을 두 번 갈아타고 학교에 갔다.
학교는 컸고, 사람은 많았다.
어느 날, 현관문을 세게 닫고 들어왔다.
“남자애들 너무 유치해.”
가방을 내려놓고 말했다.
“남자답지도 않아. 책임감도 없고.”
서하는 불을 끄고 찻잔을 내려놓았다.
“남자답다는 건 뭔데?”
고은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멈춘 뒤,
“그냥… 좀 더 어른 같고, 말 통하고, 그런 거.”
서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여자답다는 건 그 반대?”
고은이 컵을 들고 웃었다.
“글쎄, 날 보면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드레싱을 뿌리며 서하가 말했다.
“엄마도 그런 말 들으며 살았었어.
엄마가 일하고, 아빠가 널 돌볼 때.
사람들이 자주 묻더라
‘아빠가 아이를 본다고요?’”
고은이는 고개를 돌렸다.
서하는 이어 말했다
.
“그때 엄마아빠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야.”
고은이는 아무 말이 없었다.
식탁 위로 커피향이 올라왔다.
고은이가 중얼거렸다.
“그런 기준이 왜 아직도 남아 있는 걸까.”
서하가 말했다.
“그게 쉬우니까.
사람을 틀에 넣으면 덜 불안하니까.”
고은이 샐러드를 먹으며 말했다.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말했어.
남자답다, 여자답다.
그게 편하더라.”
서하는 커피를 따르며 말했다.
“중요한 건, 그 말들을 쓰지 않는 게 아니라
그 말들에서 자유로워지는 거야.”
서하와 고은이 나란히 식탁에 앉아 말했다.
“예전엔 엄마처럼 살고 싶었는데,
요즘은… 엄마처럼 생각하고 싶어.”
서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은 칭찬보다 깊었고,
위로보다 조용했다.
창밖엔 바람이 불었다.
누군가는 아직 틀 안에서 살고 있었고,
누군가는 그 틀에서 한 걸음 나왔다.
서하는 딸을 보며 생각했다.
지금, 내 아이가 나란 다리를 건너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