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와 실행 사이의 잊혀진 거리
프로젝트가 끝났습니다. 새로운 인사평가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엑셀 시트도 완성했고, 매뉴얼도 작성했고, 교육도 했습니다. 대표님은 만족합니다. "이제 우리도 제대로 된 평가 시스템이 생겼어."
3개월이 지났습니다. 팀장들에게 물어봅니다. "평가 시스템 잘 쓰고 계시죠?" 어색한 침묵이 흐릅니다. "아... 그게... 바빠서 아직..."
시스템은 완성됐지만 아무도 쓰지 않습니다. 건축은 끝났지만 아무도 살지 않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실행'이라고 부르는 것의 실체입니다.
피터 블록은 우리가 흔히 쓰는 실행이라는 단어를 두 가지로 쪼갭니다. 설치와 실행입니다. 이 구분을 이해하는 것이 조직 변화를 성공시키는 핵심입니다.
설치는 건축입니다. 새로운 시스템, 구조, 정책을 만드는 것입니다. "인사평가 엑셀 시트 완성했습니다." "새로운 조직도 그렸습니다." "영업 매뉴얼 책자 만들었습니다." 이것은 컨설턴트가 가장 잘하는 일입니다. 문서를 만들고, 시스템을 설계하고, 발표 자료를 완성하는 것입니다.
실행은 거주입니다. 사람들이 그 시스템을 실제로 사용하여 행동이 변하는 것입니다. 팀장들이 평가 시트를 들고 팀원과 면담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영업 사원이 매뉴얼대로 고객에게 인사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컨설턴트가 가장 못하는 일입니다.
피터 블록은 말합니다. "설치가 끝난 시점이 진짜 컨설팅의 시작이다." 왜냐하면 바로 그 순간부터 직원들은 "이 귀찮은 걸 왜 해?"라며 옛날 방식으로 돌아가려는 관성과 싸우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착각합니다. "새로운 시스템이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이니까, 당연히 사람들이 쓰겠지?"
천만에요. 사람들은 합리적인 것을 선택하지 않습니다. 익숙한 것을 선택합니다.
새로운 소프트웨어가 아무리 좋아도, 사람들은 손에 익은 엑셀을 씁니다. 새로운 회의 방식이 아무리 민주적이어도, 리더는 하던 대로 지시하고 싶어 합니다. 새로운 평가 시스템이 아무리 공정해도, 팀장은 작년처럼 주먹구구로 점수를 매깁니다.
왜일까요. 새로운 것은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배워야 하고, 익숙해져야 하고, 실수도 해야 합니다. 옛날 방식은 편합니다. 생각 안 해도 되고, 손이 알아서 움직입니다.
따라서 실행 단계의 컨설팅은 기술적 지원이 아니라, 불편함을 견디게 하는 심리적 지원이어야 합니다.
실행 단계에서는 컨설턴트의 역할이 완전히 바뀌어야 합니다.
- 진단/설계 단계: 우리는 의사이자 설계자였습니다. 답을 주는 사람이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됩니다." "이 시스템을 도입하세요." 클라이언트는 우리의 제안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 실행 단계: 우리는 코치이자 파트너가 되어야 합니다. 함께 버티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막상 써보니 많이 불편하시죠? 예상했던 일입니다. 어떤 부분이 가장 걸림돌이 되는지 같이 수정해 봅시다."
하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매뉴얼 3페이지를 안 읽으셨네요. 다시 읽으세요." 비난입니다. 책임을 클라이언트에게 돌립니다. "제가 다 만들어드렸는데 왜 안 쓰세요?"
고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막상 써보니 어떠세요? 생각보다 복잡하죠? 저도 처음에 만들 때는 이게 좋을 줄 알았는데, 막상 현장에서 써보니 불편한 부분이 보이네요. 어느 부분을 수정하면 좋을까요?" 공감하고 함께 수정합니다.
실행 단계에서는 완벽함을 포기하고 수정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합니다.
시스템을 도입한 지 3개월이 지났습니다. 이때가 진짜 승부처입니다. 대부분의 조직은 이 시점에 옛날 방식으로 돌아갑니다. "아, 그거 너무 복잡해서 안 쓰게 되더라." "처음엔 했는데, 바빠지니까 또 옛날 방식으로 하게 되더라."
이것이 정상입니다. 예상된 일입니다. 변화는 한 번에 일어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거부합니다. 익숙한 것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재교육이 아닙니다. 공감과 수정입니다.
"써보니 어떠세요? 불편한 점이 뭔가요? 어디가 가장 걸림돌인가요?" 물어보십시오. 그리고 함께 수정하십시오. 매뉴얼을 고치십시오. 시스템을 단순화하십시오. 불필요한 항목을 삭제하십시오.
처음 만든 시스템이 완벽할 수 없습니다. 현장에서 써봐야 문제가 보입니다. 3개월 후에 나타나는 불만은 실패가 아닙니다. 개선의 기회입니다.
결국 실행은 무엇입니까. 건축한 집에 실제로 사람들이 살게 만드는 것입니다. 설치한 시스템을 사람들이 실제로 쓰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닙니다. 심리의 문제입니다. 사람들은 합리적인 것이 아니라 익숙한 것을 선택합니다. 새로운 것은 불편합니다. 불편함을 견뎌야 합니다.
그 불편함을 견디게 하는 것이 진짜 컨설팅입니다. 진짜 리더십입니다. "저도 처음엔 불편했어요. 그런데 한 달 정도 지나니까 익숙해지더라고요. 조금만 더 해보세요." 이렇게 말해주는 것입니다.
설계자가 아니라 파트너가 되십시오. 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버티는 사람이 되십시오. 완벽함을 포기하고 수정 가능성을 열어두십시오.
설치가 끝난 시점이 진짜 시작입니다. 3개월 후가 진짜 승부처입니다. 그때 함께 있어주십시오. 그것이 진짜 실행입니다.
저는 가인지 컨설팅 그룹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실행 컨설팅"을 합니다. 이것은 조직 내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드는 컨설팅입니다. 시스템을 설치하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그 시스템이 조직에 뿌리내릴 때까지 함께 있는 것입니다. 함께 버티는 것입니다. 그것이 진짜 컨설팅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