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이 뭔지 먼저 정의해 봅시다

기준이 없는 조직은 열정이 많을수록 더 빠르게 흔들립니다

by 경영 컨설턴트 Tim

오늘 대표님의 전략 코칭 현장을 동행하면서 한 문장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전략적 적자는 있을 수 있지만, 기준 없는 적자는 안 된다."


처음에는 재무 이야기처럼 들렸습니다. 그런데 곱씹을수록 이것이 재무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조직 운영 전체를 관통하는 원칙이었습니다. 잃어도 되는 싸움과 잃으면 안 되는 싸움을 구분하는 것. 그 구분의 근거가 감이 아니라 기준이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기준이 없는 조직은 아무리 열정이 넘쳐도 반드시 흔들린다는 것.


오늘 저는 컨설팅 현장에서 그것을 눈앞에서 목격했습니다.


질문에 답하지 않고, 질문이 놓인 판을 바꿨습니다

오늘 코칭 자리에는 여러 주제가 올라왔습니다. 기존 제품을 확장해야 할까요, 안정화에 집중해야 할까요. 새로운 라인을 추가할 때 포지셔닝은 어떻게 잡아야 할까요.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굴리는 구조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요. AI를 조직에서 어떻게 활용할까요.


겉으로 보면 각각 다른 주제였습니다. 제품 전략, 브랜드 포지셔닝, 조직 운영, 기술 도입. 그런데 그 자리의 컨설턴트는 각각의 질문에 하나씩 답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모든 질문이 향하고 있는 하나의 지점을 짚었습니다.


"이 회사가 지금 여러 제품과 프로젝트를 동시에 굴리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는데, 그에 맞는 운영 기준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표면의 질문들은 달랐지만, 그 뒤에 있는 진짜 문제는 하나였습니다. 기준의 부재. 저는 그 재정의가 이루어지는 순간을 보면서 컨설팅의 본질을 다시 느꼈습니다. 좋은 컨설팅은 질문에 답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이 놓여 있는 판 자체를 바꾸는 일이라는 것을요.


모호함은 자연스럽게 해결되지 않습니다

성장하는 조직에는 모호한 것들이 빠르게 쌓입니다. 신제품을 계속 밀어야 할지 멈춰야 할지, 이 팀장에게 얼마나 권한을 줄지, 이 프로젝트가 성공인지 실패인지. 처음에는 '나중에 정리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모호함은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더 깊어집니다.


모호함이 쌓인 조직은 암묵적 기대로 굴러가기 시작합니다. 대표는 팀원이 당연히 알 거라고 생각하고, 팀원은 눈치껏 판단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충돌합니다. 대표는 왜 이렇게 했냐고 묻고, 팀원은 그렇게 하는 줄 알았다고 답합니다. 둘 다 틀리지 않았습니다. 기준이 없었던 것입니다.


조직이 커질수록, 프로젝트가 많아질수록 이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10명일 때는 대화로 해결되던 것이 30명이 되면 해결이 안 됩니다. 대표의 머릿속에만 있는 기준은 조직이 성장할수록 조직을 더 좁게 만듭니다.


컨설팅 현장에서 제가 가장 먼저 던지게 된 질문이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성공은 정확히 무엇입니까?" 단순해 보이는 이 질문이 의외로 많은 조직에서 선명하게 답해지지 않습니다. 모두가 성공을 원하는데, 성공이 무엇인지는 각자 다르게 그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 질문 하나를 먼저 던지는 것만으로도 회의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아이디어를 나열하던 자리가 기준을 세우는 자리로 바뀝니다.


기준이 없으면 자율성은 방임이 됩니다

자율성을 주고 싶은 리더들이 있습니다. 팀원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조직을 만들고 싶어합니다. 좋은 방향입니다. 그런데 기준 없이 자율성을 먼저 주면 방임이 됩니다. 팀원은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지 몰라 결국 대표의 눈치를 봅니다. 자율성을 주려 했는데 오히려 의존이 깊어지는 역설입니다.


반대도 있습니다. 기준 없이 통제만 하면 간섭이 됩니다. 팀원은 왜 이 결정이 틀렸는지, 무엇을 기준으로 수정해야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지시만 반복됩니다. 팀원은 점점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멈춥니다.


오늘 코칭 자리에서 셀 조직 이야기가 나왔을 때, 컨설턴트는 권한을 얼마나 줄지를 먼저 논의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렇게 물었습니다. "이 셀이 끝까지 책임져야 할 결과는 무엇입니까. 그 결과를 위해 어디까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까. 그 판단이 맞았는지를 무엇으로 평가합니까." 그리고 덧붙였습니다. "강한 중앙 기준과 원칙이 있어야 셀이 건강하게 움직입니다. 기준 없이 자율만 주면 셀이 아니라 섬이 됩니다."


자율성과 통제는 반대말이 아닙니다. 기준 위에서 함께 설계되어야 할 두 가지입니다. 무엇을 책임지는가. 무엇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가. 무엇으로 평가받는가. 대표가 끝까지 쥐어야 할 원칙은 무엇인가. 이 네 가지가 먼저 세워졌을 때 비로소 자율성이 작동합니다.


작은 회사는 조직도가 아니라 암묵적 기대로 굴러가다가 충돌합니다. 그 충돌의 원인을 파고들면 대부분 이 네 가지 중 하나가 빠져 있습니다.


가격도 숫자가 아니라 기준의 문제입니다

오늘 현장에서 또 하나의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가격을 조금 올릴까요?"라는 질문이 나왔을 때, 그 질문에 바로 답하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열었습니다.


"이건 가격 조정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더 본질적으로는 이 제품을 시장에서 어떤 위치에 둘지의 문제 같습니다. 10% 조정 논리입니까, 아예 다른 포지션으로 재정의하는 논리입니까."


가격은 원가에 마진을 붙인 숫자가 아닙니다. 이 제품이 시장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할 것인지에 대한 선언입니다. 그 선언이 먼저 정의되지 않으면 가격 논의는 계속 표면만 맴돌게 됩니다. 올릴까 말까, 얼마나 올릴까, 경쟁사보다 낮게 할까. 기준 없이 숫자만 조정하는 것입니다.


그 자리에서 한 가지 더 나왔습니다. 맛으로 차별화하기 어렵다면 포장 용기, 사용 맥락, 보이는 방식 같은 다른 차별화 요소를 봐야 한다는 것. 그리고 가격이 달라지면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 그 변화가 성분입니까, 경험입니까, 디자인입니까, 상징입니까. 이것이 먼저 정의되어야 숫자가 따라옵니다.


가격을 숫자 협의가 아니라 브랜드 전략 대화로 끌어올리는 것. 이것도 기준을 먼저 세우는 일의 연장선이었습니다.


현장 실무자의 언어와 전략가의 언어가 함께 있어야 합니다

오늘 코칭 자리에서 인상 깊었던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현장 실무를 가장 잘 아는 분이 이런 질문들을 던졌습니다. 왜 물 말고 이걸 먹어야 하는가. 왜 직장인이 이 제품을 선택해야 하는가. 이론상 가능한 것과 시장에서 실제로 먹히는 것은 다르다.


이것은 매우 본질적인 질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컨설턴트는 그 막힘을 더 큰 언어로 확장했습니다. 기능을 말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그것이 어떤 시장 언어와 포지셔닝 구조 안에 들어가야 하는지를 묻게 만들었습니다.


좋은 전략 코칭은 대표에게 방향만 제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실무자가 막혀 있는 이유를 함께 해석하고, 그것을 시장에 통하는 언어로 바꾸어주는 작업입니다. 현장의 막힘을 말해주는 언어와, 그 막힘을 더 큰 포지셔닝 언어로 재구성하는 언어가 함께 있어야 전략이 실행됩니다. 대표에게만 맞는 전략은 실행되지 않습니다.


AI도 기준의 문제입니다

마지막으로 AI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같은 원리가 적용됐습니다. AI를 어떻게 활용할까라는 질문에 대해, 도구를 소개하거나 사용법을 알려주는 방향으로 가지 않았습니다.


"AI를 개인 계정 수준으로 쓰면 조직의 자산이 되지 않습니다. 회사의 맥락이 축적되고 재사용되는 구조여야 진짜 경쟁력입니다."


개인 생산성 도구로 끝나면 그 직원이 떠나는 순간 역량도 함께 사라집니다. 기준 없는 AI 도입은 생산성의 착각을 만들 뿐입니다. AI 도입도 결국 같은 질문으로 수렴됩니다. 이것이 개인의 일인가, 조직의 자산인가. 그 기준이 먼저 세워져야 도구 선택이 따라옵니다.


기준을 세우는 사람이 조직을 안정시킵니다

오늘 저는 코칭 자리에서 반복적으로 하나의 패턴을 목격했습니다. 표면의 질문은 제품, 가격, 조직, 기술로 달랐지만, 그것들이 계속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되었습니다. 이 회사를 어떤 기준으로 운영할 것인가.


그리고 그 기준을 세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깨달았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은 많습니다. 기준이 없어서 흔들리는 조직에 기준을 세워주는 사람은 드뭅니다.


오늘 제가 가지고 돌아온 습관이 있습니다. 모호한 것을 그냥 두지 않는 것. 어떤 논의가 시작되든 먼저 이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성공은 정확히 무엇입니까."

"잘한 상태와 아닌 상태의 기준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습니까."

"계속할지 멈출지를 무엇으로 판단합니까."


컨설팅은 사람들의 열정을 통제하는 일이 아닙니다. 조직이 흔들리지 않도록 기준을 세우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기준은 두려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더 잘 움직이게 하려는 사랑에서 나와야 합니다.


오늘 그것을 눈앞에서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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