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check-up vs. health assessment
대한민국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정기적으로 맡게 되는 과제가 있다. 바로, 건강검진이다.
몇 년 전, 나름 의미 있게 셀프 생일 선물이라며 대학병원에서 고가의 건강검진을 받았던 적이 있다. 막상 받고 나니, 나라에서 제공하는 정기검진과 비교해도 퀄리티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이렇게 주기적으로 나를 점검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실속 있는 복지가 또 있을까.
20~30대 땐 키와 몸무게 정도에만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나이의 앞자리가 한 번 더 바뀐 뒤로는 사소한 증상에도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럴수록 건강검진 시즌이 돌아올 때마다 ‘이번에도 별일 없기를’ 바라며 병원 문을 들어선다.
한여름, 휴양지 대신 병원의 에어컨 바람 아래에서 건강을 챙기려는 사람들과 함께 대기실 소파에 앉았다. 이곳에서의 첫 순서는 문진표 작성. 운동과 음주, 흡연 습관, 가족력 등을 묻는 여러 질문에 하나하나 체크하며 문득 내가 얼마나 ‘운동 부족’을 합리화하며 살아왔는지를 다시 자각하게 된다.
‘중강도 운동을 주 3회 정도 한다’는 항목에 소심하게 동그라미를 치고, 옆에 나열된 고강도 운동 항목을 잠시 읽는다. 언제부턴가 ‘미래의 나’에게 떠넘겨온 것들이다. 하지만 이제는 더 미룰 수 없을 것 같다는, 작지만 분명한 위기감이 스친다.
몇 가지 기본 검사를 거쳐 마지막으로 위내시경을 마치고, 담당 의사의 간단한 소견을 들었다. 자세한 결과 수치는 며칠 후에나 알 수 있겠지만, 단 하루라도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이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느껴졌다.
병원을 나서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경험을 영어로 말하려면 어떤 표현이 좋을까?’
영어에서 흔히 말하는 ‘health check-up’은 말 그대로 ‘건강을 확인하는 기본적인 신체검사’를 뜻한다. 혈압, 시력, 청력, 혈액 검사, 심전도, 흉부 X-ray 등 잠재적 질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일종의 기초 점검이다.
하지만 오늘처럼 나의 생활습관, 정신 건강, 가족력까지 함께 점검하는 날이라면 조금 더 넓은 의미의 표현이 필요하다. 바로 ‘health assessment’. 이 표현은 단순한 검진을 넘어 식습관, 운동, 음주, 흡연, 스트레스, 우울감, 수면의 질까지 전반적인 삶의 방식을 돌아보는 평가를 포함한다. 말 그대로 나를 입체적으로 ‘진단’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오늘 같은 날에는 이렇게 말하는 편이 더 어울린다.
“I had a health assessment today.”
그 말 안에는, 단순한 숫자나 수치 너머의 내 삶 전체를 점검하고자 했던 작은 의지와 마음이 담겨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