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mpathy vs. empathy
나는 TV를 즐겨보는 편이 아니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소위 대중적으로 유행하는 한국 드라마나 영화, 예능 프로그램에 큰 관심이 없다. 온갖 클리셰가 넘쳐나는 드라마, 사기나 폭력 등 자극적인 소재로 흥행을 노리는 영화, 그리고 타인을 관찰하거나 뒷담화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을 보면, 그 시간은 내게 낭비라고 여겨진다.
대신, 미국 드라마와 영화, 예능은 특별한 계획 없이 소파에 몸을 묻는 주말 오후의 좋은 친구다. 영어 리스닝과 스피킹 연습을 목적으로 20대 초반부터 보기 시작했지만, 이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즐거움이 되었다. 특히 Friends, Sex and the City, How I Met Your Mother 같은 작품들은 여러 차례 돌려볼 만큼 애정이 깊다. (여담이지만, How I Met Your Mother 시즌 7, 에피소드 20에서 주인공들이 3년마다 Star Wars 삼부작을 함께 보는 장면을 볼 때마다, 나 역시 좋아했던 에피소드들을 가끔 다시 보는 나만의 루틴을 떠올리며 미소 짓곤 한다.)
요즘은 예전만큼 미드를 자주 보지는 않지만, 얼마 전 끝까지 시청한 한 작품이 있다. 바로 2016년부터 2022년까지 방영된 This Is Us다. 삼둥이 남매 케빈, 케이트, 그리고 입양된 랜달, 그리고 이들의 부모인 잭과 레베카의 이야기를 수십 년에 걸쳐 그려낸 이 드라마는 가족이란 무엇인지 끊임없이 되묻는다. 처음 봤을 때도 따뜻한 느낌의 드라마라는 인상을 받았는데, 최근 다시 보기 시작해 이번에야 비로소 완주할 수 있었다.
세 자녀를 낳아 키우는 일, 더구나 인종이 다른 아이를 입양해 진심으로 사랑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잭과 레베카는 언제나 따뜻함과 엄격함 사이의 균형을 잃지 않았다. 불의의 사고로 남편 잭을 잃고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고통 속에서도, 남은 가족들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삶을 이어간다. 세 자녀가 성인이 된 후,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잃어가는 레베카를 지켜보는 그들의 모습은 때로 조용히 눈물겹고, 때로는 따뜻한 웃음을 자아낸다.
나의 눈물샘을 가장 자극한 장면은 시즌 6, 에피소드 16의 후반부였다.
레베카는 오랜 시간 가족과 함께했던 숲 속 오두막에서 세 자녀를 따로 불러 말한다.
“이제 앞으로 나는 점점 더 많은 걸 잊게 될 거야. 언젠가 너희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한 가지는 절대 잊지 않을 거야 — 내가 너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앞으로 살아가면서 어려운 결정들이 많겠지만,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 있게 선택하길 바란다. 실수해도 괜찮아.”
그리고 케빈과 랜달을 바라보며 덧붙인다.
“너희 둘이 늘 나를 보호하려 했다는 걸 알아. 하지만 이제 케이트가 나를 대신할 거야. 케이트는 나를 가장 잘 이해하는 아이야.”
마지막으로 미소를 머금고 케이트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한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일은 너희 셋의 엄마로 사는 거였어. 그러니 남은 삶을 두려움 없이 살아. Fearless — 그게 내가 너희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야.”
이 말들은 어쩌면 유언과도 같았다. 레베카의 마지막 당부를 경청하는 삼남매의 눈빛 속에는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그녀의 삶 전체를 온전히 이해하고자 하는 깊은 사랑이 담겨 있었다. 바로 그 지점이 sympathy(동정)와 empathy(공감)의 차이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레베카를 단지 ‘불쌍하게 여기는(sympathize)’ 대신, 그녀의 입장에서 느끼고, 그녀가 두려움 없이 걸어온 지난 길을 함께 ‘공감(empathize)’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여러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할 때마다 그들은 레베카의 말을 기억할 것이다.
이 드라마는 우리에게 말한다. 진정한 공감은 눈물로 끝나는 감정이 아니라, 누군가의 용기와 선택을 함께 지지하는 행위라고.
나 또한 부모님께서 걸아가셨던 발자취를 뒤따르며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이럴 땐 아버지가 이런 마음이셨겠구나.’
‘저럴 땐 어머니가 얼마나 힘드셨을까.’
어릴 땐 알지 못했던 그들의 삶의 무게가 이제는 마음으로 와닿는다. 그것이 바로 공감(empathy)이지 않을까.
다가오는 연말, 따뜻한 감동과 가족에 대한 이해를 다시 느껴보고 싶다면, This Is Us — 꼭 한 번 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