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감독관에게 요구되는 두 가지 태도

careful vs. cautious

by 루인

2026년 대수능이 실시되는 주간이다. 평소 담담하게 공부하던 학생들조차 “선생님, 지금까지 아무렇지 않았는데 이제 좀 떨려요.”라고 털어놓거나, 수년간 책을 멀리했다가 뒤늦게라도 해보겠다며 사회 선택과목 기출문제를 조심스레 출력해 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을 보면, 각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수능이 주는 무게를 온전히 느끼고 있음을 실감한다.


오래전 나 역시 수험생이었을 때, 세상의 모든 난관을 한꺼번에 떠안은 것만 같은 부담감을 느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돌이켜보면, 대입은 인생이라는 길고 거대한 퍼즐 중 하나의 조각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작 올해 수능을 치르는 학생들은 이런 말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그 마음을 알기에 더 애틋하다.


수능 당사자인 학생과 그 가족만큼이나 수능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나, 잘 드러나지 않는 집단이 있다. 바로 교사들이다. 그래서 오늘은 교사의 시선에서 수능 전후의 풍경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수능 전날 밤, 교사 역시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한다. 새벽 이동이 혹여 늦어지지는 않을지, 감독 중 사소한 실수가 발생하지는 않을지 여러 생각이 마음을 어지럽힌다. 감독관에게 요구되는 태도는 명확하다. 시험 절차를 하나하나 정확하고 careful 하게 수행하는 것, 그리고 예기치 않은 돌발 상황을 염두에 두고 항상 cautious 한 마음가짐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지켜야 하는 역할이기에 부담감은 크고, 긴장은 전날 밤부터 시작된다.


나는 보통 새벽 다섯 시쯤 일어나 간단히 준비를 마친 후 여섯 시 전에 집을 나선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일찍부터 시험지 관리와 시험장 점검을 위해 밤을 지새우는 선생님들도 있기에, 일반 감독관의 수고로움은 그와 비교할 바가 아니다. 어둠을 가르고 교문에 다다르면 지구대에서 출동한 경찰이 감독관 신분을 확인한다. 외부인의 고사장 출입으로 인한 소동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절차다.


7시 반 전후로 모든 감독관이 모이면 전날 교육받은 주요 사항을 다시 점검한다. 나는 늘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자료를 훑으며 빠진 부분은 없는지 다시 확인한다. 혹시라도 감독 중 배꼽시계가 울릴까 싶어 학교에서 제공하는 요깃거리를 입맛이 없어도 억지로 몇 입 먹는다.


8시 10분 전, 1교시 국어 감독관은 수험생 배부 물품과 수거함, 시험지 및 답안지를 양손 가득 들고 고사장으로 향한다. 수능 시간표 중 수험생뿐 아니라 감독관 역시 가장 긴장하는 시간이 바로 첫 교시다. 안내와 확인 사항이 많아 보통 경험 많은 교사들로 배치된다. 나는 정감독으로서 시험 시작 전 주의사항을 고지하고 소지 금지 물품을 수거한다. 올해 배정된 학생들은 모두 남학생이라 전자담배 반입이 심심치 않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의외로 담당한 시험장에서는 제출하는 수험생이 없다. 고3은 법적으로는 금지된 나이지만 현실적으로는 흡연자가 적지 않아, 교사들 사이에서 ‘고사장에 흡연 구역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 섞인 이야기가 오간 것을 떠올린다.


수험생들이 특히 관심을 갖는 배부 물품은 ‘올해의 샤프’다. 매년 다른 색과 연도로 제작되는 샤프는 필기감이 좋아 학생들과 외부인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비매품이고 수량이 적어 감독관도 여분을 얻기 쉽지 않은데, 1교시 감독관으로 배치된 나는 운 좋게 하나를 챙기며 국어 시험 감독을 시작한다.


1교시가 끝나면 답안지와 문제지를 신중히 수거해 수량을 확인한 뒤 고사 본부에 제출한다. 복도로 나오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수험생들의 “어려웠다”, “할 만했다” 하는 속삭임들이 올해 담임반 학생들의 표정을 미리 짐작하게 한다. 이렇게 5교시 제2외국어까지 감독을 마치고 고사장을 나오면 대략 저녁 6시 반. 가만히 서 있는 일은 별것 아닐 것 같지만, 하루 종일 긴장과 열기가 가득한 공간에 머물렀던 탓인지 퇴근길 차에 오르는 순간 모든 피로와 두통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집에 돌아와 일찍 잠들고 맞이한 다음 날,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작년 담임반의 제자로, 만족스러운 성적을 받지 못해 재수를 결심했던 학생이었다. 목소리가 밝아 좋은 결과를 예감했고, 예상대로 본인이 원했던 성적 이상을 받았다는 소식이었다. 채점을 하자마자 내 생각이 났다는 말에 적지 않게 마음이 뭉클해졌다.


“작년에 선생님 덕분에 용기를 얻어 잘할 수 있었어요.”
“아니야. 네가 한 해 동안 열심히 한 결과지. 마음껏 기뻐해도 돼. 정말 축하한다.”


조만간 친구와 함께 찾아오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통화를 마쳤다. 최근 몇 달 동안 담임반 학생들과 학부모로 인해 속상한 일들이 있었는데, 예상치 못한 이 연락이 남은 한 해를 잘 마무리할 수 있는 작은 선물이 되었다. 다음 주 담임반 학생들을 만나면 다들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서로를 위로하겠지만, 스물여덟 명 모두가 힘을 내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려 한다.

작가의 이전글깨어 있으나 양심 없는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