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It Yourself vs. fix it yourself
마음만 먹으면 내 옆 동네는 물론 태평양 건너, 지구 반대편에 사는 이들의 삶까지 손쉽게 엿볼 수 있는 시대다. 일곱 명의 아이들을 능숙하게 돌보는 엄마부터 혼자서 집을 짓고 수리하는 젊은이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삶을 열정적으로 꾸려가는 사람들을 보며 감탄할 때가 많다. 나이와 성별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에게 필요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해내는 모습은 늘 본받고 싶은 대상이다.
그런 마음의 연장선에서, 두어 달 전 이사한 집을 살피며 그동안 미처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결함들을 하나씩 해결하고 있다. 그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문고리였다. 헐거워진 접합 부위와 군데군데 번진 녹을 더는 외면할 수 없어 유튜브에 ‘문고리 셀프 교체’를 검색하자 수많은 영상이 쏟아졌다. ‘5분이면 끝’, ‘여자 혼자도 가능’, ‘똥손도 OK’라는 수식어들은 내게 과분할 만큼의 용기를 안겨주었다.
영상 몇 개를 보며 대략적인 방법을 익힌 뒤 곧바로 주문했던 문고리 포장을 벗겼다. 집에 있던 전동 공구를 꺼내고, 영상을 다시 한번 복습한 뒤 첫 번째 방 문 앞에 섰다. 기존 문고리를 무사히 제거하고 새 제품의 래치를 끼우며 ‘이게 되네’ 하는 작지만 뿌듯한 성취감을 느끼던 찰나, 문득 의문이 들었다.
‘이 방향이 맞나?’
아무 생각 없이, 문고리가 달리지 않은 상태로 방 안에서 문을 살짝 닫는 순간—문이 완전히 잠겨버렸다. 그때의 패닉은 지금도 또렷하다. 새 문고리는 거실에 있었고, 휴대폰도 밖에 있었으며, 집에는 나 혼자뿐이었다. ‘창문을 열고 소리를 질러야 하나’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던 순간, 방 안에 놓인 노트북이 눈에 들어왔다. 카톡으로라도 도움을 청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로그인을 하려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기존 문고리 두 개가 보였다.
‘저걸… 대충 끼워서 돌려보면?’
구멍에 문고리를 맞춰 조심스럽게 돌리자, 다행스럽게도 문이 스르르 열렸다. 그 순간의 안도감이란. 하마터면 집 안에서 한바탕 난리가 날 뻔했는데, 조용히 수습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깊은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교체 작업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화장실 문고리를 교체하던 중, 안쪽에서 나사를 조이는데 십자드라이버가 계속 헛도는 것이 느껴졌다. ‘계속하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버튼을 눌렀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사는 완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드라이버를 내려놓고 확인해 보니, 나사 머리가 망가져 더는 진척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다시 유튜브를 켜고 ‘망가진 나사 푸는 법’을 검색하자 고무 밴드, 헝겊, 가위 등을 활용하는 온갖 방법들이 등장했다. 그중 니퍼를 이용하는 방법이 눈에 띄어 근처 다이소에서 급히 하나를 사 왔다.
‘제발…’
기도하는 마음으로 나사 머리를 집고 천천히 좌우로 돌리자, 그동안 꼼짝도 하지 않던 나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금씩 왼쪽으로 돌리자 ‘쏙’ 하고 빠져나왔다. 그제야 미뤄두었던 마지막 문고리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새 나사를 끼우자 이번에는 3분의 2쯤 들어간 상태에서 다시 멈춰버렸다. 다시 니퍼를 들었지만 이번엔 그것마저 소용이 없었다.
문고리 하나 바꾸는 일조차 이렇게 여러 변수를 만들어낸다는 사실 앞에서, ‘혼자서도 다 할 수 있다’는 말이 얼마나 상황 의존적인 표현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처음엔 분명 Do It Yourself였다. 준비도 했고, 영상도 봤고, 해볼 만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문이 잠기고, 나사가 망가지고, 선택지가 하나씩 사라지는 순간부터 그 일은 더 이상 취미도 도전도 아니었다. 그저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든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되었을 뿐이다.
돌이켜보면 DIY는 선택의 영역이고, fix it yourself는 책임의 영역에 가깝다. 자발적으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의 일과,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간극이 있다. 그리고 그 간극을 직접 건너본 날이었다.
마지막 문고리는 결국 전문가의 손을 빌려 마무리했지만, 그날 이후로 나는 안다. 모든 것을 혼자 해내는 것이 능사는 아니며, 혼자서 끝까지 버텨야 하는 순간과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순간을 구분하는 것 역시 중요한 기술이라는 것을.
I thought I was doing a simple DIY project, but at some point, it turned into fixing it myself — not because I wanted to, but because I had 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