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cited vs. look forward to
3월이 가까워지면서 짐작컨대 우리나라 국민의 과반수 이상은 직간접으로 일상에 변화를 맞이하지 않을까 싶다. 바로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당장 학교에 등교하고 출근하는 학생과 교사는 새로운 환경과 인간관계, 과업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고, 교문을 나선 지 수년이 지난 어른들 역시 가족으로 인해 출퇴근 시간과 식사 시간, 여가 시간이 달라질 것이다.
나 역시 지난 일주일 동안 새로운 학교에서 각종 연수에 참여하고 교무실과 교실을 정돈하며 다가올 인연들을 준비했다. 동시에 지난 학교 선생님들과 식사를 하며 아쉬움을 달래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작년 한 해 학년부 교무실에서 고3 수험생들의 까칠함과 고민을 함께 나누고 위로했던 열 분의 선생님들. 이분들이 없었다면 담임반의 말썽꾸러기 녀석들과 무례한 학부모들의 민원 속에서 무사히 버텨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입시 정보와 생기부 작성 팁을 공유하고, 모의 면접을 함께 진행하고 나서 커피 한 잔을 주고받으며 우리는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의지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래서 이별을 앞두고 느낀 감정은 마냥 설레거나 홀가분하기보다는, 기쁘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겹쳐진 복잡한 것이었다.
전교직원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을 때 그들에 대한 감사함을 전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헤어질 때 인사만 하기엔 아쉬워 서로 준비한 작은 선물들을 슬쩍 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집에 돌아와 ‘선생님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는 옆자리 선생님의 쪽지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내가 이런 말을 들을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스쳤다.
새 학교에서는 희망대로 고1 담임을 맡게 되었다. 교과서 배부를 위해 한 시간 남짓 담임반 학생들을 처음 만났다. 방송으로 진행된 오리엔테이션에 귀 기울이는 스물여덟 명의 얼굴을 훑어보며, 각자의 분위기와 성격을 조심스레 가늠해 보았다. 선생님의 말 한마디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한 학생도 있었고, 책상에 엎드린 채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리는 학생도 있었다. 이들과 함께할 한 해를 생각하니 예전처럼 마냥 'excited'하다고 말하기보다는, 어떤 시간들이 쌓여갈지 차분히 'look forward to' 하게 된다.
연휴 내내 개학 준비로 바쁘겠지만, 여전히 새 학년을 떠올리면 마음 한편이 가볍게 들뜬다. 동시에 서두르지 않고 하루하루를 쌓아가게 될 시간을 기대하며, 무엇보다 건강하게 올해를 잘 꾸려가고 싶다.
I’m not just excited about the new school year.
I’m quietly looking forward to growing with my students, one day at a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