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ep up vs. step back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계획대로 되는 게 없어서…’
금요일 퇴근길,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어느 아이돌 노래를 흥얼거리며 새 학년 첫 주가 마무리됐다.
지난 나흘 동안 담임반 학생들과 어느 정도 안면을 트고, 교과반 학생들과도 수업을 진행하며 반마다의 분위기를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담임반에서는 한 학기, 나아가 일 년을 잘 꾸려가기 위해 여러 종류의 도우미를 정한다. 휴대폰 관리, 문단속과 전열 관리, 급식 지도 등 사소하지만 꼭 필요한 역할들이다. 이런 과정에서도 학생들의 개별적인 면모가 드러난다. 가벼운 미소와 함께 “선생님, 제가 할게요”라며 선뜻 손을 드는 학생도 있는 반면, 아무리 권유해도 눈을 피하며 그 순간을 모면하려는 학생도 있다. 누군가는 자연스럽게 한 발 앞으로 step up 하고, 또 누군가는 조용히 한 발 뒤로 step back 한다.
물론 새로운 환경에서 용기를 낸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안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소극적이고 계산적인 태도를 보이는 학생들이 많아지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낀다. 공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학생들이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자신의 삶을 꾸려갈 힘을 기르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작년 고3 담임반 학생들을 떠올리면 그 생각이 더욱 짙어진다. 스무 살을 앞두고 있음에도 상당수의 학생들이 여전히 부모에게 의존하려는 경향을 보였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하려는 학생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곤 했다.
그래서 올해는 꼭 고1을 만나고 싶었다. 이미 방향이 어느 정도 굳어버린 수험생보다는 아직 변화의 여지가 남아 있는 학생들과 함께 성장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작은 시도의 하나로 교실 칠판 오른쪽 위에 ‘아침 셀프 체크’라는 게시물을 부착했다. 학생들이 스스로 옷매무새와 마음가짐을 점검하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수업으로 만나는 학생들 역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일이 쉽지 않아 보인다. 대학 시절 이론적으로는 영어 수업에서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의 네 가지 기능을 균형 있게 다뤄야 한다고 배웠지만 현실의 교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학생들 간의 수준 차가 큰 상황에서 개별화 수업을 충분히 진행하기란 쉽지 않고, 수능 중심의 읽기 위주 수업 구조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는 동 교과 선생님들과 상의 끝에 학생들이 조금 더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모둠형 수업을 수업 시간에 활용해 보기로 했다. 각자 맡은 파트를 먼저 공부한 뒤, 같은 파트를 맡은 학생들끼리 모여 내용을 정리하고 다시 원래 모둠으로 돌아가 서로 설명해 주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처음 설명했을 때 몇몇 학생들의 눈에는 우려가 스쳤다. 아니나 다를까, 실제 수업에서는 학생들의 수준 차가 그대로 드러났다. 자신의 몫 이상을 해내며 모둠의 흐름을 이끄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중학교 때 공부를 거의 하지 못해 단어 하나 읽는 것조차 버거워하는 학생도 있다. 그런 순간에도 어떤 학생들은 조심스럽게 한 발 앞으로 step up 하려 하고, 어떤 학생들은 부담을 느끼며 한 발 뒤로 step back 한다. 같은 모둠 안에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어려움을 느끼는 모습이 보일 때면 나 역시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차이를 서로 부딪히며 조금씩 메워가는 과정 역시 십 대에 필요한 공부라고 믿고 싶다. 나는 그 과정을 지켜보며 손을 드는 학생들에게 최대한 빠르게 다가가 도움을 주려고 한다. 아직은 서툴지만, 그렇게 서로 배우는 시간이 조금씩 쌓여가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언젠가는 교실의 모든 학생들이, 지금은 조심스럽게 물러서 있더라도, 스스로 한 발 앞으로 나설 수 있기를 바란다.
In every classroom, some students step up,
and some students step back.
My hope is that, one day, each of them will find the courage to step forwa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