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one vs. lonely
주말 오전, 일찌감치 집을 나서 창 바깥 시야가 막힘없는 카페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주변을 둘러보면 대부분 혼자 온 사람들이다.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는 사람, 이어폰을 꽂고 책을 읽는 사람, 말없이 커피잔을 들고 있는 사람들. 서로 말을 걸진 않지만 묘하게 편안한 분위기가 흐른다. 마치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작은 섬들 같다.
이 풍경을 바라보며 며칠 전 유튜브에서 본 한 강연이 떠올랐다. 도서 <필연적 혼자의 시대>의 저자인 서울대 김수영 교수님의 영상이었다. 우리나라 가구의 약 42퍼센트가 1인 가구라는 이야기로 시작된 강연에서 교수님은 자신 역시 그 통계에 포함된 한 사람이라고 말씀하셨다. 차분한 목소리로 연구 이야기를 이어가시다가, 어느 순간 잠시 말을 멈추시고 눈물을 보이시기도 했다. 그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생각해 보면 나 역시 오래전부터 ‘결혼’이라는 제도에 큰 관심을 두고 살지 않았다. 내가 해야 할 일, 그리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제대로 해내는 것이 더 우선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왜 그때 더 열심히 살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적어도 주어진 자리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다고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짧고 긴 인연들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그 관계들에 마침표를 찍으며 스스로에게 분명해진 사실이 하나 있었다. 나는 타인에 의해 내 삶의 방향이 크게 흔들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물론 사람 사이의 감정은 소중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성 간 감정의 온도는 자연스럽게 식기 마련이고, 성인이 된 이후의 사회적 관계는 각자의 상황과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멀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처음 만난 자리에서 안면을 트겠다는 이유로 사는 동네나 나이, 결혼 여부, 자녀 여부 같은 개인적인 질문을 아무렇지 않게 - 내 기준에서는 무례한 태도로 - 주고받는 분위기에도 점점 피로감을 느끼게 되었다.
대신 나는 다른 것들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직장에서는 맡은 역할을 성실히 해내고, 쉬는 시간에는 건강을 챙기고, 국내외 정치와 경제 상황에 관심을 두며 영어 공부와 독서를 한다.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을 듣거나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나 자신에게 조금 더 시간을 쓰는 삶. 외부의 자극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나의 중심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 요즘 표현을 빌리자면 그것이 나의 ‘추구미’ 일지도 모른다.
영어에는 alone과 lonely라는 단어가 있다. 둘 다 ‘혼자’라는 상황을 가리키지만 의미는 조금 다르다. alone은 단순히 혼자 있는 상태를 말하지만, lonely는 외로움과 고립감을 동반한 감정이다. 나는 혼자 살고 있지만 반드시 외로운 것은 아니다. 어쩌면 지금의 삶은 being alone but not lonely라는 표현에 더 가깝다.
비슷하게 independence와 isolation이라는 단어도 떠올릴 수 있다. 누군가는 혼자 사는 삶을 고립(isolation)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나에게 그것은 스스로 삶의 방향을 선택하는 자립(independence)에 가깝다.
가끔은 나와 같은 1인 가구를 두고 ‘저출생 사회를 가속화하는 이기적인 집단’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교직 생활을 하며 수많은 학생들을 만나고 그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적어도 내가 속한 사회를 완전히 외면하며 살아온 것은 아니기를 바란다. 직접 가르치지는 않았지만 학교에서 인사를 나누던 학생이 재수에 성공해 내 모교의 후배가 되었다며 보내온 메시지, 내 수업을 열심히 듣던 제자가 대학 생활을 적극적으로 해 보겠다는 다짐을 전해온 메시지들은 그 바람에 대한 작은 증거처럼 느껴진다.
다시 카페 안을 둘러본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혼자 앉아 각자의 일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는 서로의 이름도 모르고 말을 건네지도 않지만, 어쩐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동료 같은 기분이 든다.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이 도시 어딘가에 나처럼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충분히 잘 살아가고 있다고.
You can be alone without being lonely.
And sometimes independence is very different from iso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