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당신을 조금 알고 있습니다>
내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
누군가 내 옆에서
나를 끊임없이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신 적 있으신가요.
너무 무서운 생각일까요?^^ ㅎ
이 책은 식물이 화자이면서
식물이 곁에서 우리를 바라본 모습을
담담히 말하고 있는 그림책입니다.
이 책이 들려주는 식물의 이야기와 식물의 마음은
곧 우리들의 마음이라는 것도 알게 해 주지요.
< 우리는 당신에 대해 조금 알고 있습니다 >
글그림 권정민
문학동네
제목은 이야기합니다.
당신에 대해 ‘조금’ 알고 있다고 말이지요.
“난 너에 대해 잘 알고 있어!” 가 아닌
‘조금’ 알고 있다는 제목이
저에게 따스하게 다가오며
작가의 배려와 존중이 느껴집니다. :)
그림책 장면처럼 실제로도 우리는
여러 조건을 까다롭게 살핀 후 식물을 선택하여
사무실 혹은 집, 혹은 카페 등으로 들여오지요.
그런 과정을 통해 우리의 세상으로 들어온 식물은
아주 가까운 곳에서 우리의 삶을 지켜봅니다.
“ 당신에게 한 가지 배운 것이 있다면,
적성에 맞지 않는 곳이라도 조금은 버텨 봐야 한다는 것.
견디다 보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올 수도 있거든요.”
“궁금한 것이 많은 당신
잘 맞지 않는 곳에서도 꽤 버티는 당신
우리처럼 숨 쉬고 싶은 당신
가끔 많이 힘들어 보이는 당신
우리는 당신에 대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지켜봐 왔으니까요.”
칸막이로 둘러싸인 사무실에서
열심히 일에 몰두하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사무실 식물은 매일 바라봅니다.
버티고 견뎌 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도 같아 마음이 찡~ 합니다.
식물은 말합니다.
조금은 버텨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고,
견디다 보면 좋은 날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배웠다고 말이지요.
요즘은 처음 입사한 회사에 정년퇴직 때까지
애사심을 갖고 충성을 다 하는 시대도 아니고,
끝까지 버텼다 해도
소위 말하는 ‘별’을 달 수 있는 구조도 아니며,
먹고살 걱정을 없애주는 회사는 더더욱 아니지요.
피 말리는 경쟁은 계속되고,
휴식은 어렵고,
직장인의 꽃이라는 승승장구 승진을 한다 해도
직장 내 정치적 요소와 이해관계는
수 없이 우리를 괴롭히기도 합니다.
조직 생활이란..
누군가에게 맞춰진 삶이고,
누군가가 우리에게 들이댄 잣대이기에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해내야 하는 상황들이
계속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어떤 일을 하든
조직과 직책에 매몰되지 않고
일과 직책을 넘어
‘나’로써 매일매일을 살아갈 수 있어야 하며
스스로 자존감을 세우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제 식물은
카페로, 서점으로, 요가원으로..
이곳저곳으로 옮겨져 우리의 삶을 관찰하지요.
“ 당신은 가끔 많이 힘들어 보입니다.
우리를 돌아볼 수도 없을 만큼. ”
“ 다행히 누군가는 우리의 작은 숨소리를 듣습니다.
마지막 힘을 다해 당신을 불러 봅니다. ”
우리에게 종종 위로가 필요한 날이 있는 법이지요.
상사에게 잔뜩 깨진 날일 수도 있고,
친구나 동료, 가족에게
별일 아닌 일로 상처를 받아
속상한 날일 수도 있고..
그런 일들로
스스로 돌아볼 수 없을 만큼 힘이 들 때면
생각나는 누군가를 찾아가
오늘은 참 어려운 날이었다고,
오늘은 세상에 나 혼자 있는 것 같다고 말하며
위로해 달라고 말하고 싶을 것입니다.
또 어떤 이는
방문을 걸어 잠근 채
혼자만의 케렌시아로 떠난다거나
맵고 짜거나 시원하고 달콤한 알코올로
마음을 다스릴 수도 있겠네요. :)
그림책 속의 굽어진 등을 뒤로한 채 책상에 엎드려있는 모습이
곧 우리의 모습인 것 같아 마음 한편이 아립니다.
“이제 당신은 여유를 찾은 것 같습니다.
난 좋은 자리를 차지했고요.”
저는 그림책에서 표현한 ‘여유와 좋은 자리’가
‘생의 좋은 몫’으로 다가옵니다.
그동안 정해진 위치에 조용히 놓아져 있던 식물은
잘 맞지 않는 곳에서도
묵묵하게 버티는 마음을 갖고 있었으며
끊임없이 주변을
관찰하고 이해하고 수용하는 존재였던 것이지요.
저는 그림책을 보며
'여유와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해 봅니다.
20대, 30대의 고군분투하였던 시절과
계속되는 아이 교육과
현상 유지에 대한 압박감이 심한
지금의 40대까지를 돌아보며
어쩌면 잘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채
버티며 살아가는 제 모습이
그림책 속 식물일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생각합니다.
살다가 돌아볼 수도 없을 만큼 힘든 순간이 온다면..
아무 눈치 보지 않고,
아무 곳에 털퍼덕 앉아
자유로운 마음을 앞세워
멀거니 바다를 바라보다 와야겠습니다.
아니면,
제 마음을 작동시킬 수 있는 누군가와 함께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팝콘 터지듯 웃어젖히며
어디로 발걸음을 향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한 길을
함께 떠나고 싶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모두
삶을 버티고 견뎌내는 방법이 있겠지요.
그렇게 각자만의 방법으로
버티고 견뎌내다 보면
언젠가는 여유로운 시간이 생길 것이고
우리 각자의 생의 좋은 몫인 ‘좋은 자리’를
찾아가게 될 것입니다.
또한 살기 위한 이 시대의 직업이란
수단일 뿐이며
진정한 삶의 목적은 아니라는 것.
늘 좋기만 할 수도,
늘 나쁘기만 할 수도 없는 것이 우리의 삶이니
삶의 수단 때문에 힘들어지는 날에는
삶의 목적에 대해 생각해야겠다 다짐합니다.
그러니 압박감에 시달리며
직책에 매몰되기보다는
‘나’로써 살아가려 노력할 수 있기를..
또한 버티고 견디어 내는 삶을 잘 살아내기 위한
'나만의 노하우' 를 꼭 만드실 수 있기를...
그래서 언젠가는 ‘여유’를 찾아
각자의 생의 좋은 몫인 ‘좋은 자리’를 찾게 되시기를
마음 깊이 응원해 봅니다.
:)
그래서 오늘은 당신께 묻습니다.
“ 버티고 견디어 내는 우리의 삶을 위한
당신만의 노하우는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