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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당신 생각을 했다고 말하겠습니다.

그림책 레터 <도시 해킹>

by 여울빛

도시 해킹 / 한수연 글그림 / 책빛


“도시는 늘 바빠”




창살 같은 빌딩들 사이로 사람들이

화면만을 바라보고 있는 그림책 속 첫 장면.


사람들은 온통 각자의 화면에 집중하느라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릴 여유는 없어 보여요.

도시는 늘 바쁩니다.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 모든 것이

빠르게 움직이는 도시.


분주함과 소란스러움 속,

각자의 일과 목적, 목표를 갖고

주변을 살필 시간조차 없이 앞을 향해 질주합니다.



갑자기 세상과의 연결이 끊기자,

모두 어쩔 줄 모르고 발을 동동 굴렀어.


할머니의 비밀 요리법을 배웠어.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특급 비법이야!


옆집에는 사랑스러운

강아지가 살고 있었어.


왜 여태 몰랐을까?

친구에게 편지를 써 볼까?


답장을 기다리는 시간은 설렘으로 가득해.


어느 날, 모든 것이 멈춰진 순간

세상과의 연결이 끊기자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아이들은 요리를 배우고, 흙놀이를 하며

옆집 강아지를 바라봐요.

친구에게는 카톡이 아닌 다정한 편지를 써요.

이 모든 일에 공통점이 있다면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마음을 담아 전하는 행위’라는 것.


그것은 곧 따뜻한 연결!


그림책을 보며 진심을 다해

서로를 향해 손 내밀었던 순간들이 떠오릅니다.


얼마 전, 10년 만에 재회한 반가운 누군가.

이미 많은 시간이 흘렀기에

서로를 멀리 데려다 놓은 줄만 알았는데

눈 마주치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지난 시절이 다시 한번 신선한 바람처럼 다가왔어요.


대화를 나누며 환기된 마음은

헤어진 후 도착한

온기 가득한 카톡으로 알 수 있었어요.


물감을 겹겹이 쌓아 올려

‘진짜 관계’를 그리는 동생과 마셨던

막걸리 한 잔!!

넘쳐나는 가벼운 관계 속,

진짜 관계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주는

그림과 대화로 피로감이 싹 사라졌어요. :)


40대의 터널을 통과하는 한가운데 서 있다 보니

가끔 생각합니다.

앞으로 살아가며

진심으로 맺어지는 관계가 얼마나 가능할까.

변치 않는 마음이란 무엇일까.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저는 좋은 인연, 관계라 답하겠습니다.


가장 소중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듯,

저를 충만하게 하는 것들은

삶의 요소요소에 숨겨져 있어요.


마음속 실타래들이

누군가의 한마디에 매듭이 탁 풀려버리면서

다시금 기쁘게

한 발짝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 그중 하나!


오고 가는 많은 인연들 중

진솔한 마음을 나눌 수 있고

영혼을 상기시켜주는 사람까지!!


사실 그런 사람을 찾는 일은,

심지어 곁에 두는 일은 너무나 드물기에

감사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어요.


그런데 때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그런 인연이 등장해

상처받아 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몸과 마음을

다시 회복시켜 줍니다.


그 소중한 시간들은 매우 찰나여서 일시적이지만

오래도록 마음에 머물러

말할 수 없이 고마운 마음이 드는 그런 순간이 됩니다.


그러니 좋은 인연들과 저에게 주어진 삶 속에서

찰나의 시간만을 함께 나눈 사이라 하여도,

돌고 돌아 다시 만난 사람이라 하여도,

저를 스쳐 간 사람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라봅니다.



저는 얼마 전,

마음이 크게 흔들리고 아픈 일이 있었어요.


하지만 이 글을 쓰며

소중한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떠올리다 보니

이렇게나 많은가 싶은

커다란 감사함이 함께 밀려옵니다.


만일, 이 글을 보고 혹시 내 생각도 했을까?

한다면 맞다고

분명 당신 생각도 했다고 말하겠습니다...........


그러니 그러니....

좋은 날, 기쁘게 살아가다

어느 날 문득 저와 마주치는 그날!


“안녕!”이라 말하며 반가움과 보고 싶었다는 마음,

잘 지냈냐는 고요한 안부의 말을 나누며

얼어붙었던 시간을 녹일 수 있기를...


좋아요와 sns 댓글로만 이어진 가벼운 관계가 아닌

묵직하면서도 고요하며

짙은 향을 오랜 시간 머무를 수 있게 해주는

그런 관계를 맺기를..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마음을 담아 전하는 행위‘를 통해

다시 피어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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