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없는 삶도 그 자체로 완벽할 수 있어요

아기 대신 나를 키우는 삶

by 루나현

내 방 책상에서 왼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커다란 창문을 통해 작은 하천이 흐르고 저 멀리 푸른 산과 하늘이 보인다. 책상 위 작은 모니터에서 고개만 살짝 돌려도 작은 내 방이 멀리까지 확장되는 느낌이라 눈이 시원하고 답답하지 않다. 따뜻해진 봄 날씨에 나무들은 점점 초록으로 풍성해지고 그 사이로 진홍빛, 핑크빛의 철쭉이 군데군데 포인트처럼 박혀있다.


내가 머릿속에 막연하게 떠올리던 로망이 지금 살고 있는 집을 구하면서 생각보다 빠르게 이루어졌다. 그렇다. 나는 ‘자기만의 방’을 가진 여자다.


내가 이런 조용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아이가 없어서 일 것이다. 우리 부부는 둘 다 집에서 일하므로 24시간 같은 공간에서 지낸다. 그래서 안방 외에 남는 두 개의 방을 각자의 공간으로 꾸몄다. 아침 해가 드는 거실에서 커피와 토스트를 먹으며 수다를 떨다가 서로 할 말이 떨어질 때쯤이면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일에 집중한다. 돈벌이가 시원찮아도 막연한 희망으로 살 수 있는 이유는 책임이 가볍기 때문일 것이다. 적당히 아껴 쓰면 어떻게든 우리 둘 쯤은 굶어 죽지 않고 살 수 있다. 나는 우리의 이런 적당히 가볍고 느긋하게 여유로운 생활을 좋아한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아기를 가지는 것이 좋은지 아닌지에 대해 정확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아이가 없는 지금이 좋긴 하지만 혹시 나중에 후회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이 마음속에 항상 자리했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말하는 ‘상상도 못 한 기쁨’이 무엇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힘들어하고 때론 우울증까지 앓는 다양한 사연을 보다 보면, 왠지 나도 엄마가 되었다면 힘들어하는 쪽에 속할 가능성이 더 높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다소 자기중심적인 사람인가 보다.

타인을 보살피고 그 삶을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은 나에게 공포심을 안겨주었다. 나 한 몸 건사하는 것도 때론 힘에 부칠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누구나 한 번쯤은 겪는 ‘부모가 되는 일’을 경험해보지 못한 채 이번 생을 보내도 될지, 중요한 뭔가를 잃어버린 삶이 되지는 않을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다.


많은 생각을 거친 후 지금은 확실히 결론을 내렸다. 나는 나의 2세보다는 ‘내’가 중요한 사람이다. 남편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둘만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 충분히 만족스러운 지금, 굳이 아기가 있어야 이 행복이 ‘완성’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이 아주 완벽하다는 생각이 들어 더 이상 여기에 아무것도 더하고 싶지 않다.


다행히 양가 부모님들도 우리가 2세를 가지지 않는 것에 대해 큰 불만이 없으신 상태다. 우리의 결정을 충분히 존중해 주시고 오히려 응원해 주시는 것 같다. 특히 시부모님은 현재 매일 시누이의 아기인 손녀를 봐주고 계신다. 육아 스케줄 때문에 항상 바쁘고 몸도 피곤하신 것 같았다. 시누이의 가족들이 한 명 더 낳을까 얘기만 꺼내도 진저리를 치시며, 한 명 더 낳으면 더 이상은 아기 못 봐준다고 강하게 얘기하셨다. 우리 집에 오실 때면 이 집은 아기가 없어서 그런지 조용하고 깔끔해서 좋다며 오히려 좋아하시는 눈치다. 그래서 혹시나 내가 너무 내 생각만 하는 건 아닌지에 대한 고민에서도 좀 자유로워졌다.


딩크가 좋냐 나쁘냐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며 논쟁이 많다는 것을 안다. 모두가 각자 다른 상황에 처해있고, 서로가 서로의 상황을 겪어보지 않은 상태에선 사실 뭐가 더 좋다고 말하기 어려울 듯하다. 다만 다양한 사람들을 관찰하며 내 생각을 정리해 본 결과, 육아에도 어쩌면 적성이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기를 낳고자 한다면 ‘내가 얼마나 아이를 원하는 가’에 더해 ‘육아가 내 적성에 잘 맞는지’에 대해서도 시간을 들여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육아란, 일단 시작되고 나면 그 순간부터는 절대로 중간에 내릴 수 없는 고속열차 같은 것이니까.

내가 육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수록 엄마들이 얼마나 위대한지 더 크게 깨닫는다. 그래서 더 함부로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다.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빠지고 식은땀이 날 만큼 육아는 엄청난 체력전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기를 키우는 엄청난 도전을 하는 대신, 나를 키워내 보기로 했다. 심각한 저출산 시대인데 인구증가에 기여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육아보다 나에게 더 맞는 적성을 찾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살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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