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실패담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평범한 실패담 0

by 에이안

예전에 아는 동생이 했던 말.

"나는 누나가 있어서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몰라."

서로 위로와 응원을 주고받는 돈독한 사이에서 나오는 따뜻한 말이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런 의미는 아니었다! 인생 생각 없이 막 사는 선례가 눈 앞에 있어줘서 감사하다는 쪽에 더 가까웠다. 우리는 그 말을 두고 한참을 웃었다.


해를 넘겨 스물여섯. 여성. 졸업을 해야 하는 화석. 인턴 경력 없음. 토익 점수 없음. 학교 다닐 때 평균보다 열심히 일 벌이고 바쁘게 살았지만 돌아보면 의미는 휘발되고 남은 건 답 없는 번아웃뿐.


주변에 슬슬 직장인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캠퍼스 라이프에 내가 설 자리가 있으면 의심부터 든다. 인스타그램을 보면 다들 즐겁게 멋지게 자기 할 일 하면서 사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연말에 일 년 결산을 줄줄이 올릴 때 나는 그간의 수확이 딱히 없는 기분이라 그저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 하고 말 뿐이었다.


세상에 실패담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루저들끼리 모여서 위로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적어도 나만 이렇게 옹졸하고 작은 하루를 보내진 않았다는 위안이 생긴다. 그래서 내가 먼저 글을 쓴다. 내 실패가 다른 사람들의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 나약함이 다른 사람들의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니, 그냥 멋진 성공담을 보는 데 질렸을 뿐이다.

아닌 거 알면서도 잘난 사람들은 처음부터 뭐든지 잘했을 것만 같다. 내게는 성공한 사람들이 회고하는 역경 에피소드들마저 성공의 발판이 된 양 꼬아 듣는 재주가 있었다. 그 당시엔 정말 고난이었음을 모르지 않으면서.


현재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싶다. 성공을 위해 응당 마주쳐야 하는 난관 말고, 이게 나중에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짜증 나고 좆같은 오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누군가 나중에 이 글을 보면서 '내가 쟤보다는 낫지'라는 위안을 얻더라도 좋다. 나한테는 이런 이야기가 필요했다.


그래서 일단 써보기로 한다.

사소하고 평범한 현재 진행형 실패에 대해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