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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안 Jan 05. 2020

아무래도 토익은 한 번 더 쳐야 할 것 같지

200105

200105


네시 반 넘어서 잤다. 잠이 안 와서. 크리스마스랑 신정을 보내면서 빨간 날 기념이라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까만 날에도 영향을 미치고 습관이 되어버린 것 같다.


눈 뜨면 입실 시간이 넘어버리는 것 아닐지 걱정했었다. 여덟 시쯤 깼다. 사유는... 누가 자꾸 현관문을 흔들어서. 아침에 현관문이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나서 깼다. 며칠 전에 누가 내 방문을 열고 죽이려는 꿈을 꿔서 쉽게 문을 열지 못했었다. 잠잠해져서 문을 열어봤는데 아무도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바람이 많이 불어서 그런 걸까 싶기도 하다. Who knows!


여덟 시쯤 깼지만 더 자고 싶어서 자고 아홉 시에 일어났다. 9시 20분까지 입실하려면 9시에는 나와야 하는데 9시 50분 뒤로 입실 불가라길래 그때까지만 가면 되겠지 싶어 그냥 냅다 자버렸다.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다.


버스 타고 가는 길에는 남은 양심을 끌어모아 단어장을 봤다. 단어들이 눈을 스쳐 지나가고 이걸 내가 시험장에서 마주했을 때 과연 기억이 날까 싶었지만 알게 뭐람. 그냥 뭐라도 했다는 자기 위로가 필요했다.


LC를 풀고 나서는 역시 시험을 한 번 더 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냥 영어 자체가 안 익숙했고 안 들렸다. 그리고 적절한 대답 못 고르겠어... 사회성이 떨어진 건지...


RC를 풀고 나서는 의외로 쉬웠다는 생각을 했다. 적어도 단어 때문에 골치 아픈 일은 없었다. 그래, 내가 풀던 문제집이 고득점 겨냥인 것 같긴 했지. 상대평가니까 다 같이 못 보면 나도 990점 나올 수 있는 것 아닐까? 하지만 이 와중에도 만점 받는 사람은 있겠지. 어떻게 이걸 다 맞춰. 사람이야?


여유 있게 남은 시험시간을 보면서 속으로 기고만장했다. 아, 처음 쳐봤는데 개껌이네. 공부한 양으로는 950 노리는 거 양심 없지만 그래도 뽀록을 노려볼 만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너무 양심 없어서 900만 넘기게 해 주세요,라고 빌었다. 아니 사실 800 정도만 나와도 감지덕지할 것 같다.


어제 자기 전에 생각한 건데 실패를 하려면 일단 목표가 있어야 했다. 너무 어려운 과제라고 생각했다. 목표를 정하고 그걸 달성하는 삶이라니, 너무 건실하고 자기 계발적이고 낯설다. 실패담이 없으면 메타 실패가 되겠지 뭐, 하고 넘겨버렸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따릉이를 타고 용두동까지 달려 돌아왔다. 조금이라도 운동을 해보자는 어제의 결심은 다행히 지켜냈다. 일주일 이용권은 5일 이상 타야 돈값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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