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학교 소속 취업지원센터에서 첨삭을 받았다.
자소서 첨삭 받은 실시간 후기
솔직히 기분이 나빴다. 아마 그쪽도 별로 유쾌하지 않은 첨삭이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생산적인 이야기를 나누기에 내 결과물은 너무 허접했다. 하지만 첨삭자가 나를 혼내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나는 그 앞에서 뭔가 내 정당성을 설명해야만 할 것 같은 방어기제를 세웠다. 그 느낌이 불쾌했고. 중간중간 "지금 저한테 화내시는 거예요?"라고 묻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렀다. 내가 이 사람이랑 싸워서 뭐하나 싶었거든.
아, 기분 나빴던 지점이 생각났다.
내가 어시스턴트 지원서를 쓰려고 한다 말했더니 인턴이냐고 물어봤다. 그냥 인턴 알바 사이 어딘가의 위치다, 말했더니 인턴이면 쉽지 않냐는 식으로 반응했다. 기분이 나빴다, 나한테는 쉽지 않았으니까. 근데 대답을 제대로 못했던 이유는 내가 인턴 지원 경험이 적어 쉽다 어렵다를 판단할 수도 없는 병아리였기 때문이다.
또 하나 더 있다.
딴에는 위로랍시고 했던 말이었을 것 같긴 한데 이 학교 졸업생이면 괜찮은 편에 속한다고 반응한 순간이 있었다.
나는 그에 대놓고 "저는 이 학교 학생이라는 데서 전혀 메리트를 못 느끼는데요."라고 대답했다. 내가 학교 이름 빨을 받는다는 효능감이 있으려면 나는 일단 제하더라도 주변 사람들 다 턱턱 취업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리고 "에이 그래도 OO 대잖아요"라는 말 나한테는 전혀 칭찬 아니다. 내세울 게 학벌밖에 없냐는 비아냥이면 모를까. 사실 찔려서 화나는 쪽에 가깝다. 지금 나는 자랑할 게 고작 스무 살 때 얻은 수능점수밖에 없는 사람이 맞으니까.
첨삭을 끝내고 만족도 조사를 하라는데, 조사지에는 상담받은 날짜와 시간이 다 적혀서 내가 특정될 수 있었다. 심지어 그걸 상담받은 본인에게 제출하라니. 마음 같아선 모두 만족하지 않음을 적어내고 싶었다. 난 그 사람의 말투나 톤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 사람이 내 자소서를 전문적으로 봐준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근데 그 얘기를 직접 조사지에 적으라고? 내가 그의 면전에 대놓고 욕하는 일과 무엇이 다르지?
나는 결국 아무것도 체크하지 않고 방을 나왔다. '매우 만족하지 않음'보다 더 크게 불쾌함을 표현한 것이려나? 어쨌든 나는 그 앞에서 차라리 아무것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가 세상에 있는 모든 취업정보를 알 수 없음을 명백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기본적인 정보들을 적어 갔었고. 그럼에도 나는 내가 자기소개서에 적었던 회사의 사업과 업무 등에 대해 설명을 더 해야 했다. 그냥 그 과정이 짜증 났다. 구구절절. 구차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냥 이런 설명 없이 글 첨삭만 받고 싶었는데.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서 내 가려운 곳을 긁어주길 바랐는데 나는 내가 어떤 몸이고 어디가 가렵고 어떻게 긁어줬으면 하는지 일일이 설명해야 했다.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지. 내 앞에 앉아있던 그 사람은 나를 오늘 처음 만났으니. 아, 라포 형성에 제대로 실패했다. 첫인상이 너무 강렬해서 그냥 때려치우고 싶을 정도로.
상담 중에는 모든 걸 그만두고 그냥 없던 일로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샘솟았다. 약하게 눈물이 나기도 했다. 화가 나고 불쾌한데 그게 나를 향한 것인지 이 상황을 향한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아마 나겠지. 나름 첨삭 거쳐서 가져온 결과물인데 대차게 까였으니. 당장 어제만 해도 좁밥으로 사는 내가 좋다며 좁밥 예찬론을 펼쳤는데 정말 좁밥이 되니 남은 건 분노였다.
결국, 상담이 끝난 건 다섯 시였는데 그 뒤로 아무것도 못 했다. 처음 몇 시간은 '그래, 마음을 좀 가라앉히고 나서 다시 시작하면 되지.'라고 생각하다가, 좀 더 시간이 지나고 나서는 '시발 알 게 뭐람' 하면서 반 포기상태에 들어갔다. 저녁도 과식했다. 그냥 이 짜증 나는 상태를 해소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지금은 아예 누워버렸다. 정말 포기했다, 오늘은. 더 붙잡고 싶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