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받은 자소서의 총평은 "역량이 드러나지 않는다"였음. 여기서 내가 취했던 전략이 완전히 실패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번에 내가 자기소개서를 구성하는 방식은 평소와는 달랐다. 자격요건과 담당업무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실제 K사에서 발행한 콘텐츠의 성격을 확인해 그 업무 어시스턴트로 들어가면 무슨 일을 하게 될지 대략 파악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에 맞춰 자기소개서 내용을 구성했다.
예를 들어 자격요건에 '치킨을 먹어 본 사람', '치킨무의 차이를 아는 사람', '치킨집 알바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고 되어있으면 나는 1500자 남짓한 공간을 셋으로 나눠 1. 치킨 먹어본 경험
2. 치킨무 차이를 가늠한 경험
3. 치킨집 알바 해 본 경험
이렇게 적어 그 경험을 나열했다. 제품 설명서 같은 느낌이 들도록 일부러 의도하기도 했다. 당시의 나는 그렇게 접근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고.
그런데 자기소개서는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보여줘야 하는 거라 단순히 이런 경험을 했다고 서술하는 정도를 넘어서 그를 통한 내 역량을 보여줘야 한단다. 여기서 숨이 막혔다. 나는 그냥 내가 한 일만 적어두면 되는 줄 알았는데. 내 경험을 보여주면 그걸 두고 사람들이 알아서 적부 판단을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자기를 제일 잘 아는 건 자기 자신이잖아요?
라고 말씀하시더라. 모든 답을 내가 알 수 있을 거란 듯이. 그래서 더 화가 났다. 나는 아직 스스로를 평가절하하는 데 익숙하고 자아상을 왜곡해서 보는 편이라 내 눈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더 신뢰한다. 그런데 내 스스로 나를 정의 내리라니.
"본인을 어떤 사람으로 보여주고 싶으세요?"라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생각해본 적 없어, 그런 거. 그냥 거기서 하는 일을 내가 잘 해낼 것 같으니까 쓴 거지 내가 그 사람들한테 어떤 이미지로 보이길 바란다는 상상조차 나한테 사치였다고. 내가 무슨 자격으로 그럴 수 있는데요.
자기소개서로 표현하고 싶은 나를 정하는 일에는 두 가지 어려움을 느낀다. 하나, 내가 제시하는 나의 모습이 허풍일까 두렵다. 둘, 내가 제시한 내 성격이 상대가 원하는 사람과 다를까 봐 두렵다.
사실 그래서 상담 중에 "그럼 제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랑 그쪽에서 원하는 모습이랑 다르면 어떡해요?"라고 물어봤는데 묻는 나도 바보 같은 질문인 걸 알았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현직자를 그렇게 찾아다니는 거지. 현직자 어떻게 찾아. 스트레스다 이것도...
그래서 오늘의 상담은 대실패였다. 첨삭 진도를 뺄 수 있는 핵심 퍼즐을 아예 손에 쥐고 있지도 않으니 주변만 뱅뱅 도는 이상한 질문이나 하고 앉아 있었다. 차라리 그럴 시간에 내가 다음 상담에는 무슨 준비를 해 와야 하냐고 물어볼 걸 그랬다. 뒤늦은 후회.
나를 어떤 사람으로 설명할 것인가.
그냥 대충 글 첨삭받고 내일 중으로 지원서 마무리짓고 싶었는데 본질적인 문제를 마주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