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집 밖으로 한 발도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면접 준비를 하긴 했다.
오후쯤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산더미같이 쌓인 설거지 거리를 바라보았다. 밥 먹고 설거지해야지.라고 마음을 먹었다. 동시에 깨달았다. 나는 설거지를 하지 않을 것이다.
왜?
할 일로 지정하는 순간 하기 싫어지니까.
면접 준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원래의 계획은, 일어나서 씻고, 면접 준비를 위한 원고를 뽑고, 카페에 가서, 전자기기 없이 오롯이 시간을 투자해 원고를 쳐다보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씻어야지, 컴퓨터도 켜서 프린트도 해야 하지, 집 밖에 나가야 하지, 핸드폰이나 기타 전자기기를 가져가고픈 욕망과도 싸워야 하지...
선결조건이 많아지면 많아질 수록 하기 힘든 퀘스트가 될 것 같았다.
어쨌든 면접 준비를 하기만 하면 되니까, 최대한 손이 덜 가는 방식을 택했다. 핸드폰으로 클라우드에 올려뒀던 문서를 다운로드하였고, 무슨 이야기를 할지는 적당히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결된 한 단락을 떠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어서 그 멘트 짜기 싫다고 차일피일 준비를 미뤄왔었다. 그래서 그냥 카톡 나에게 보내기 해서 키워드만 간단하게 적어뒀다.
그리고 키워드와 같이 이야기할 예시도 떠올려만 뒀다.
솔직히 1분 자기소개는 좀 더 공을 들여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오늘 저렇게 대충이라도 진도 빼려고 노력한 덕에 장단점에 쓸만한 이야기들을 건져냈고, 다른 예상 질문도 대비할 만한 레퍼런스를 찾은 것 같다. 어차피 말로 설명할 거니까 정제된 문장이 아니더라도 내가 소재를 기억해내기만 하면 미래의 내가 잘 말하겠지. 내가 면접장에서 과도하게 떠는 편은 아니라 조금은 나를 믿어보고 싶다.
대충이라도 해내는 게 완벽한 미완보다 낫다.
이 생각 덕에 조금이라도 스스로 당당한 하루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