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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안 Feb 09. 2020

노는 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라

오늘은 주말이니까, 모처럼 늦게 자려고 했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건 주말에만 느낄 수 있는 길티 플레저. 그런데 평소 자던 시간이 되자 졸려서 잠들었다. 평소 일어나던 시간에 맞춰서 잠이 깨기도 했다. 이게 습관이 되긴 하는구나. 하지만 더 잤다. 눈을 뜨니 열두 시를 앞두고 있었다.


멍 때리며 침대에 누워있다가, 한 시 반이 되어서야 밥을 먹으러 밖에 나갔다. 다이소에 들러 여러 가지 청소 용품을 샀다. 들어오자마자 화장실 청소를 했다. 락스만 뿌린다고 청소가 되는 건지 늘 의문스럽지만 일단 뿌리고 닦아내 본다.


세 시가 넘었다. 방 청소를 마저 해야 하지만 비척비척 침대 사이로 들어갔다. 전기장판까지 틀면서 나는 망했음을 직감했다. 결국 여섯 시까지 침대 밖에 나오지를 못했다.

왜 사람은 노는 게 제일 좋은 동물일까. 이렇게 주말이 달콤하고 휴식이 즐거운데 사회인으로 일할 수 있을까? 진심으로 걱정이 됐다.


일곱 시쯤 집으로 친구들이 모여들었다. 교환학생을 다녀온 친구를 환영하자는 명목으로 만나서 회부터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엽떡, 배스킨 라빈스를 거쳐서야 이 엄청난 돼지 파티가 끝났다. 열한 시가 되어가는 시점이었다.


이상적인 원래 계획대로라면 오늘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작성을 시작해야 했다. 어제저녁은 오늘을 믿고 놀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주말이라는 명목으로 또 놀았다. 내일은 정말 뒤로 물러날 데가 없다.

그 와중에도 작업하던 목록이 있으니, 이전에 자기소개서를 써본 경험이 있으니 좀 쉬울지도 모르겠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붙는다. 마치 시험 전 날 새벽 네 시 같은 기분으로.

내일은 정말로. 무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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