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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 H Jul 26. 2023

9개월을 기다린 장학금 합격 소식

Ep4


 2차 발표가 5월에 난 뒤로도 최종 합격을 위해 또 기다려야 했다. 합격할 것이라는 생각이 컸지만 그래도 안심되지는 않았다. 이번 의대 입학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몇 개월 동안 정말 가까운 사람을 제외하고는 내가 준비한다는 사실조차 말하지 않았었다. 취준을 하면서 생긴 나만의 징크스가 있었다. 항상 내가 뭔가 하겠다고 말을 먼저 사람들에게 해 놓으면 이뤄지지 않았다.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에게 내 목표를 미리 말을 해놨을 때는 결과가 항상 좋지 않았다. 이번에는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준비했기 때문에 작은 것이라도 마음에 걸리는 것을 없애고 싶었다. 엄마에게도 거의 지원할 때가 돼서야 알렸다.


 드디어 7월, 합격자 발표가 났다. 11월부터 지원이었으니 거의 최종 결과 발표까지 9개월이 걸렸다. 내 인생 가장 감격스러운 합격발표를 받았다. 정말 기쁘면 눈물이 난다고 하는데 눈물은 나지가 않았다. 하지만 마음은 가득 채워졌다. 가족들에게 알리고 친구에게도 알렸다. 너무 기쁜 마음에 이 세상에 다 알리고 싶었다. 무모한 나의 도전에 응원해 줬던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감사했다.




 엄마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 게 많고 꿈이 크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학교활동도 잘하고 공부도 열심히 해서 고등학교 때까지는 엄마가 나를 많이 믿어주셨다. 그런데 취업이 잘 되지 않고 계속 딴짓만 하는 것을 몇 년 동안 지켜보니 엄마가 나를 점점 신뢰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의대에 대해 처음 말을 꺼냈을 때도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고만 생각하셨다.


 나는 하고 싶은 것이 어렸을 때부터 너무 많았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되고 싶고.. 고등학교 때에도 꿈이 1년마다 바뀌었다. 진짜 원하는 게 뭔지, 뭘 잘하는지 잘 알지 못했다. 나에게는 돈이 어렸을 때부터 중요한 요소였다. 그래서 돈이 드는 건 최대한 안 하는 쪽으로만 선택했다. 취업이 잘된다는 공대를 들어갔다. 입학한 뒤 전공이 안 맞는다는 것을 1학년 때부터 알았지만 다른 과로 바꿀 용기가 없었다. 그러다 보면 또 졸업이 늦어지니까. 또, 지금 과 보다 취업이 잘된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이건 나의 아주 잘못된 착각이었다. 내가 흥미가 하나도 없는 과에서 억지로 버텨봤자 학점이 낮았고, 거기다가 다른 활동까지 하지 않았으니 대기업에 취업이 될 리가 없었다.


 그래도 20대 때 다양한 경험을 하고 보니 나의 장점, 단점, 내 성향 같은 것들이 보였다. 나는 계속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변화하는 환경을 좋아한다. 그리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는 끝까지 해낸다. 단점은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익숙해지기 까지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단순 반복,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을 굉장히 싫어한다.


 중학교 때까지 다리 때문에 장애 판정을 받은 할머니랑 함께 살았다. 그래서 몸이 불편한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 내 몸에 스며들어 있다. 유치원생 때부터 할머니의 짐을 내가 들고 다녔다. 할머니가 아프실 때마다 마사지를 해드리고 항상 관심을 가지고 몸 관리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렸다. 누군가의 아픈 몸을 고칠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 큰 보람이 될 것 같았다.


 결국 돌고 돌아 이십 대의 끝에서야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되었다. 물론 공부를 하면서, 또 일을 하면서 분명 힘들 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끝까지 견뎌낼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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