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키도키 Sep 05. 2023

외국 생활에 대한 환상

Ep21


아주 어렸을 때부터 외국 생활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우연히 본 미국 드라마, 프로그램이 내 흥미를 자극했고 고등학생 때 다큐멘터리를 보고 북유럽 교육에 충격을 받았다.


 하루하루 압박감에 마음 편한 날이 없던 나의 청소년 시절. 그때부터 해외에 살고자 하는 꿈을 키웠다. 외국에 가면 모든 게 잘될 거라고 생각했다.


외국의 내가 바라던 삶은 돈이 많아야 가능한 것이었다. 해외로 가서 돈이 없이 잘 살 수 있는 나라는 없다. 그들 입장에서 나는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모든 게 내 입맛대로 다 좋을 순 없다. 특히나 우리나라에서 누렸던 당연한 편리함들이 사라지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서류 작업


한국을 벗어나면 나는 그들에게 외국인이다. 어떤 나라던지 몇 개월 이상 머무르려면 비자를 신청하고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처음 학교 입학을 했을 때 거주증을 발급받아야 했다. 우리나라처럼 일처리가 빠르지 않고 사무실을 방문할 때마다 예약도 해야 했다. 서류 하나라도 잘못 가져가는 날에는 또 기다려야 한다. 거주증이 나오기까지 몇 주가 걸리고 받으러 우체국에 찾아가야 한다.


학교 사무실도 하루 2,3시간 열려있고 항상 줄이 길게 서있다. 바쁜 시기엔 이메일로 아무리 연락을 해도 답장이 안 올 수도 있다.


해외에 살다 보면 외국인이기에 해야 하는 많은 서류 절차들을 해야 한다는 것이 상당히 귀찮다. 외국에서 일해본적은 없는데 아마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훨씬 더 복잡한 서류 작업들을 해야 할 것이다.


편의 시설


 우리나라처럼 안전하고 깨끗한 편의시설이 있는 나라가 몇이나 될까? 외국에 나가보니 한국에 지하철 화장실이 있는 것도, 이만큼 관리하는 것도 너무 감사하다.


우리나라는 모든 공공 기관들이 대부분 깨끗하고 잘 관리되어 있다. 유럽은 상당히 오래된 건물에 깨끗해 보이지 않는 곳들이 많다.


학교 시설도 한국 대학교가 정말 좋은 편이다. 한국학교에서는 조용히 집중해서 공부할만한 공간이 참 많았다. 서울에는 동네 도서관도 많았다.


물, 반찬 

 

 한국은 물에 관대한 나라다. 식당 어딜 가도 물은 당연히 무료로 제공해 준다. 어느 곳은 보리차를 주기도 한다.


 유럽도 물을 줄 수도 있지만 무료로 주는 물은 석회수다. 맛이 없고 수돗물 맛이 난다. 그 외에 제대로 된 식용 물은 다 사 먹어야 한다.


 김밥천국을 가도 반찬을 주는 우리나라와 달리 외국에서는 많은 것을 사 먹어야 한다. 이건 서구권 나라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 처음에 무료처럼 생긴 식전빵이 무료가 아니었던 것이 놀랍기도 했다.


다른 문화


 성인이 될 때까지 한국에서만 살던 나이기에 아무리 서구권 영향을 받았어도 난 토종 한국인이라는 것을 많이 느낀다.


 서구권 나라는 언제나 Samll Talk를 준비해야 한다. 나는 아직도 이게 적응이 되지 않는다. 나는 한국에서도 낯선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 불편한데 항상 궁금하지 않은 것을 물어보고 대답해야 하는 상황이 불편하다.

 

 가끔 아는 사람을 만났을 때 How are you?라고 묻는 것을 까먹는다. 한국에서는 본론을 바로 말하는 편이라 How are you 물어보는 게 어색하다. 몇 년이 지나면 익숙해지겠지?


 코를 푸는 것이 여기서는 비매너가 아니다. 밥을 먹으면서도, 조용한 도서관 안에서도 엄청나게 큰 소리로 코를 푼다. 코를 훌쩍이는 것이 더 더럽다고 생각한다고 들었다.




 살다 보니 나의 외국에 대한 환상은 많이 사라졌다. 사람 사는 곳 다 똑같다는 말이 있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전혀 똑같지 않다.


 어디든 장, 단점이 있기 마련이고 어떤 부분이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따라 해외생활이 더 좋을 수도, 한국이 더 좋을 수도 있다.


 










작가의 이전글 유학생활 영어 고군분투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