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생활
유학생활을 하면서 친구를 거의 만들지 않았다. 2학년 1학기 때까지 내 일상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는 한 명 밖에 없었다. 가끔 만나는 친구 한 명 더 정도? 그래서 그런지 학교 생활할 때도 외로울 때가 많았다. 도움을 요청할 선배 한 명도 없고, 대부분은 내가 알아서 해결해야 했다.
외국인이 훨씬 많은 환경에서 외국인 친구도 만들지 않았다. 외국인들은 아무래도 텐션이 굉장히 높아 이야기를 하고 나면 진이 빠졌다. 더 어렸을 때는 그것마저도 재밌었는데 이제는 공부가 가장 나의 1순위가 되었기 때문에 사회생활에 관심이 없었다.
2학년 2학기 가장 힘들고 치열한 학기가 시작됐다. 다행히도 몇 명 정도 2학년 2학기 스터디를 하는 데 나도 친구가 껴주었다. 그러면서 조금 더 마음이 열렸다.
학교를 다니면서 그전까지는 나도 모르게 피해의식이 있었다. 저 애들은 부자라서 좋겠다. 부모님이 의사라서 좋겠다. 나는 돈을 안 벌고 공부를 한다는 것에 대해 매일매일 죄책감을 느끼는데 그런 느낌을 안 받고 살 수 있어서 부러울 따름이었다. 나와는 다른 세상 속에 사는 사람들 같았다.
생각을 고쳐먹었다. 나보다 잘나서 좋겠다는 꼬인 생각이 아니라 이런 친구들과 내가 똑같은 공부를 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한국에서 평생 살아도 이렇게 부유한? 친구들을 만나본적도 없는데 만나게 되었다는 게 신기하고 좋았다. 가끔 나도 그 친구들처럼 돈 걱정 없이 여행을 가거나 외식을 자주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곤 하지만. 그건 내가 감당해야 할 문제다.
한 명 한 명 얘기를 나누며 친해졌다. 알고 보니 다들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내가 한국 대학교에 다니고 생활했을 때 봤던 사람들과 다른 면도 분명히 많다. 그래도 나를 존중해 주고, 배려심이 깊은 친구들이 많았다. 한국대학교와 다르게 여기는 나이로 대우를 해주지만, 한국 대학생들보다 예의가 없는 애들도 많았다. 내가 꼰대가 된 것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한국에서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 속에서 생활했었는데 이제 다 동생이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었다. 13학번인 내가 03년생 선배를 보는 느낌은 정말 이상했다. 나는 이때까지 뭐 했지, 저 애들은 어리고 돈도 많아서 부럽다. 같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
같은 환경 속에서 내 마음가짐, 시야에 따라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에 놀란다. 그리고 다르게 생각해 볼 수도 있었다. 내가 처음 스무 살 때부터 여기에 왔다면 잘할 수 있었을까?라고 생각하면 의문이 든다. 나는 한국에서 대학생활도 해보고 이것저것 많이 경험을 해봤으니 지금 뭔가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든다. 공부를 제일 우선순위로 할 수 있다. 진로에 대한 걱정도 하지 않는다.
어렸을 때 왔다면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싶고 내가 이 길이 맞는지 정말 고민을 많이 했을 거 같다. 공부가 제일 우선순위가 되기에는 아까운 20대니까.
나는 이렇게 늦게 또 대학생활을 하지만 좋은 동생들을 많이 만나게 된 것에 감사한다. 나이가 같은 친구들보다 어쩌면 더 편한 거 같기도 하다. 동생들을 보며 나의 20대를 되돌아보기도 하고 더 힘을 받기도 한다. 나도 같이 정신연령이 어려지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오늘의 요점
유학은 너무 어릴 때보단 20대 중반에 추천.. 30대에 올 거면 돈을 많이 벌어서 와야 한다. 안 그러면 매우 서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