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부모님 댁에 방문했다. 예전에 읽었는데 참 어려웠던 책이 있었다. 10년이 더 지났으니 다시 읽으면 느끼는 바가 다를까 싶어 그 책을 찾기 위해서였다. 책장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다행히 발견한 책은 지나간 세월을 보여주듯 많이 바래져 있었다. 책 상태를 보려고 휘리릭 넘겼는데, 품속에 고이 간직해준 책갈피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나는 성격이 급해서 글씨를 휘갈기듯 쓰기도 하고 예쁜 글씨와는 거리가 먼데, 꼭 기억하고 싶었는지 한 글자 한 글자 눌러쓴 책갈피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다.
- 괴테
책갈피를 보며 나도 모르게 코웃음이 나왔다. 난 지금도 방황하는 듯한데, 그 때도 그랬나 생각이 들면서도 참 변함이 없군 싶었다. 나는 저 책갈피를 쓴 것도, 무엇 때문에 힘들어서 저렇게 적어 책에 가지고 다녔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오늘도 힘겹고 어디로 나아가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것은 내가 오늘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뒤돌아보면 지금처럼 크게 기억이 나지 않는 찰나의 사건일 수 있을 테니, 오늘도 노력한 나에게 응원을 담아 와인 한 잔을 건네며 하루를 갈무리한다.
[사진: Unsplash의Narges P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