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길을 걷다 발견한 연극 포스터, 23년도에 뜨거운 호응을 받고 25년 1월 재개막을 하는 아서 밀러(Arthur Miller)의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man)] 연극 포스터였다. 마침 극장이 회사 근처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로 운 좋게 공연 첫날 티켓을 예매해 퇴근 후 떨리는 마음을 안고 찾아갔다. 여러 유명한 배우가 작품에 등장하는데, 내가 관람했던 날은 윌리 役 박근형 배우, 린다 役 예수정 배우, 비프 役 이상윤 배우, 해피 役 고상호 배우, 찰리 役 신현종 배우, 버나드 役 구준모 배우가 열연했다.
아서 밀러의 작품은 시대를 넘나드는 사회적 메시지와 인생에 대한 질문을 많이 던지는 듯하다. 경제, 가족관계, 삶에 대한 태도, 진실과 거짓 등 마주할 수 있는 여러 주제를 남긴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처음 읽었을 때부터 충격과 함께 마음에 울림을 주었던 작품이다. 대학 시절에는 윌리의 인생에 대한 고난과 희생, 경제적 자유에 대해 더 고민했다면, 이번 극 관람 후에는 비프가 현실을 대했던 방식과 변화에 대해 새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야기가 끝난 후 복잡하고 혼합된 감정들이 물밀듯 휘몰아치며, 내 얼굴이 눈물로 범벅된 것은 변함이 없었다.
관람 후 어렵게 자리에서 일어나 감정을 추스르며 걷던 중 하늘을 올려다봤다. 밤하늘에 아주 반짝이는 별이 보였는데, 예전에 동생과 함께 나누었던 대화가 스치듯 떠올랐다. 그때도 유독 빛나던 별이 있었다. 그 별을 보며 너무 반짝이는 별은 별이 아니라 인공위성이라는 내용이었다. 별인가 인공위성인가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했던 것 같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우리는 확인할 방법도 없었던 데다가, 그 별의 진실은 우리 인생에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며 함께 그 시간을 즐겁게 보내면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대화로 무언가 변화가 있었다면 그것은 특히 의미 있는 사건이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정말 그 별이 별인지 인공위성인지 알기 위해 천체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가 되었거나 한다면 말이다.
이런 생각이 줄을 잇던 중, 마치 인공위성일지 모르는 별을 바라보는 윌리와 비프가 상상이 되었다. 꿈꾸며 별을 바라보는 윌리와 현실을 직시하며 인공위성을 바라보는 비프. 용기 내 진실을 마주하라고 외치는 비프와 자꾸만
이상으로 도망치는 윌리. 그저 비록 그 별이 인공위성이라고 하더라도 그 별로 인해 희망을 품고 살아간다면 그것은 이미 인공위성 그 이상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모두 살아가기 위한 몸부림일 뿐. 어려운 시기에 현실을 버텨내기 위해 윌리는 꿈꾸고, 현실을 살아내기 위해 비프는 깨우친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밤이었다. 깨우침에도 큰 용기가 필요하니 말이다.
윌리처럼 버티고, 비프처럼 나아가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