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엔 떡만 들어가지 않는다
1분기, 어김없이 회사에서는 업무평가 시즌이 다가왔다. 2024년을 되돌아보는 시간이다. 우리는 회사 안에서 일을 하고 월급을 타고, 성과와 태도를 평가받고 연봉 협상(이라 쓰고 통보라고 읽는 경우가 많지만)을 한다. 업무를 하면서 종종 더욱 눈에 띄는 역할에 대해 더 큰 가치와 중요성을 부여할 때가 있다. 그 부분이 나의 노력과 기여를 더 보여줄 수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연재 중인 브런치북 '요알못 아내의 밥상 차리기'를 위해 요리를 하다 느낀 점이 있었다. 처음 바지락 술찜을 할 땐 재료를 다듬고 사진 찍고 정신이 없어 눈으로 요리하기에 바빴다. 그래서 요리하면서 간을 볼 생각조차 못 했다. 떡국은 이미 준비된 있는 재료가 많고, 두 번째여서 그런지 조금 더 여유가 있었다. 중간에 간도 볼 수 있었고, 맛을 봐가며 재료를 추가하기도 했다.
떡국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재료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떡이다. 떡만둣국이라면 당연 떡과 만두다. 이미 이름부터 그렇게 적혀져 있지 않은가. 어떤 프로젝트를 할 때 이처럼 떡이나 만두 역할을 맡고 싶어 한다. 그 요리에서 가장 돋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재료가 또 있다. 바로 물이다. 물이 없다면 그저 떡이고 만두일 뿐, 국은 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이들만이 중요한 재료일까?
내가 처음 간을 보았을 때, 전혀 간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맛이 너무 없었다. 그 안에 다진 마늘, 참기름, 간장을 넣으니 새로운 맛이 나타났다. 그 후에야 "음, 맛있군!" 이라는 멘트가 절로 나왔다. 하지만 떡국이라는 프로젝트에서 참기름을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떡 역할을 하고 싶지, 참기름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다진 마늘, 참기름, 그리고 간장을 넣기 전의 떡국은 완성도가 떨어지는 요리였을 것이다. 겉보기에는 떡국과 같았겠지만, 나에게 대접했다면 제대로 먹지도 못했을 것이다.
생각보다 다진마늘, 참기름, 간장의 역할은 어마어마했다. 그들이 제 역할을 해 주었기에 맛있는 떡국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이처럼 모든 역할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내가 조금 주요한 역할을 맡았다고 혼자 해낼 수 없고, 내가 조금 덜 돋보이는 역할을 맡았다고 중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런 부분을 캐치하는 것 또한 리더의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2025년, 떡도 참기름 역할도 해 나가며 올해도 성장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며.
[사진: Unsplash의Brooke L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