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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의 중요성

적고자 하는 마음가짐

by 이루나

우리 뇌에서 단기기억을 할 수 있는 용량은 한계가 있다고 한다. 기억세포가 줄어드는 중년 이후부터는 메모하는 습관을 키우는 게 좋다고 하는데, 나 역시 그러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예전에는, 특히 일과 관련해서는, 해야할 일을 잊은 적이 없었다. 굳이 메모하지 않아도 잠깐 확인해야 하거나 공유해야 하는 자잘한 일들 역시 머릿속에서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인가 하나둘 놓치기 시작했다. 퇴근 후에야 생각이 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더니, 심지어 한 번은 데드라인을 놓쳐 크게 당황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캘린더에 데드라인을 표시하거나 컴퓨터든 다이어리든 어디엔가 메모한다.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생각이나 이야기들 역시 메모하려고 노력한다. 갑자기 떠오르는 아이디어들 역시 그때 붙잡지 않으면 사라져 버린다. 문제는 메모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거나, 내 기억력을 너무 믿었을 때다. 메모했을 때 메모를 다시 보지 않아도 생각나는 경우가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머릿속으로 여러 번 생각하더라도 다른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샌가 휘발되어 '나중에 적어야지!'라는 의지만 남아있다.


최근에도 떠올랐던 생각을 메모하지 않고 나중으로 미뤘던 적이 있다. 막상 책상 앞에 앉으니 이미 내 머릿속은 백지로 변해 한 글자도 적을 수가 없었다. 키워드도 없이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쉽지 않았다. 오히려 그동안 메모했기 때문에 메모를 보지 않아도 기억했었던 것일지 모른다. 특히 아날로그 종이에 손으로 쓰면 메모한 내용을 더 쉽게 기억할 수 있다고도 하니 말이다.


쓰고자 했던 주제는 끝내 기억해내지 못했지만, "역시, 바로 메모하지 않으면 기억이 나지 않는구나. 지금 생생한 기억이 나중에도 그러할 것이라고 자신하지 말자."라는 깨우침과 이 글이 남았다.



[사진: UnsplashAngelina Litv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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