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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간의 말하기

강원국의 글쓰기

by 이루나

브런치를 시작하고 친한 선배에게 추천받은 책이 있다. 바로 "강원국의 글쓰기"다. 글쓰기와 관련된 이야기와 조언들이 가득하다. 책을 다 읽어갈 무렵, 10시간 말하기에 대한 내용을 읽고 흥분를 감출 수가 없었다.

출판사에서 일할 때, 유명 저자에게 책을 써달라고 부탁하면 시간이 없다고 거절한다. 하지만 강연을 해달라고 요청하면 생각해보겠다고 한다. 2시간짜리 다섯 차례 강연을 기획해서 장소를 마련하고 청중을 모집해 주면 대부분 거절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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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10시간 분량의 말이 확보된다. 녹음된 말을 글로 풀어 다듬고 살을 붙여 감수하면 책 한 권이 만들어진다. 말이 글이 되고 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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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간 말할 수 있으면 책이 된다고 얘기한다.

- 강원국의 글쓰기 中


나 역시 내가 흥미 있는 것, 나의 경험, 무엇이든 이야기할 수 있으면 책 한 권을 금방 집필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기대도 잠시, 이윽고 마음이 조금 씁쓸해졌다.


관심이 있는 것은 많았다. 여행, 만화, 뮤지컬 등. 경험한 것도 많았다. 지금까지 친구들과 대화한 것만 생각해도 이야깃거리는 충분하다. 하지만 이내 10시간이라는 숫자가 유독 크게 보였다. 나열한 목록 중에 '10시간을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가 있을까?' 스스로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는 답변이 없었다. 단 한 가지, 일과 관련된 주제를 제외하고 말이다.


회사원으로서, 내가 파트너에게 소개하는 우리 회사, 상품, 강점, 최근 시장의 변화- 이런 것들 말이다.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나는 지금껏 어떻게 산 거지?

내 삶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


마치 내게서 회사를 벗겨내면 남아 있는 것이 없는 것 같았다. 분명 내 안에 이야깃거리는 있을 것이다. 절대 일만 하던 인생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그동안 생각해 보지도, 입 밖으로 꺼내어 보지 않았기 때문에 10시간이라는 시간에 내 이야기로 담을 자신이 없다. 반면 회사 업무는 매일 내 머릿속에서 유영하고 있고, 말의 형태로 만들어 내보내기 때문에 반대로 자신이 없을 수가 없다.


안타깝다. 스스로가 안타까웠다.

그리고 이제는 생각의 방향을 바꿔보기로 했다.


찾아보자. 내가 10시간을 말할 수 있는 나의 일부.

만들어보자. 10시간을 신이 나서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는 나의 것.


2시간씩 다섯 차례면 10시간을 채울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2시간짜리라도 찾고 만들어보자. 그리고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내가 아닌 나라는 사람을 오롯이 들여다보고 시간을 보내보자. 이 또한 연습하면 금방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사진: UnsplashThom Milkov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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