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묘미
최근 갑작스럽게 남편과 짧게 부산에 다녀왔다. 퇴근하고 내려가는 길이다 보니 기차역에서 가까운 숙소를 예약했다. 밤늦게 도착해 간단히 먹고, 다음날을 기대하며 잠들었다. 부산은 종종 내려가기 때문에 엄청난 계획은 없었다. 그저 광안대교만 보고 와도 너무 좋은 곳이고, 어디든 자연과 함께하는 느낌이기 때문에 마음 가는 대로 가야지 싶었다.
나는 창문 밖이 트여있는 곳이면 커튼을 잘 치지 않는다. 너무 밝아 잠에 들기 어려울 경우를 제외하곤 말이다. 아침에 햇살을 받으며 눈을 뜨면 그날 하루 즐거운 기분으로 시작할 수 있다. 저 멀리 부산항이 빼꼼 보이는 숙소인지라 이번에도 일부러 커튼을 치지 않았다. 다행히 날씨도 너무 좋아 산뜻한 아침을 맞이했는데, 문제는 숙소 근처에 식당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굶주린 배를 이끌며 돌아다니니 한식뷔페식당이 하나 보였다. 아직 상가들이 다 입점하지 않아 편의점을 제외하고 음식을 판매하는 단 하나의 식당이었다. 사실 한식당 같은 한식뷔페식당인 줄 알았는데, 들어가 보니 아주 깔끔한 현장식당 느낌의 장소였다. 아주 오랜만에 학교가 생각나는 급식용 식판에 음식을 적당히 떠왔다.
솔직히 맛집 느낌의 식당은 아니었고, 음식 또한 특별한 것이 없었다. 다른 손님들은 근처에서 근무하시는 분들로 보였다. (아마도) 보안이나 다른 자영업자분들, 근처 공사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 등 다양한 분들이 같은 급식판을 앞에 두고 식사하고 있었다. 예상치 않은 곳에서 예상치 않은 분들과 예상치 않게 여행의 일부를 함께하는 느낌에 두근거림이 올라왔다. 비록 우리는 객(客)이나 그 삶의 일부가 된 느낌이었다. 그분들의 일상의 시간을 아주 조금 맛볼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
배를 채우고는 근처에 있던 북두칠성도서관으로 향했다. 작지만 마치 별마당 도서관처럼 독특하고,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기 좋은 곳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아이와 함께 온 가족도 있고, 조용히 노트북을 쓰거나 독서하고 계신 분들도 계셨다. 나는 책 한 권을 들고 자리를 잡았고, 남편은 조용히 일을 시작했다.
바삐 움직이지도 않고, 특별해할 것도 없는 여행 일정이었다. 그래도 여행을 다녀온 후에도 그때 그 시간이 여운이 많이 남는다. 새롭게 느낀 사소한 여행의 사소한 일상에서 느끼는 매력이었다.
지치고 잠깐의 쉼이 필요할 때 나를 회복시켜 줄 수 있는 그런 여행 :)
[사진: Unsplash의dominik hofbau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