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 엄마….
“엄마, 이제 내가 엄마할게.”
‘엄마’라는 단어 앞에서 나는 늘 작아진다.
언제나 나는 아픈 손가락으로, 엄마에게 슬픔을 준 막내딸이다.
그런 내가, 이제는 엄마의 삶을 기억하고 싶다.
내가 아는 엄마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좋은 엄마’는 아니었다.
엄마는, 엄마의 엄마와 아빠에게도 사랑받지 못했고,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남편마저 너무 이르게 떠나보내야 했다.
그래서 엄마는, 사랑을 주는 법을 몰랐다.
우리는 네 남매다.
우리도 부모의 사랑이 어떤 건지 잘 모른 채 자라왔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엄마의 마음엔 분명 사랑이 있었고,
그 사랑은 조금 다르게 표현되었을 뿐이라는 걸.
그래서 누군가 내게 “당신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누구인가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우리 엄마요.”
1941년생.
한글도 모르고, 세상 돌아가는 소식에도 무심한 엄마는
자신이 못 배운 삶의 아쉬움을 꾹꾹 눌러 담아
그저 우리 네 남매를 지켜내는 일에 인생을 다 바치셨다.
배운 것은 없지만, 배운 사람보다 더 정직하게, 더 단단하게 우리를 키워내셨다.
엄마의 행복은 아주 단순했다.
매일 흰쌀밥을 지어 우리 입에 넣어주는 일.
치킨 한 마리에 모두가 달려들 때
맨 마지막 닭 목뼈 하나를 조용히 집어 들며
“이게 얼마나 맛있는 부위인지 아냐”고 웃던 사람.
나는 오랫동안, 엄마가 닭다리를 싫어하시는 줄 알았다.
그리고 어느새, 여든을 넘긴 엄마.
코로나가 끝나갈 무렵, 오빠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말 없는 오빠에게서 전화가 오면,
가슴이 먼저 내려앉고, 손이 떨리는 채로 받게 되었다.
“엄마가 경계성 치매 초기 진단을 받으셨어.”
그날 이후, 나는 자주 울었다.
엄마가 나를 잊어갈까 봐,
엄마에게서 지워질까 봐,
그리고 엄마가, 엄마 자신을 잃어버릴까 봐.
그래서 나는 기록한다.
한 장면씩, 한 기억씩,
엄마와 나 사이에 흐르던 모든 순간을 조용히 꺼내보려 한다.
잊히기 전에, 사라지기 전에,
딸로서 내가 기억하기 위해.
나는, 내가 기억하는 엄마의 삶을 천천히 그려봅니다.
그 사랑, 다음 생엔 내가 엄마가 되어
내 딸이 된 엄마에게 다 안겨드릴 수 있기를 그려봅니다.
오늘도 제 글에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마음 덕분에, 계속 쓸 수 있습니다.
연재 중인 시리즈
<<엄마, 이제 내가 엄마할게>> - (월·수·금)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를
끝까지 기억하려는 딸의 기록입니다.
<<루나의 세비야 >> - (화·토·일)
좌충우돌 이방인의 삶,
사랑, 회복, 그리고 자립의 기록.
<< 진실, 유죄>> - (목)
사라진 진실에 대해,
이제는 말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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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naHan윤영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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