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법으로는 지킬 수 없었다 – 스토킹처벌법의 경계

법이 가야 할 방향은, 진짜 위험을 향해야 한다

by luna Han 윤영

신고는 늘었고, 피해도 늘었다


2021년 10월, 한국 사회는 ‘스토킹처벌법’을 만들었다.

누군가를 따라다니거나 반복적으로 괴롭히는 행위는 이제 명확한 범죄가 되었다.


그런데 2023년, 2024년, 2025년.

여성의 생명을 우리는 계속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


공식 통계는 없지만,

2009년부터 2023년까지

친밀한 관계 내 남성에 의해 살해당한 여성은 1,379명에 달한다.

스토킹 피해를 신고했던 여성들 중,

그 후에 목숨을 잃은 사람들도 적지 않다.

(여성신문, 2023.9.13)


신고는 늘었다.

그러나, 죽음도 늘었다.


2021년 신고 건수는 14,509건.

2022년엔 29,565건.

2023년엔 31,824건.

불과 2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시사상조신문, 2024.5.2)


하지만 그렇게 많은 신고가 있었음에도,

피해자들은 계속해서 살해되고 있다.


인천에서는 이별 후 7차례나 경찰에 신고하고

접근금지 명령까지 받았던 여성이 전 연인에게 살해됐다.

법원은 가해자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KBS 뉴스, 2023.7.17)


대구에서는 이혼한 전 남편이 가스관을 타고 침입해

전 아내를 흉기로 살해했다.

두 달 전 흉기 협박 전력이 있었지만, 영장은 기각됐던 사건이었다.

(경향신문, 2025.6.13)


의정부에서는 접근금지 명령과 스마트워치 지급,

신변 보호 조치까지 있었지만

그는 단 6일 만에 피해자의 직장에 찾아와 칼을 휘둘렀다.

그날, 그녀는 스마트워치를 착용하지 않았다.

(KBS 뉴스, 2025.7.26)


세 사람 모두,

신고했다.

법적 조치도 받았다.

하지만 생명을 지킬 수는 없었다.


반대편에서는, 전혀 다른 문제가 생기고 있었다.


이별 후 빌려준 돈을 돌려달라는 문자를 여러 차례 보낸 여성이 있었다.

그 남성은 그녀를 스토킹으로 고소했고, 검찰은 이를 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채권 회수를 위한 정당한 연락”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법률방송, 2024.4.12)


또 다른 남성은 이별 후 나흘간 후회와 미안함의 감정을 담은 문자를 보냈다.

검찰은 이를 스토킹으로 판단해 기소했지만,

법원은 “감정 정리 과정”이라며 역시 무죄를 선고했다.

(뉴스1, 2025.7.10)


층간소음에 반복적으로 항의한 사람에게는

스토킹범죄 경고장이 발부됐다.

공포 유발이 아닌 생활 불편이었음에도,

경찰 조치는 형사 입건으로 향할 뻔했다.

(서울신문, 2023.10.5)


세 사례 모두 서로 다른 맥락이지만, 공통된 흐름이 있다.


관계가 끝난 뒤

정리하려는 연락이 있었고,

그 연락이 고소로 이어졌다.


김앤리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 같은 사례에 대해

“정당한 이유가 있었음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돈을 돌려달라는 요구든, 감정의 사과든, 항의든,

그 자체만으로 범죄가 되는 것은 아니며,

내용과 반복성, 상대방의 반응 등이 모두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말한다.

(김앤리 법률사무소 칼럼, 2023)


법무법인 정음은

스토킹처벌법이 고소 전략으로 남용되는 구조에 대해 경고했다.

실제 피해 여부와 무관하게,

먼저 고소한 사람이 법적 우위를 점하게 되는 사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정음 칼럼, 2023)


신고는 늘고 있다.

법을 몰랐던 사람들도 이제는 안다.

이전에는 참았던 일들도 이제는 신고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구속률은 낮다.

2021년 7%였던 구속률은 2023년 3.2%로 줄었다.

접근금지 명령은 있어도, 실질적인 격리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피해자들은 죽고 있다.

법은 있지만, 막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

신고 자체가 전략이 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연인 관계에서 한 사람이 먼저 경찰서를 찾는다.

문자 몇 통, 통화 몇 번.

그것으로 잠정조치가 내려지고, 기록이 남는다.


어떤 이는 스토커가 아니라,

그 관계를 마무리하고 싶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먼저 신고한 사람이 있었다.

그 순간부터, 말할 수 있는 기회는 사라졌다.


스토킹은 반드시 강하게 처벌되어야 한다.

그러나

누군가의 미련, 대화의 시도, 감정의 소화까지

모두 범죄로 기록된다면,

그건 법의 이름으로 감정을 금지하는 사회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스토킹의 정의를 더 정교하게 해야 한다.

감정과 범죄의 경계는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잠정조치와 구속 조치에는 실효성이 있어야 한다.

종이 한 장으로는 생명을 막을 수 없다.


고소 남용을 막을 장치도 필요하다.

진짜 피해자들이 외면받지 않게 하려면,

그들이 보내는 첫 신호가

정말 위험한 순간을 알리는 구조 속에 있어야 한다.


무고 피해자 보호 시스템도 도입돼야 한다.

스토킹 고소가 법을 악용하는 수단이 되지 않도록,

우리는 법을 계속 점검하고 다듬어야 한다.


법은 생명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지금은,

그 법을 다시 돌아봐야 할 시점이 아닐까?




오늘도 제 글에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마음 덕분에, 계속 쓸 수 있습니다.


연재 중인 시리즈


<<엄마, 이제 내가 엄마할게>> - (월·수·금)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를 끝까지 기억하려는 딸의 기록입니다.


<<루나의 세비야 >> - (화·토·일)

좌충우돌 이방인의 삶, 사랑, 회복, 그리고 자립의 기록.


<< 진실, 유죄>> - (목)

사라진 진실에 대해,이제는 말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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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naHan윤영의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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