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빛과 같다

그 빛은 아무리 덮어도 언젠가는 새어나온다.

by luna Han 윤영

우리는 어릴 적부터 ‘도덕’이라는 과목을 배웠다.

하지만 자라면서, 수능 과목에서 제외된 탓인지 그 과목은 점점 유명무실해졌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는 ‘도덕’이라 불리는,

나름의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선이 있었다.


그 선을 지키는 것.

그게 사람답게 사는 길이라고, 우리는 배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는 그 선을 지킨 사람보다

그 선을 지키지 않았다고 말한 사람이

처벌받는 모습을 더 자주 보게 된다.


선을 어긴 사람에게

누군가는 깊은 상처를 입는다.

그리고 그 상처를

자신의 이야기로 꺼내며

비로소 자신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 선을 넘었다고 해서, 죄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선을 넘었다고 말하면, 죄가 된다.



남편의 외도를 견딘 한 여성이 있었다.

참을 수 없었던 건 진실이 아니라, 거짓된 일상이었다.

그녀는 남편이 근무하던 회사의 동료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그 안에는 그가 누구와, 어떻게 자신을 속였는지,

구체적인 증거와 사실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법은 그녀의 진심보다, 그녀가 만든 ‘파장’에 집중했다.

사실을 적시했지만 공익 목적이 아니었기에,

그녀는 벌금 200만 원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2014.08.15. 형사14단독 선고 / 경향신문 보도



또 다른 여성은, 양육비를 받지 못한 채 아이 둘을 키우고 있었다.

아이를 먹이고 입히는 매일이 버거운 현실이었고,

전남편은 끝내 연락을 피했다.

그녀는 결국 자신의 SNS에 진실을 올렸다.

이 사람이 얼마나 무책임했는지,

그리고 이 진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하지만 판결은 냉정했다.

그녀가 한 일은 ‘사실’이었지만,

그 사실을 말한 방식이 문제였다.

법은 그 글을 비방 목적으로 판단했고,

그녀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대전지방법원 2021.03.24. 형사12부 선고 / KBS 보도



그 사람은 어땠을까.

남편의 상간녀가 아이 둘을 둔 아이 엄마라는 사실을 알고도

침묵할 수 있었을까?


그녀는 그러지 못했다.

그녀는 침묵하지 않았다.

그럴 수 없었다.


남편과 상간녀의 대화를 SNS에 공개했고,

사람들은 곧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챘다.

하지만 법은 그 기록을,

**‘명예훼손’**이라고 불렀다.


감정은 이해되지만, 표현은 정당하지 않았다고.

그녀 또한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부천지원 2023.11. 형사7단독 선고 / 한국경제 보도



그리고 또 한 명.

그녀는 오랜 시간,

말도 되지 않는 폭력 속에서 살아냈다.

침묵 끝에, 블로그에 글을 썼다.

“십 년 가까이 맞았다.”

그 짧은 문장 하나에 쏟아낸,

그녀의 모든 시간.


그 글을 본 사람들은 그녀를 응원했다.

하지만 그 글을 본 사람 중에는,

전남편도 있었다.


그는 곧 그녀를 고소했다.

그리고 법정에서, 그녀는 또다시 진실을 말해야 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이 허위가 아닌 ‘진실한 사실’이며

그 사실을 밝힌 행위는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결국 그녀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 2023.02.02. 선고 2022도13425 / 공익성 인정



선을 넘은 사람에게,

그 선을 넘었다고 말한 사람들이

또 한 번 상처를 받는 시간이 되었다.


우리는, 이들에게 ‘말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가 알고 있던 도덕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회차에서 이어집니다.


� 연재 안내

이 에세이는 실명으로 연재되는 회복의 기록입니다.

Luna Han 윤영의 연재 일정

《이혼해도 괜찮아》 : 매주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말 한마디 못한 채 끝난 결혼,

이제는 나를 위해 입을 여는 이야기.

《루나의 세비야》 : 매주 화요일, 토요일, 일요일

저의 두 번째 삶이 시작된 도시,

세비야에서의 일상과 감정을 담았습니다.

《진실, 유죄》 : 매주 목요일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죄가 되는 시대.

그럼에도, 말해야만 회복되는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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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