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마 전, 브런치에서 한 작가님의 글 앞에서 멈춰 섰다.
그 제목은 너무도 선명했고, 너무도 날카로웠다.
〈나는 남편에 의해 유기된 아내였다〉.
단 한 줄의 제목이었지만, 나는 그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그분의 인생을 내가 어떻게 감히 말할 수 있을까.
다만, 마음 깊이 응원을 보낸다.
보통날의 안녕 작가님의 블라인드 처리된 글,
그 용기 있는 기록의 일부를 다시 기억합니다.
https://brunch.co.kr/@ordinary00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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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 글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이라는 이름 아래 고소로 이어졌고,
플랫폼은 해당 글을 블라인드 처리했다.
이미 충분히 상처받은 사람에게
또 한 번, 소금이 뿌려지는 듯한 아릿한 아픔이 밀려왔다.
그 글을 읽으며 나는 생각했다.
나의 서사는 어디까지 써도 괜찮을까.
어디까지가 허락이고, 어디서부터가 금기일까.
답답함과 고민은 더 깊어졌다.
결혼과 이혼.
모두 내가 겪은 일이고, 내가 견뎌낸 시간이다.
나는 그 진실을 기억하고 있고, 언젠가는 온전히 기록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 나는 멈춰 있다.
실제로 한 여성이 남편의 외도를 사실 그대로 알렸다는 이유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고, 법원은 벌금형을 선고했다.
진실을 말했지만, ‘공연히’ 드러냈다는 이유만으로 죄가 되었다.
진실이 처벌받는 사회.
그 안에서 여성의 말하기는 너무 쉽게 지워진다.
그런데 생각해볼 점이 있다.
사실을 기록하는 일이
단순히 ‘비방’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당사자가 겪은 사건의 전후를 기술했을 뿐인데,
그 내용 중 특정인의 언급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비방 목적’이 있었는지를 따져 묻는 구조.
경험을 기록한 행위보다
그 기록을 불편하게 느낀 사람의 감정이
더 큰 무게를 가지게 된다면,
무언가 거꾸로 되어 있는 건 아닐까.
당사자의 경험이 온전히 존중받기 어려운 해석 구조 속에서,
표현의 자유와 사적 명예 사이의 균형은
늘 논쟁적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플랫폼은 판단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침묵은 곧 사라짐이 된다.
이것은 드문 사례가 아니다.
2022년, 한 여성이 남편의 외도를 직장 동료들에게 메일로 알렸다는 이유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했고,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공연히 사실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위법성을 인정했고,
피해자의 감정적 동기보다 공개 방식의 위험성을 판단 근거로 들었다.
– 서울신문, 2022.08.10
2023년에는, 또 다른 여성이 남편과 상간녀의 문자 내용을 SNS에 올리며
“더러워”라고 표현했다가, 명예훼손으로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공개된 SNS는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이유로 판단했다.
– 세계일보, 2023.11.17
이렇듯 구조는 반복되고 있지만,
책임은 늘 말한 사람에게 돌아간다.
상처를 참지 않고 기록했을 뿐인데,
공감받기 위해 꺼낸 말이
되레 침묵으로 되돌아오는 일.
그 말하기를 ‘죄’로 만드는 순간,
공감의 기회도, 회복의 가능성도 함께 사라진다.
무언가, 아주 묵직한 추를 단 채
천천히 늪으로 가라앉는 기분이다.
혼자서 상처를 헤쳐나오려 애쓰는 마음에
사회적 지지가 아쉬울 뿐이다.
말하는 것이 용기가 되는 이 사회에서,
그 용기를 지켜주는 구조는 어디쯤 있어야 하는가.
진실은, 잠시 멈춰 설 수는 있어도 끝내 지워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기록의 용기를 지켜줄 사회적 합의는
아직도 완성되지 않았다.
이렇게라도 말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회차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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