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고백, 그리고 여전한 침묵
진실은 늘 시간이 필요하다.
상처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말할 준비는 그보다 훨씬 늦게야 찾아온다.
하지만 때로 그 기다림은 죄가 된다.
너무 오래 걸렸다는 이유로,
지금 와서 왜 말하느냐는 질문으로.
그래서 말한 사람은 또다시 유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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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뒤, 그는 교사가 되어 있었다>
십대 시절, 집단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한 여성이
2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 사건을 입 밖으로 꺼냈다.
그 사이, 가해자 중 일부는 사회적 지위를 갖춘 채
전혀 문제없는 사람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누군가는 교사가 되었고, 누군가는 사업가가 되었다.
오랜 시간 동안 피해자는 말하지 못한 채 살았다.
고통을 침묵으로 삼킨 채 성인이 되었고,
끝내 SNS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렸다.
하지만 돌아온 건,
“왜 이제야 말하느냐”는 질문이었다.
“나는 시간을 통과한 게 아니라,
시간을 버티며 여기까지 왔을 뿐이었다.”
출처: Sunday Journal USA (2024.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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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만에 받은 청첩장>
중학교 시절 학폭 피해를 겪은 또 다른 여성은
십여 년이 지난 어느 날,
가해자였던 동창생에게서 청첩장을 받았다.
그는 지금 공공기관에서 근무 중이었다.
그 순간, 잊고 눌러두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피해자는 학창 시절의 경험을 SNS에 고백했다.
하지만 폭로가 확산된 이후,
상대 측은 오히려 법적 조치를 언급하며 대응했다.
“그의 결혼식은 축하받고,
나의 고백은 검열당했다.”
출처: 네이트 뉴스 (202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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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한 자, 감시받는 자>
몇 해 전, 공공 조직의 한 구성원이
자신이 겪은 성추행 피해와 그 이후의 인사 보복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한국 사회에
‘말하기의 시대’를 열었다.
그의 말하기는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줬지만,
그 이후의 과정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은 법적으로 무죄를 받았고,
그는 조직 내 감찰 대상이 되었으며,
비판과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진실을 말했지만,
구조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말한 자는 주목받았지만, 고립되었다.”
출처: JTBC 뉴스룸 인터뷰 (2018.01),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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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말한 사람이 유죄가 되는가>
이 세 사람의 공통점은 단 하나,
너무 늦게 말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냈다는 점이다.
그리고 말한 뒤에도
그 누구도 온전히 보호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법은 진실을 묻는다.
시간은 증거를 지운다.
그리고 사람은, 살아남기 위해
침묵을 배워야 한다.
그러니 우리는 묻는다.
진실은 왜 늘 이토록 늦게 도착하는가?
그리고 그 진실이 도착했을 때,
왜 말한 사람만 고립되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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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돌덩이 속에서 새싹이 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나야 했음을,
그들은 알기나 할까.
진실은 때로 너무 늦게 피어난다.
그럼에도 우리는, 말해야 한다.
말할 수 없었던 시간과 싸우기 위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회차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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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에세이는 실명으로 연재되는 회복의 기록입니다.
Luna Han 윤영의 연재 일정
《이혼해도 괜찮아》 : 매주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말 한마디 못한 채 끝난 결혼,
이제는 나를 위해 입을 여는 이야기.
《루나의 세비야》 : 매주 화요일, 토요일, 일요일
저의 두 번째 삶이 시작된 도시,
세비야에서의 일상과 감정을 담았습니다.
《진실, 유죄》 : 매주 목요일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죄가 되는 시대.
그럼에도, 말해야만 회복되는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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