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않는 내일도 있다…
나의 눈과 심장은 여전히 학교의 어느 구석에서라도 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처럼, 늘 한 박자 빠르게 반응하고 있었다.
두근거림, 그리고 그는 내 편이라는 설명할 수 없는 안도감. 그렇게 새해가 시작됐고, 나의 2학년은 이제야 대학 생활이라는 이름의 안정감 속으로 들어서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일주일쯤 지났을까. 그는 장학금을 받았다는 소식과 함께, 군대를 가기 위해 휴학을 했다는 말을 전해왔다. 나는 그의 3년이라는 시간을 가만히 헤아려보았고,
그 시간 안에서 우리가 너무 쉽게 견뎌질 것이라 착각했다. 그 긴 공백 속에서도, 나에게 그가 그랬듯 그에게도 내가 머물 자리가 남아 있을 수 있기를—
그 가능성 하나를 나는 희망이라 불렀다.
매년 새 학년의 첫 주 일요일이면 우리는 경복궁으로 촬영을 나갔다.
1992년 3월 8일.
그날도 겨울의 찬 기운은 기와 위 하늘에 머물러 있었고,
목련은 아직 하얀 봉오리만 단 채,
피어야 할 내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늘 내 눈은 그를 향해 있었지만, 그날만은 달랐다.
그날은, 그가 먼저 나를 보고 있었다.
촬영을 마치고 이어진 뒤풀이 자리에서도 그는 내 옆에 앉았다. 말보다 가까운 숨소리가 귓가에 닿을 만큼. 살아 있다는 감각이 하루 전체에 번져 있던 날이었다.
마음은 이미 그에게 가 있었지만, 나는 그에게 등을 보인 채 괜히 잔의 물기만 닦고 있었다. 그 선택이 이렇게 오래 남을 줄은, 그때는 알지 못했다.
처음으로 그를 외면한 날, 그는 끝까지 내 곁에 있었다. 애써 반대편을 바라보는 내 한쪽 볼 위로 그의 시선이 머무는 것이 느껴졌고,
조심스럽고 애처롭게 나를 바라보던 그 눈빛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우리는 늘 그렇듯 소주잔을 부딪치며, 그날의 촬영과 별것 아닌 농담들을 큰소리로 떠들었다. 술을 마시지 않던 그에게 누군가 이유를 묻자, 그는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해 계셔서, 내일 수술이라 오늘은 바로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그는 끝내 술잔을 들지 않았다.
1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서던 순간, 내 등 뒤로 그의 시선이 남아 있는 것이 느껴졌다.
내일은 학교에서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해야지.
그게 마지막이 될 줄도 모르고, 나는 내일을 생각하며 집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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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 글에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마음 덕분에, 계속 쓸 수 있습니다.
《비(非)전지적 나만의 시점》 (월·화 / 감정 매거진)
나는 누구인가.
그 질문 앞에서, 나도 모르는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완전하지 않은 기억과 감정의 조각들을,
형식 없이 꺼내어 적어가는 감정 에세이 매거진입니다.
https://brunch.co.kr/magazine/findingmemyway
《진실, 유죄》 (수)
사라진 진실에 대해, 이제는 말하려고 합니다.
조용한 증언이자, 늦은 질문들에 대한 연속 기록.
https://brunch.co.kr/brunchbook/truthguilty
《엄마, 이제 내가 엄마할게》 (목·금)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를
끝까지 기억하려는 딸의 오래된 다짐과 조용한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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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의 세비야》 (토·일)
이방인으로 시작한 도시에서 삶, 사랑, 자립을 다시 배우는 어느 여자의 회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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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된 시리즈
《이혼해도 괜찮아》 (완결)
두 번의 이혼, 세 번째 결혼. 상처를 지나 다시 나로 서기까지—
버텨낸 나에게 건네는 늦은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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