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는 나를 용서하는 중입니다.

프롤로그

by luna Han 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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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견디는 중이다.

무엇을 견디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나는 유년의 기억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나를
천천히 써 내려가고 있다.

그리고 이 글이 끝날 즈음
나는 그 실체를 마주하고
비로소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진정 나로 바로 설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삶의 한가운데에서
그저 살아내는 데에만 애쓰던 내가
이제는 나를 기록하기 시작한다.

색깔은 다르지만
나와 비슷한 시간을 지나온 여성들이 있다면
이 글이 작은 씨앗이 되기를 바라면서.

자신의 선택을 용서하고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겠다는 마음이
어딘가에서 조용히 뿌리를 내리기를 바라면서.


어둠은 한 번에 내려앉지 않는다.

찬란했던 석양 뒤에서
서서히 스며들어
어느 순간
우리가 그것을 어둠이라고조차
인식하지 못하게 만든다.

나 역시 그랬다.

나는 한때 아름다웠던 석양만을 기억한 채
어둠을 외면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는 사이
내 안에는 깊은 상처가 남았고
그 기억은 뼈에 사무치듯
나를 붙잡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아침의 빛을 기대하지 못했다.

석양의 아름다움조차
기억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제는 그 어둠의 기억을
놓아 보내야 할 시간이다.

그리고
서서히 밝아오는 아침을
기다려야 할 시간이다.

어두운 길로 걸어 들어가는 선택을 했던
나를
나는 용서해야 한다.

그 길로 걸어 들어간 사람이
바로 나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묻는다.

왜 그때 말하지 않았느냐고.
왜 침묵을 선택했느냐고.

나는 그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한다.

그때의 나는
침묵이 최선이라고 믿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 침묵의 시간은
환하게 웃고 있던 나를
조금씩 지워갔다.

한 사람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선택했던 침묵이었지만

그 시간을 견뎌온 나를
용서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 무렵의 나는
꽤나 괜찮은 사람의 얼굴로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그래도 되는 사람이었을까.

하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그래도 되는 사람은 없다.


이 글은
그래도 되는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말하기 위한 기록이기도 하다.

나는 더 이상 내 삶을 설명하고 싶지 않다.

이미 사실이 아닌 말들이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오래도록 침묵했다.

어린왕자의 그림 속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
어른들에게는 그저 모자로 보였듯

내 침묵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는
아무 일도 없는 얼굴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 침묵 속에
삼켜진 진실이 있었다는 것을.

침묵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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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살에 아버지를 잃은 한 아이는
자신 안에 자라난 결핍을 알지 못한 채
어른이 되었다.

그리고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인 시간 속에서
조금씩 자신을 지워가며 살아왔다.

이 글은
그 시간에 대한 기록이며
동시에
그 시간을 넘어서는 과정이다.


어쩌면 이 세상 어딘가에는
나처럼 사랑이라 믿으며
자신을 잃어가고 있는 여성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내 경험이
그들에게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하라는
작은 메시지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처럼 오랜 시간
괜찮은 척하며
자신을 지우며 살아가지 않기를 바란다.

결핍이 많았던 아이는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다.

그 아이가 어른이 되어
사랑이라 믿었던 시간이 무너졌을 때
비로소 알게 된다.

자신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어긋난 선택을
해왔다는 사실을.

그 결과는 참혹했다.

그 아이는 오랫동안
스스로를 탓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
그 아이는 조금씩 깨닫고 있다.

자책이 아니라
용서를 통해서만
다시 설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지금
나를 용서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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