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에 책임을 묻다

나를 위한 이 글을 멈추지 않기로 한다

by luna Han 윤영

자서전은
자신의 생애를 스스로 기록한 글이다.

이 정의만 놓고 보면,
자서전은 가장 개인적인 글에 가깝다.
자신의 삶을 말하는 일은
표현의 자유에 속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서전적 에세이는
끝내 혼자만의 글로 남지 않는다.

삶은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고,
어떤 장면을 쓰는 순간
그 안에는 다른 사람이 함께 등장한다.

나는 나의 경험을 설명하고 있지만,
그 문장은
누군가를 함께 떠올리게 할 수 있다.

이름을 쓰지 않아도,
관계와 사건이 이어지는 순간
그 장면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읽힐 수 있다.

그래서 자서전적 글은
처음부터 하나의 방향으로만 남지 않는다.

자신의 삶을 말할 자유와,
동시에 타인을 드러내는 구조.
이 두 요소가 겹치는 순간,
글은 더 이상 개인의 기록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많은 자서전은 이 지점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통과한다.

Eat, Pray, Love를 보면,
한 관계가 삶의 전환점으로 등장하지만
그 관계의 상대는 길게 설명되지 않는다.
대신 남는 것은 감정과 변화의 과정이다.

그래서 독자는
누군가를 기억하기보다
그 시간을 지나온 한 사람을 먼저 이해하게 된다.

반대로 The Liars' Club는
가족과의 관계를 비교적 직접적으로 다룬다.
갈등과 상처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인물은 하나의 장면으로 고정되지 않는다.

기억과 감정 속에서 반복되며
복합적인 존재로 남는다.

그래서 그 글은
누군가를 규정하기보다
그 관계 속에서 자신이 어떤 시간을 지나왔는지를 드러낸다.

결국 같은 자서전이라도
어떤 글은 타인을 지우고 자신을 남기고,
어떤 글은 타인을 남기면서 자신을 설명한다.

그 차이는
무엇을 쓰느냐보다
어떻게 남겨지느냐에서 드러난다.

어떻게 남겨지느냐에 따라

같은 사람도 전혀 다른 사람으로 남게 된다.

자서전은
나를 설명하는 글이다.

하지만 읽히는 순간
더 이상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나를 쓰지만,
독자는 다른 사람을 읽는다.

그래서 이 글을 쓰는 일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하나의 선택이 된다.

나는 무엇을 말하지 않을지를 고민하기보다,
무엇을 남기게 되는지를 먼저 생각하기로 한다.

그리고 그 기준 안에서
나는 나를 설명하는 문장에 머물기로 한다.

나는 자서전이
누군가를 드러내기 위한 글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상황과
그 안에서의 생각을
스스로 설명하는 방식이라고 믿는다.

어둠에 서 있던 나를
지금의 시선으로 똑바로 바라보는 일.

그 용기가
내가 글을 쓰는 이유다.

그것은 지나온 시간을 붙잡는 일이 아니라,
동이 트는 내일을 기다리는 방식이다.

물론 어떤 순간에는
그 글이 문제로 해석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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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나는,
나를 위한 이 글을
멈추지 않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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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