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진 명예와 무너진 시간 사이
명예는 언제 훼손되는가.
그 질문은
한 문장에서 시작되었다.
아빠의 “초상권”보다
아이의 “생존권”이
더 우선되어야 할 가치라는 믿음입니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름과 얼굴, 직장이 공개된 사이트가 있었다.
배드파더스.
그 문장은 그곳이 존재하는 이유였고, 그곳을 지탱하는 기준이었다.
그곳에는 누군가의 삶이 아니라 누군가의 기록이 남아 있었다.
지급되지 않은 돈, 지켜지지 않은 약속, 그리고 흘러간 시간.
그 사실은 부정되지 않았다.
법으로 확인된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그 사실을 드러낸 사람은 법정에 서게 된다.
명예훼손.
이 사건은 단순하지 않았다.
1심은 국민참여재판이었다.
배심원 전원은 무죄를 평결했다.
이 문제는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오랫동안 방치된 사회의 문제라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판결은 멈추지 않았다.
2심은 그 판단을 뒤집는다.
벌금 100만 원, 선고유예.
유죄였다.
대법원은 그 판단을 유지한다.
양육비 문제를 알린 공익성은 인정되지만, 그 방식은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았다.
얼굴과 직장을 공개하는 행위는 개인을 향한 압박이며,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판결은 분명했다.
문제가 된 것은 사실이 아니라, 그 사실을 드러내는 방식이었다.
나는 그 문장을 다시 떠올렸다.
아빠의 초상권보다
아이의 생존권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믿음.
그 믿음은 틀린 것일까.
법은 명예를 보호한다.
그것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보호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질문은 남는다.
그들은 말한다.
자신의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그렇다면 그 명예는 언제부터 훼손되기 시작한 것일까.
공개된 그 순간이었을까.
아니면 그 이전의 선택에서 이미 시작된 것일까.
지급되지 않은 시간은 기록되지 않는다.
버텨낸 시간은 증거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시간은 분명 존재한다.
법은 공개 이후를 판단한다.
그러나 삶은 그 이전에서 무너진다.
그래서 이 사건은 하나의 판결로 끝나지 않는다.
법은 명예를 지켰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그 명예보다 먼저 무너진 것이 있다.
우리는 무엇을 먼저 보호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 질문 앞에서,
나는 한 사람의 명예보다 먼저 떠올라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법은 답을 내렸지만,
우리는 그보다 먼저 있었어야 할 질문을
아직도 묻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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