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으로 가는 길이었다.
나는 또다시 엄마에게 가고 있었다.
하지만 공항에서 공항까지 18시간.
그 먼 거리를 생각하면, 늘 마음만 앞섰다.
그래도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은
고단함보다 설렘이 먼저였다.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부터
내 마음은 이미 엄마에게 가 있었다.
세비야에 살며 내가 가장 부러웠던 장면이 있다.
엄마와 딸이 함께 여행 오는 모습.
그 장면을 볼 때마다
나는 늘 같은 생각을 했다.
나는 왜 저걸 한 번도 못 했을까.
그래서 이번에는
하루라도 엄마와 가까운 곳에 함께 가보고 싶었다.
인터넷을 뒤지고,
엄마 컨디션을 살피며,
이번에는 꼭 가보자고 혼자 마음을 부풀렸다.
늘 부러워만 하던 그 장면 속에
처음으로 나와 엄마를 넣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의 체력 앞에서
나는 또다시 그 마음을 접어야 했다.
대신 우리는 매일 고깃집에 갔다.
같이 멀리 가지 못하니 맛있는 것이라도 함께 먹는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사랑이라고 믿었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시간을 쓰지 못한 자리를 음식으로 채우고 있었다.
그런데 결국 탈이 났다.
점심을 먹고 집으로 걸어오는데, 엄마는 유독 힘들어하셨다.
“조금만… 조금만…”
집이 거의 다 보이는 거리에서 엄마의 얼굴이 갑자기 하얗게 질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드신 것을 모두 토해내셨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와중에 엄마는 실수를 하셨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엄마는 화장실로 들어가셨다.
내가 따라 들어가려 하자
엄마는 말했다.
“엄마 혼자 할 수 있어.”
나는 급하게 갈아입을 옷을 챙겨 문 앞에 두고 물었다.
“엄마, 괜찮아?”
대답은 없었다.
조금 뒤,
샤워를 마치고 나온 엄마를 침대로 부축했다.
그리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그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엄마는 이미 어느 정도 정리를 해두셨다.
나는 말없이 벗어둔 옷을 집어 들었다.
애벌빨래를 하려는 순간,
품어져 나오는 냄새에 나도 모르게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나는 잠깐 손을 멈췄다.
그 순간,
울음이 났다.
엄마는
내 기저귀를 아무렇지 않게 갈아주었을 텐데.
나는 고작 하루,
이 지독한 냄새 앞에서 버티지 못하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자꾸만 같은 생각을 한다.
평소에 잘했어야지.
지금이 아니라,
그때 옆에 있었어야 했고,
지금이 아니라,
그때 같이 걸었어야 했다.
엄마의 시간은 뒤로 가고,
나는 그 시간을 따라잡지 못한 채
뒤늦은 마음만 쫓아간다.
돌아오는 날,
엄마는 말했다.
“왜 이렇게 빨리 가니. 며칠만 더 있다가라.”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금방 또 올게.”
그 말 뒤에
차마 꺼내지 못한 마음이 있었다.
엄마,
나를 조금만 더 기억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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