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2. (2023. 2.)
결과적으로 A가 여러 여건상 불발되었다. 고용시장에서 나의 가치를 숫자로 계량하고 미사여구로 포장하는 고통스러운 일을 중단하기로 했다.
2022년 2월 처음으로 나에게 ‘앞으로 무슨 일을 하고 싶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업’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2023년 2월의 나의 대답도 마찬가지였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필요한 자질 중 하나가 ‘꾸준함’이었다. 직업으로 성공하려면 좋아하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꾸준히 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그렇게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의 교집합을 찾아내서 꾸준히 행할 때 직업인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하지만 아직도 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잘 모른다. 일단 무언가를 꾸준히 시도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바로 독서였다.
딱히 책을 많이 읽지도 딱히 좋아한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어쨌든 잠들기 전 책 읽는 건 즐겨와서 꾸준히 잘 할 자신이 있었다.
지인의 추천으로 자아성장 플랫폼 ‘밑미’에서 1일 1포스팅 리추얼을 해왔는데 23년 2월에 종료된다. 나는 나만의 1일1포를 꾸준히 이어가기로 마음먹었다. 매일 책을 읽고 하나의 문장을 뽑아서 써보는 ‘1일1문장’ 미션을 만들었다.
추운 겨울, 나는 더욱 ‘나’에게 관심을 가졌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의 책 《구토》를 완독했다. 역사학자인 주인공이 타인의 삶을 기록하는 책 집필을 중단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한 권의 책’을 쓰겠다고 다짐한다.
“한 권의 책. 물론 그것은 우선은 지루하고도 피곤한 작업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내가 존재하는 것을, 존재한다고 느끼는 것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책이 완성되고, 내 뒤에 그것이 남을 때가 반드시 올 것이다.”
사르트르의 단막극 《닫힌 방》에는 “지옥은 바로 타인들이야”라는 명대사가 나온다.
타인의 시선에 갇혀있을 때, 시선 밖으로 나가기를 거부할 때 그곳이 바로 지옥이다. 오로지 나만이 나를 구원할 수 있다.
나도 다른 이의 삶을 따라 살지 않고 나의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월간루나 #루나의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