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스퍼트, 정상을 향하여
지금 보시는 분들 중에 혹시 이미 공직생활을 하신 지 몇 년이 되신 분들이시라면, 제목 자체에서 의아함을 느끼실 겁니다. 3~5월은 1~2월에 하던 것을 그대로 유지만 하면서, 마인드 컨트롤만 잘 하면 되지 따로 3~5월에 뭘 해야 할지를 빼서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작년부터 통상적으로 9급 공무원의 경우 4월, 6월에 각각 시행되던 국가직 지방직 시험에 변화가 생겨서, 지방직 시험이 한 달 앞당겨져 5월에 시행되었습니다. 그리고 현 18 공채가 그 첫 세대가 되었고요. 현 정권 안에서 이것이 바뀔 것 같지는 않습니다.
3월 한 달 막판 스퍼트를 올려 국가직을 치르고 바로 5월 지방직 시험을 위해 스퍼트를 올려 공부하여 거의 바로 시험을 봐야 한다는 이야기고, 동시에 국가직 시험 점수가 안정권이라면 면접도 조금씩 준비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됩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다 보니, 이 시점에는 마음이 너무 조급해 책을 보고는 있지만 눈에는 잘 들어오지 않는다고 많이 답답해하는 수험생들을 보았고, 저 역시 그랬습니다. 반대로 이 기간을 잘 활용하여 공부하고 알차게 사용하여 막판 뒤집기를 보여주는 수험생들도 더러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이 후자인, 막판 뒤집기 선수가 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오늘은 한번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합격할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수험생활을 하다 보면 수없이 반복되는 슬럼프를 마주하고 또 그것을 극복해내는 것이 진절머리가 나기도 합니다. 그것은 시험 직전이 되어도 똑같습니다. 오히려 더 심해지는 수험생도 있습니다. ‘열심히 한 이 시간들이 그날 100분 동안 물거품이 되어버리면 어쩌지?’, ‘만약에 합격하지 못한다면 내년에는 공부를 또 해야 할까?’, ‘모의고사 점수가 왜 이렇게 불안정하지? 그날도 이러면 어쩌지?’ 등 아주 많은 부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메우는 날도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아마도 4월 중순이 넘어가면, 국가직 커트라인이 나올 텐데 그때쯤에는 '지방직도 있는데, 국가직 면접을 어떻게 같이 준비하지?'라는 고민이 추가될 겁니다. 이 얘기는 나중에 면접편에서 이야기하도록 하죠.
이때는 뻔하지만 가장 정답에 가까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긍정적으로 생각을 하셔야 합니다. ‘열심히 앉아서 버틴 이 시간들이 나에게 그날 힘이 되겠지.’, ‘난 올해 반드시 합격할 거야.’ 식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하셔야 합니다. 나중에 합격하고 보면 손가락이 오그라들지도 모르지만, 직접 어딘가에 써놓는 것도 좋습니다. 그날 시험 끝나고 뭘 하며 쉴지를 상상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은근히 동기부여가 됩니다. 생각은 몸 전체를 지배하게 된다는 것, 아마 슬럼프를 이미 겪으셨을 여러분들은 격하게 느끼셨을 겁니다.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 육체적으로도 힘들어집니다. 시험 한 달 전에는 공부가 되지 않더라도 책상에 붙어야 있어야 하는데 그 시간들이 괴롭기만한 시간으로 느껴지면 안 됩니다.
이런 방법도 안된다면, '공무원 시험, 생활편 4-2. 슬럼프(해결편)'을 참고하며 분위기 전환도 해 주시고, 틈이 날 때, 마음이 진정될 때 책을 보면 자신감이 어느 정도는 생기실 겁니다. ‘이 방대한 수험서 내용을 그래도 한 90% 정도는 알고 있구나.’, ‘그동안 내가 앉아서 헛짓거리는 하지 않았구나’ 등 알아서 본인에게 위로와 격려를 하게 될 겁니다. 조금은 오글거릴지 몰라도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시간입니다. 정신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이기도 하고요.
제가 필기편 중에 거의 모든 과목편에서, 혹은 기간별 공부법 막바지에서 빠짐없이 강조드렸던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단권화 작업'입니다. 그 단권화 한 책이 제대로 빛을 발하는 순간이 바로 이 시점입니다. 이 기간이 오기까지 기본강의, 심화강의, 기출, 동형모의고사 등 마지막 한 달을 남겨놓고 아주 많은 책으로 공부하셨을 겁니다. 그 많은 책들을 한 달만에 다시 복습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동안 단권화 작업을 꾸준히 하시라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앞서 공부한 여러 권의 책을 전부 다 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 책을 공부했을 때 내가 다시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던 부분, 내가 이해가 되지 않아서 체크해놓았던 부분, 암기가 부족했던 부분, 반복해서 틀리는 문제 등 여러 가지 부분들을 기본서 한 권에 정리를 해 놓았기 때문에 약 8개월의 시간 동안 스스로 만든 손 때 묻는 그 책은 그 어떤 책보다도 본인에게 가장 큰 무기가 될 것입니다.
많은 수험생들이 ‘마지막에는 어떤 책으로 공부하는 게 좋아요?’라는 질문도 많이 주십니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사실 가장 좋은 답은 여러분이 공을 들인 그 손 때 묻은 책으로 돌아가세요. 여러분이 봐야 할 마지막 '기본서'이자, '기출문제'이자, '요약노트'이자, '동형모의고사'입니다. 그 책을 보면 내가 어떤 부분이 유독 약한지, 어떤 부분을 많이 반복했는지 등을 알 수 있게 되고 자연스레 본인의 취약 부분을 더 많이 공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단권화 작업이 끝난 책은 여러분만의 '오리지널 기본서'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한가지, 반복입니다. 보통 3월부터 말로는 한 달 남았다고 표현을 합니다만, 3월부터 4월 둘째 주 토요일의 시험까지는 약 40일 정도의 시간이 있는 셈입니다. 그간 공부를 제대로 해서 정리가 잘 되어 있다면, 전 과목 3회독은 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절대로 안다고 자만하지 마시고, 반대로 너무 긴장해서 두려움에 떨다가 이 시간을 못 쓰는 불상사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이처럼 회독을 강조하는 이유는, 이것도 여러 번 말씀을 드리지만, 공무원 시험의 내용은 과목마다 양이 매우 방대하여 많이 기억하는 사람이 이기는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시험 당일에 누가 더 많이 기억하고 있고, 그것을 토대로 빠르고 정확하게 풀어내는 싸움입니다. 따라서 하루 전날에 많은 양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참고가 되실까 하여, 제가 단권화했던 노트의 베이스가 됐던 교재들을 한번 나열해 보겠습니다.
국어 : 기본서 + 어휘(고유어, 한자성어, 속담, 관용어) + 선재T 암기자료
영어 : 손진숙 40POINT + 이동기 기적의 특강 / 하프 모의고사(매일) or 동형모의고사 (여러 선생님들 것들)
한국사 : 전한길 필기노트(단권화)
행정학 : 신용한 합격노트(단권화) + 기출문제(단권화)
사회 : 모든 모의고사 틀린 문제 중 유독 많이 틀린 것들만 (ex) 경제 파트 중 가격 탄력성 문제, 법과 정치 나이 정리표 등등.
굉장히 많은 책을 본 것처럼 쓰여 있지만, 실제로 회독을 반복하다 보면 전부 다 볼 수 있는 양입니다. 그러니 처음에 조금 버겁더라도 꼭 회독하여 많은 양을 머리에 넣고 시험을 보러 갈 수 있도록 해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회독과 더불어 모의고사는 꾸준히 풀어주세요. 이는 문제를 푸는 감을 잊지 않기 위함입니다. 저는 시험 전전날까지 국어, 한국사, 영어, 행정학, 행정법의 모의고사를 풀었습니다. 시간을 재면서 푸는 연습을 했고, 영어를 제외하고 대부분 15~17분 내로 풀이를 마쳤습니다. 틀린 부분은 아직 미흡한 부분이기 때문에 회독하면서 더욱 신경을 쓰기도 했습니다. 무작정 회독하는 것이 아니라 이처럼 1~2월에 해 오셨던 것처럼 약점은 계속 찾아내면서 그 부분을 채우는 회독을 하시길 바랍니다.
제가 생각하는 드라마에서 나온 역대급 케릭터 중에 '미실'이라는 케릭터가 있습니다. '선덕여왕'이라는 드라마가 2009년에 나왔으니까 벌써 9년이 된 드라마인데, 아직도 그 드라마의 그 케릭터는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솔직히 드라마 제목이 '미실'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죠. 거기서 나오는 미실 대사 중에 "부서지더라도 옥이 깨지듯 찬란하게 부서질 것이다... 뭐 그런거?"라는 대사가 있습니다. 뒤늦게 황위에 오르려는 누이(미실)에게 동생(미생)이 "왜 이제와서?"라고 묻는 질문에 대한 그녀의 답이었지요. 아마도 이쯤되면, 이미 어떤 분들은 포기를 하실 수도 있습니다. 내년을 기약한다는 자기 방어용 논리를 펼치시는 분들도 많겠죠. 그분들이 하시는 말씀 중에 가장 흔한 앞 문구는 '이제와서....'로 시작합니다. 그 결정이 틀렸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떤 선택이든 본인이 장고 끝에 얻어낸 결론이라면 존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적어도 마지막 순간까지 열심히 하시고 시험장에 시험은 보러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내년을 기약하신다면, 내년에 다시 그 자리에 앉으실 의향이 있으시다면 말이죠. 시험장에 들어가긴 전 몇 주의 긴장감, 절박함부터 시작해서, 시험장 안에서 느껴지는 4월인데도 불구하고 무언가 가슴 한구석이 싸늘해지고 아련해지는 그런 모든 것을 느끼는 것 자체가 내년을 위한 또다른 준비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혹시 압니까? 그렇게 본 시험이 막말로 운이 좋아서 결과가 좋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