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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Chive Oct 30. 2018

공무원 시험, 필기편 17. 필기시험 하루 전 준비물

     오늘부터 쓸 두 개의 글은, 정말 필기편의 마지막 중 마지막 내용, 내년 시험장에 갈 때 가방에 뭘 가져가는지, 시험장에서 막판 회독은 어떻게 했는지, 시험장의 분위기는 어떤지, 그리고 시험장에서 어떤 생각으로 마음을 진정시키는지 등에 대해서 적어보려고 합니다. 6월 1일, 그러니까 국가직 면접이 끝난 다음날 제가 모든 시험을 봤을 때 느낌(3년 치)을 정리한 메모를 보며 (아마 그때부터였던 것 같네요. 본격적으로 이 브런치를 준비한 시기는) 최대한 그 당시의 기억을 되살려서 한번 적어보려고 합니다. 실제 시험장 느낌과 마인드 컨트롤 과정을 약 80퍼센트 정도 구현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그날까지 자신감을 가지시고, 오늘 이 글이 시험 보는 그 날 여러분의 긴장감을 막아주는 좋은 백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준비물부터 보죠. 즉, 여러분이 시험 전날 챙기셔야 할 것들입니다. 애들도 아니고, 심지어 수험표에도 나와 있는데 알아서 챙겨가면 되지 않나 싶으시죠? 시험 당일 당황하면 빼먹고 안 가져가게 되는 물건도 많고, 시험장에서 이건 챙겨가서 도움이 됐다 싶은 것들도 있어서 먼저 적어봅니다.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1. 필통

     필통부터 한번 체크를 해 보죠. 평상시처럼 많은 필기구를 가져갈 필요가 없기 때문에, 가장 심플하고 작은 것으로 챙깁니다. 몸이 가벼워야 마음도 가볍겠죠. 필통 없이 그냥 가셔도 상관없지만, 전 제가 덜렁이인 것을 너무나도 잘 압니다. 무언가를 잃어버리거나 안 가지고 갈 것이 확실하기에 일단 전 시험날 필통 안에는 다른 것 많이 가져가지 않고 아래 필기도구들만 넣고 다녔습니다.


2. 샤프 2개

     일단 시험날은 불안해서 지우개를 제외하고 꼭 2개씩은 들고 다녔습니다. 갑자기 샤프가 고장 날 수도 있고, 문제를 정신없이 풀다가 샤프를 바닥에 떨어트리게 됐을 때 등등 언제나 돌발상황은 발생합니다, 특히 떨어뜨렸을 때는 줍느라 시간 낭비가 되기도 하고, 의심받을지도 몰라서 두 개씩 준비했었습니다. 물론 심적으로도 여유분이 있다는 것이 상당히 안심이 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시험 전날 샤프심이 넉넉한지도 꼭 확인합니다.


3. 컴퓨터 사인펜 3개

     가장 중요한 컴퓨터용 사인펜도 3개를 챙겨 갑니다. 조금 과하게 챙겨가는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전날 미리 확인해두긴 하지만 생각지 못하게 하나가 연하게 나오는 경우, 괜히 기분이 찝찝합니다. 심지어 그게 불안요소가 되어 버리면 뒷일은...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그리고 샤프 때와 같이 문제 풀다가 바닥에 떨어트렸을 때 등 여러 상황을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준비를 합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촉은 두꺼울수록 좋습니다. 저는 모나O 예감 적중(뒤에 빨간펜 달려있는) 컴퓨터용 사인펜을 좋아합니다. 은근 저희 공무원 시험 마킹란이 정원(O) 모양이라 얇은 것을 쓰면 시간을 은근히 잡아먹습니다. 3개면 아무리 운이 없어도 1개 정도는 멀쩡한 컴퓨터용 사인펜일 겁니다.


4. 수정테이프 1개~2개

     수정테이프 역시 너무나 중요하죠. 특히나 초시생 분들은 어떤 글에서는 수정테이프를 가져가야 한다고 하고, 어떤 글에서는 가져가 봐야 소용없다 해서 당황하시는 분들이 있으실 겁니다. 정답은 ‘둘 다 맞다’입니다. 서울시/지방직 시험에서는 수정테이프를 사용할 수 없기는 하지만, 국가직 시험은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국가직 시험은 첫 시험이니만큼 굉장히 떨리실 겁니다. 이런 시험에서 수정테이프를 챙겨두지 않으시면 마킹 실수를 했을 때 답안지를 통째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마킹할 때 틀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너무나 불안합니다. 시험장마다 감독관에게 수정테이프 빌려달라는 수험생분들이 한분씩 꼭 있으시더라고요. 아마도 수험표나 기타 공지사항을 읽지 않으시고, 다른 인터넷상의 부정확한 정보를 참고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저도 첫 시험에 실수를 했습니다. 인사혁신처에서 통일시켜주셨으면 하는 바람도 있는데 뭐 일단은 그렇지 않으니, 일단은 이렇게 알고 준비하시면 되겠습니다. 옆자리 수험생이 빌려줄 수도 없습니다. 꼭! 국가직 시험이라면 챙겨가세요. 테이프 리필이 넉넉한지도 꼭 확인하고 가져가시고요.
 
 *그리고 반대로, 서울시/지방직 시험에서 남은 시간이 촉박하여 수정테이프를 써봤지만, 정답 여부 상관없이 해당 문제는 0점 처리되더군요. 안 하느니만 못합니다.


5. 지우개

     지우개가 필수는 아니지만, 사회 경제 파트/수학 등을 풀 때 계산에서 삐끗하면 사용합니다. 7급 분들 중에는 경제학 때문에라도 필수템으로 챙기셔야 할 겁니다. 혹은, 샤프로 풀다 보면 긴장해서 어떤 문구를 진하게 칠할 시 그 글자가 안 보이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으니 9급은 필수는 아니지만 챙기는 것을 추천합니다. 필요해서가 아니라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6. 응시표 / 신분증

     에이, 설마 이거를 잊어버릴까? 잊어버리십니다. 꼭 챙기시고 가능하시다면 본인 수험번호를 외워 놓으시면 더 좋죠. 문 앞에서 사람도 많은데 가방 열고 수험표를 뒤적뒤적하시지 않아도 되니까요. 수험번호 확인과 본인 확인을 위해 신분증도 필수로 지참해야겠죠? 응시표와 신분증을 안 가져가시면, 일단 처음 해야 할 일은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다행히도 시험 본부로 가셔서 따로 본인 확인을 하는 절차가 있습니다. 시험 바로 직전에도 체크를 하는데 그때서야 그 사실을 알고 허겁지겁 내려가시는 것보다는 일단 둘 중 하나가 없다는 것을 아시면 바로 1층으로 내려가셔서 시험 본부를 찾으세요. 좀 번거로우시겠지만, 시험 직전에 멘탈 나가는 것보다야 낫죠.


7. 물통(혹은 500ml 생수)

     수험장 앞에서 가끔 학원에서 물과 간식을 나눠주긴 하지만, 없는 곳도 있습니다. (단골 품목: 휴지, 지방직 때는 더우니까 부채도 주심) 그래서 저는 일단 1년 차에는 안 가져가서 곤란했고, 2년 차에는 말도 안 되게 먼 곳에 식수대가 있어서 물을 못 받고 시험을 쳤고, 그래서 3년 차에는 아예 500ml 생수를 사가지고 갔습니다. 제가 인터뷰 한 친구들 중에는 아예 수험장 식수대에서 물이 안 나와서 수돗물 받아서 먹은 친구도 있더군요. (이건 정말 재수 없는 케이스, 어쩌면 그 층만 안 나왔을 수도 있고... 뭐 그렇습니다.) 긴장할 때 한 모금 마시면 마음이 진정되기도 하고, 특히 마지막 과목 풀 때 긴장 때문에 갈증 나는 목을 꼴딱꼴딱 삼키며, 부들부들 거리는 오른손을 왼손으로 잡아가며 시험을 보는데 얼마나 집중이 안되던지. 아무튼 그럴 때 물은 정말 절실해질 겁니다. 아참, 물 마시고 나서는 시험 보기 전에 급하지 않아도 꼭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도 잊지 마세요!


8. 추가 옵션 1: 간식

     일단 이건 제 얘기는 아닙니다. 전 공부하거나 그럴 때 먹는 거 잘 못하겠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배탈도 잘 나는 편이라, 공부 중에는 3년 내내 물/커피 이외의 음식은 잘 먹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몇몇 분들은 뭐라도 입안에 오물오물 씹고 있으면 불안한 마음이 조금 안정된다고는 하십니다. 혹은 평소 아침에 잠이 온다고 일부러 아침을 안 드시고 공부를 시작하시거나, 아침 식사를 소식하시는 분들은 간단하게 뭐라도 챙겨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당연히 이뇨 작용을 활발하게 하는 커피는 피하시고, 시험장 단골인 초콜릿이나 호두 등등을 기호에 맞게 가져가시면 되겠습니다. 100분 동안 버틸 원동력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9. 막판 회독용 요약본 ★x100


     1년 차 때는 이런 거 만들지도 않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필기노트/합격노트 등 요약본 책을 통째로 들고 가서 시험을 봤습니다. 근데, 양에 압도돼서 효율은 나지 않고 머릿속이 하얘지더군요. 그래서 2년 차부터는 시험장에 가서 마지막에 볼 만한 내용들을 미리 약 2주 전부터 요약본으로 만들어 정리했습니다. 기준은 당연히 중요한데 잘 외워지지 않았던 것이었겠죠. 왠지 이거 틀려서 떨어지면 내년 시험 보는 그 순간까지 땅을 치며 후회할 것 같은 아는데 불안한 부분들, 헷갈리는 부분, 잘 안 외워지는 부분 등 마지막까지 머릿속에 꾸역꾸역 넣어야 했는데 안된 부분을 정리한 포스트잇을 A4지에 붙여서 가져갔습니다. (생활편 7. 포스트잇 참조) 각 과목마다 A4지 1장 분량, 총 4장(솔직히 본인이 합격선에 있으신 분들은 1~2과목 정도 주력 과목이라는 것이 생기시니까 그 과목은 2과목을 1장에 몰아서 쓰거나, 아예 막판 회독용 요약본을 안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영어/사회가 그랬습니다.) 정도로 준비하시면, 약 40~50분 정도 되는 시간 안에 다 볼 수 있습니다.


      3년이란 시간 동안 여러 번의 시험을 쳐보니, 시험장에는 세 가지 부류의 수험생들이 있었습니다.

1. 기본서 or 필기노트를 통으로 가져오는 수험생 (1년 차의 저입니다.)

2. 빈손으로 오는 수험생

3. 요약본을 가져오는 수험생 (3년 차의 저입니다.)


     우선 시험날 필기노트를 들고 오는 것은 비효율적입니다. 그 두꺼운 기본서를 다 들고 오는 것은 더더욱 비효율적입니다. 어차피 다 보지도 못하고, 시험 시작 전까지 그 자리에서 많은 내용을 다 훑어봐야 한다는 압박감에 아예 그냥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거예요. 가방도 너무 무겁고 마음은 더 무거워질 겁니다.


     반대로 아예 시험날 빈손으로 오는 수험생분들도 적지 않게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초시생이거나, 긴장을 잘 하는 타입으로 마인드 컨트롤에 전념하는 분들입니다. 실제로 후자의 경우 그렇게 와서 당당하게 합격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적긴 하지만 말이죠. 역시 마지막 순간까지 그래도 한 글자라도 더 보시는 것이 좀 더 낫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입니다. 뭐 이런 분들은 본인 스타일이니 그냥 괜찮다고 봅니다. 저처럼 마지막 순간이라는 것이 짧으시면 그럴 수 있죠. 문제는 전자, 초시생분들입니다. 초시생 입장에서 이 시험은 모의고사일 수도 있습니다. 근데, 그래도 이왕 온 거 실전 시험처럼 최대한의 능력을 끌어올려 시험에 임하시면 좋겠습니다. 그 목을 조여 오는 느낌과 주변의 살벌한 풍경은 학원 모의고사에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무언가를 여러분에게 줄 겁니다. 시험장에서의 그 긴장감 속에서, 정해진 시간 내에 100문제 혹은 7급의 경우 그 이상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 그 자체로 나중에 다가올 본시험에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경험이 될 것입니다.


     또한, 모든 인강 선생님들이 말씀하시듯 마지막까지, 감독관이 책을 뺏어가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최대한 그동안 공부해온 내용들을 눈 안에 담아두시면 좋겠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화장실 가라고 주는 마지막 타임이 있는데 그 가는 길에는 입으로라도 주문을 외우듯이 중얼중얼거리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주변에서 이상하게 볼 겁니다. 근데 보면 어때요? 뭣이 중헙니까?


     제 경험상, 끝까지 놓지 않고 암기한 내용들은 최소 1문제라도 시험에 나왔습니다. 덕분에 막판에 보지 않았으면 긴가민가 헷갈려서 틀렸을지도 모르는 내용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사실 한 문제가 아닙니다. 그걸 헷갈렸을 때 내가 낭비했을 몇 초가 나중에 다른 한 문제를 풀 시간으로 쌓입니다. 내가 아는데 급해져서 실수할 가능성이 있는 다른 문제를 풀게 하고, 구멍날 점수를 메워줄 겁니다.


10. 추가 옵션 2: 연습장과 녹음기

     마지막으로 연습장/녹음기입니다. 시험 직전까지 봐야 할 요약본을 챙겨놨으니, 남은 일은 머리로 입력시키는 겁니다. 물론 그냥 눈으로 읽는 것이 편하신 분들은 요약본만 가져가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런데 보통 우리 뇌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감각으로 자극을 주면 더 잘 외운다고 하죠. 교육학 쪽에서는 메타인지학습법이라고 하는 그거요. 눈/손/귀, 다 쓰면 쓸수록 좋지 않겠습니까? 녹음기는 핸드폰 녹음기로 가능하고(미리 요약본 전체를 녹음), 연습장은 따로 가져가서 들으면서 쓰는 겁니다. 막 쓰면서 최대한 머리로, 눈으로, 귀로, 손으로 암기했었습니다. 사실 2년 차에 요약본을 가졌갔을 당시, 불안하니까 그냥 눈으로 보려고 하면 자꾸 안 읽히고 그러기에 타개책으로 썼던 방식입니다. 과하다 싶으시면 본인에게 맞게 차용하시면 되겠습니다.


11. 손목시계

     미리 챙겨가면 안심이 됩니다. 수능과 다르게 일단 시험장 시계가 걸려 있어 크게 지장은 없지만, 괜히 ‘저 시계가 이상하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을 갖게 될 수도 있습니다. 본인이 쓰시던 스톱워치를 가져가시는 분들 있으신데, 감독관 분들 중에 까다로우신 분들은 허용을 안 하시는 분들도 있으니 참고해 주시고 (특히 뭔가 기능 많으면/소리가 날 우려가 있는 시계라면) 굳이 스톱워치(디지털시계)를 사용하시겠다면 가장 심플하게 생긴 것을 가져가시는 걸 추천합니다.


여담: 본인 시계도 100% 신뢰할 수 없습니다. 작년에 저 같은 경우 시험 중간에 배터리가 나간 제 시계만 보고 풀다가 제5과목 기둥을 세우는 끔찍한 경험을 했습니다. 참 재수가 없어도 이렇게 없냐 싶었죠 그땐.



     아마도 이 글 자체는 내년 봄이 올 때쯤에 다시 열어보시면 도움이 되실 겁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막상 보면 별거 아닌 내용이 맞기는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로 글로 만든 이유는 그만큼 많은 분들이 긴장을 하셔서 많이들 놓치시기 때문입니다. 꼭 그날 잘 준비하셔서, 1년의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참사를 막는데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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