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준비물을 다 챙기고 나면 ('공무원 시험 필기편, 17. 필기시험 하루 전 준비물' 참고) 갑자기 마음이 허해지면서 긴장도 되고 잠도 안 오고 그럴 겁니다. 민감하신 분들은 이미 그전부터 가벼운 불면증을 겪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1년 차 때야 공부를 덜 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오히려 잠을 잘 잤는데, 2년 차 국가직부터는 불안함 때문에 잠도 설치더군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달가운 현상은 아니죠. 오늘은 한번 시험 전 날 밤부터 시간대 별로 시험 과정+마인드 컨트롤에 대해서 한번 써보려고 합니다. 그날에 대한 생생한 시뮬레이션이자 긴장을 덜 하게 하는 백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이 시험 전날 밤은 미리 밑작업을 좀 신경 써서 했습니다. 생체리듬이 '공무원 시험, 생활편 5. 계획 세우기'에서 이야기를 했던 것처럼 시험 당일을 의식하며 하루하루를 살았기 때문에, 몸은 이미 시험 전날 최적화 사이클로 맞춰졌던 상태였습니다. 무려 1년 동안 이 짓을 하면 몸이 먼저 반응을 합니다. 저녁에 공부가 잘되는 올빼미형 스타일이신 분들은 제 시간표가 무리가 있으시겠으니 1년 내내 이렇게 하셔라 말은 못 하겠습니다만, 그래도 마지막 1달 정도는 시험시간에 최적화된 몸상태가 되도록 수면시간을 조금 컨트롤하셔야 합니다. 아예 시험 전날 어차피 잠도 안 오는 거 핫식O,레드O 먹고 밤새서 공부하고 시험장 가시는 분들도 본 적이 있는데, 솔직히 권하지 않습니다. 이거 가능했던 친구는 제 수험생활 통틀어서 1명 봤습니다. 순경 준비하던 친구인데, 이 친구는 애초에 체력 자체가 규격 외라서 예외로 치겠습니다.
이렇게 몸을 적응을 시켜도 이 날은 잠이 쉽게 오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시험이 있는 달에 2가지 정도를 추가했습니다. 일단 카페인은 입에 대지도 않았고, 공부량을 줄이고 적당히 몸 상하지 않을 정도로 운동을 해서 일부러 한 10시쯤에는 지쳐서 쓰러지도록 설계를 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그래도 조금은 편하게 잠을 주무실 수 있으실 겁니다.
아침에 일어나시면 보통 두 가지 케이스로 나누어집니다.
1.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너무 걱정을 해서 이미 해탈한 상태)
2. 아... 어떡하지 망했다. 어제 공부한 거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아. (극도의 긴장 상태)
1번은 그래도 좀 나은 상태인데, 2번이신 분들은 잘 생각해 보세요. 여러분이 한 공부의 양, 결코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시험장에 가시겠다고 마음을 다 잡으신 것만으로도 여러분은 이미 대단하신 분들입니다. ‘盡人事待天命’ 딱 이럴 때 쓰라고 만들어진 말인 거죠. 이미 여러분은 盡人事하셨습니다. 이제는 待天命하시면 됩니다. 그렇게 긴장하시면 점수가 떨어지면 떨어지지 절대 올라가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기분이 별로시고 긴장이 되신다면, 이 시험이 끝나고 나서의 일정을 생각해 보세요. 어쨌든 시험 끝나는 그날만큼은 여러분 보통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 만나시거나 오래간만에 가족들 보러 가시지 않습니까? 이것만 끝내버리면 좋은 것이 기다리고 있지 않던가요? 그렇게 해서라도 조금은 마음을 가볍게 만드셔야 합니다.
시험장에 들어가면 초시생 분들은 그 분위기에 압도당할 수도 있습니다. 너무나도 조용하고 숨소리도 크게 내면 안될 것 같은 상황이니까요. 어지간한 도서관 저리 가라 분위기입니다. 당황하지 마시고 일단 자리에 앉으셔서 혹시라도 남에게 방해가 될 수 있으니 휴대폰을 끄시거나 적어도 진동으로 해 주세요. 옆에서 뭐가 울리면 옆 사람도 긴장 상태에서 마지막 준비를 하는 중이니 굉장히 예민해서 여러분 생각보다 피해가 큽니다. 그다음에는 앉은자리를 체크하시면 됩니다. 의자/책상 높이, 혹시 의자나 책상이 흔들거리지 않는가 흔들어도 보시고, 이상이 있다면 주변 자리에 괜찮은 의자/책상으로 바꾸시면 됩니다. 남에게 피해 아니냐고요? 괜찮아요, 어차피 여러분의 교실은 시험 보러 오지 않으시는 분들이 여러분 생각보다 많으실 겁니다. 앞서 말한 ‘시험장에 가시겠다고 마음을 다 잡으신 것만으로도 여러분은 이미 대단하신 분들’이라 한 것이 여러분을 위로하려고 한 빈말이 아닙니다. 생각보다 그 자리에 가지도 못하고 다음 시험을 기약하시거나 아예 공무원 시험을 포기하시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그렇게 자리를 정리해 놓으시면 이제 ‘마지막 발악’ 요약본을 꺼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외웁니다. 사실 이때는 잡생각을 갖지 않고 공부하는 것이 최고의 마인드 컨트롤입니다. 일단 머리를 공부 모드로 돌리는 것에 온 신경을 집중하세요. 어차피 길지도 않습니다. 일찍 도착한 사람도 1등으로 그 교실문을 연 사람이 아닌 이상 1시간도 안됩니다. 감독관이 소지품을 앞으로 놓으라는 그 순간까지 최선을 다합니다. 그게 ‘시험에 대한 예의’라고 사람들은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좀 더 보태서 ‘내가 보낸 1년이라는 시간에 대한 예의’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이제 소지품을 앞에다 내놓으면 여러분 책상에는 신분증/응시표/(물통)/필기구만이 있을 겁니다. 화장실도 마지막으로 갔다 오시고 마지막 전투를 기다리시면 됩니다. 전 이때 눈 감고 마인드 컨트롤을 했습니다. 보통 이 시간에 클래식 음악이 나와서 명상을 하기 딱 좋습니다. 이때 마인드 컨트롤은 딱 한 가지 ‘盡人事待天命....盡人事待天命.....盡人事待天命.....’ 한마디로 ‘난 할 만큼 했다.... 난 할 만큼 했다.... 난 할 만큼 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안 되는 거면 그냥 재수가 없는 거고 내가 이 길이 아닌 거다....’인 거죠. 아 물론, 필적확인란이랑 기타 자잘한 안내방송에서 하라는 거는 다 하시면서 이걸 하셔야 합니다.
‘딩동댕~’ 소리와 함께 시험이 시작합니다. 가장 집중력을 발휘해야 할 시간입니다. 절대로 ‘내가 이 시험을 위해 O년을 그렇게 달렸는데 잘 봐야 해.’라는 생각하시지 마세요. 다 부질없으십니다. 그런 걸 보고 잡생각이라고 합니다. 본인이 열심히 하셨으면 좋은 결과 있으실 겁니다. 문제에 집중하세요.
그렇게 열심히 풀다 보면 당연히 모르는 문제가 나올 겁니다. 그냥 넘기세요. 여러분이 어려우면 다른 사람도 어려운 겁니다. 특히 요즘은 국사 같은 경우 정말 ‘출제자는 알고 냈냐?’싶은 문제도 나오고 그럽니다. 과감하게 버리세요. 그리고 아는 거 빨리 풀면 그거 풀 시간이, 아니면 적어도 유추해서 찍을 시간이 나올 겁니다. 시간 관리는 생명입니다.
시험 시간을 가장 잘 활용하는 것은 사실 시계를 가장 덜 쳐다보는 것입니다. 보통은 국어/영어가 끝나고 시계를 많이 보시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국어/국사를 보고 시계 한번, 마킹 시작할 때 한번 보통 그렇게 두 번 정도 봅니다. 왜냐하면 어쨌든 꼴에 영문과니까 시간 조절을 영어에서 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는 시간 관리가 가능한 강과목 풀기 전에 한번 보고, 마킹할 때쯤에 한번 정도? 이게 이상적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감독관님이 “20분 남았습니다.”부터 시작해서 카운트를 시작하실 겁니다. 2분 전까지 카운트를 주시니 “5분 남았습니다.”라는 멘트가 나올 때까지 다 푼다는 마음으로 시계는 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여러분이 이미 모의고사를 보면서 익히셨던 체감시간을 믿으세요.
“5분 남았습니다.” 멘트가 나오면 갑자기 손이 떨리실 수도 있습니다. 떨지 말라는 말씀은 안 드리겠습니다. 저도 떨었고 많은 사람들이 떨기 시작하는 시간입니다. 내 심장 박동 소리가 내 귀에 들리고, 숨은 거칠어집니다. 근데 한 가지, 마킹에는 집중을 하셔야 합니다. 이미 이때 문제 푸는 시간은 끝났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괜히 한 문제 더 풀겠다고 발악하는 순간 1과목 과락이 여러분을 기다릴 겁니다. 일단 마킹부터 하고 보세요. 굳이 찝찝하시다면 지방직/서울시면 헷갈리는 1~2문제 정도를 남기시고, 국가직에는 수정테이프라는 훌륭한 도구가 있으니 일단 다 칠하고 보세요.
“2분 남았습니다.” 이 멘트가 나왔을 때 마킹이 끝나셨으면 그 1~2문제를 보시고 마킹이 안 끝나셨으면 무조건 끝내셔야 합니다. 거의 다 왔습니다. 종이 치면 감독관님이 손을 떼라고 하시며 답안지에 손을 대면 부정행위로 간주하겠다는 멘트를 치십니다. 그 사이에 혹시 그 1~2문제 답을 못 찾으셨다면 찍으셔야 합니다. 종이 치는 그 순간에는 그래도 봐주시거든요. (약 1초 정도, 저는 맨 앞자리였는데도.) 그 이후에는 절대로 아무것도 건드리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진짜로 끌려가신 분을 저는 봤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보통 이렇게 보고 나면 진이 빠져서 소지품 가지러 나가는 그 짧은 거리도 힘드실 겁니다. 잘 보셨든 못 보셨든, 점심 맛있게 드시고, 채점하시고, 여력이 되신다면 그날 올라오는 해설 강의를 들으신 뒤 그 날 하루 정도는 푹 쉬셔도 좋습니다. 다음 날부터 또 달려야 하거든요.
오늘을 마지막으로 필기편의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달려왔습니다. 다음 주부터는 이 지루한 공무원 시험의 마지막 관문, 면접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한번 풀어보려고 합니다. 사실 면접 정보는 수험생들이나 학원가에서 계속 기출문제가 돌고 있고, 여러 면접 강사님들이 강의와 자료들을 주시고 계십니다. 허나, 필기시험에 비해서 면접시험은 정보가 적습니다. 심지어 틀린 정보, 과장된 정보들이 많습니다. 다음 주부터는 왜 그렇게 면접에 대한 괴소문이 많은지, 그리고 실제로 시험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고, 시험장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등을 한번 상세하게 다뤄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