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글에서 짧게 공무원 면접 시험에 대해서 많이 묻는 질문들에 대한 나름의 답을 적어봤습니다. 어느 정도 추상적으로 이 시험이 어떤 시험인가에 대한 밑그림도 어느 정도는 주어졌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이제 구체적으로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지를 차근차근 설명해보려고 합니다. 특히나, 이번 정부부터 면접 시험 일정이 전체적으로 앞당겨진만큼, 첫 시험인 국가직부터 첫 단추를 잘 끼우시는데에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올해 공시 준비하신 분들은 다들 느끼셨겠지만, 예전과 다르게 국가직과 지방직 시험 사이의 텀이 1달, 만약 정말 지방직 필기를 올인한 사람의 경우 실질적으로 1주~열흘정도의 시간 밖에 안 남습니다.(이런 경우는 아마 본인 점수가 1배수 밖인 경우) 그리고 아마 적어도 현 정부 동안은 안 바뀌지 않을까 싶네요. 저 같은 경우는 딱 1배수에 걸쳐있는 애매한 친구였습니다. 전적으로 준비하기도 애매하고, 안 하기도 애매한 그런 상황이었죠.
그래서 결국 포인트를 '적은 시간 안에, 필요한 부분만, 필요한 정도만' 준비하는 것으로 잡았습니다. 면접 후기들에 꼭 나오는 스터디를 하고 뭐 형법, 형소법 압축강의 하루 밤 새서 강의를 들었다든지 기타 등등 여러가지 정보들이 나를 미치게 만들었으나, 결국 지방직도 있고 서울시도 있는데, 굳이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했죠. 결국 제 판단에 거품이라 생각하는 것들을 다 버렸습니다. (이건 제가 들었던 피티윤쌤이 주신 조언이기도 했습니다.) 솔직히 스터디하러 차로 1시간 걸리는 원주, 춘천까지 어떻게 가나 싶기도 했죠.
면접 준비 시작은 일단 공단기 컷 기준으로 얼추 제 위치가 보이는 공단기 5차 컷이 나오는 순간부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약 그러면 1달하고 며칠 정도의 시간이 남을 시간) 시간 배분은 평일에는 8:1:1(지방직 필기:뉴스:면접 준비), 주말에는 6:1:3정도(이때쯤 되면 필기 책이 눈에 잘 안 들어올 확률이 높습니다. 딱 기본과목 3개만 대충 훑고, 나머지 4시간 중 3시간은 면접 인강, 1시간은 맥주 약간과 뉴스를 1시간 정도 보면... 간만에 보는 뉴스가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습니다.) 대신에 필기 시험 중에도 쉬는 날이면 보던 드라마와 예능을 조금씩은 봤는데, 뉴스를 보고 하니까 별로 안 봐도 참아지더군요.
기출된 문제와 합격생들의 대답을 모은 case book을(위에 언급해 놓은 것처럼 면접 전 과정을 복원한 것들입니다. 아마 다들 학원에서 주실 겁니다.) 정말 정독했습니다. 화장실에서 보면 좋습니다. ㅊㅣ질이 없으시다면요. 여기서 읽다보면 저에게 맞는, 필요한 말재료들이 보입니다. 그것을 정리해서 제 노트에 적었습니다. 순서는 제 직렬(필자: 검찰직렬) 사례를 틈 날때마다 보고, 그게 끝나면 저희 쪽과 관련된 곳(마수직, 교정직 기타 등등)을 정독해서 같은 작업을 했습니다. 이러다 보면 '어떤 면접은 잘 본 것 같고 어떤 면접은 못 본 것 같다'가 눈에 들어오고 보는 눈이 생깁니다. 이게 한 2주 정도 걸렸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것만 잘 해도 면접 반은 준비한 거라고 전 생각합니다.
학원 교재, 기타자료 등등도 마찬가지입니다. 다 보지않았고, 저한테 맞는(=마음에 드는, 내가 썰을 잘 풀 수 있을거 같은, 내가 경험한 적이 있는) 말재료를 모아서 이것도 같은 노트에 적었습니다. 뉴스를 보다 웬지 제 직렬과 관련이 있으면 그것도 적었습니다. 그리고 자기 전에 한번 쭉 보면서 걸러내는 작업을 했습니다. 포인트는 '나한테 맞는'입니다. 제 얘기가 아니면 말로 절대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겠죠. 양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결국에 본인이 면접장가서 면접위원과 나눌 이야기는 A4지 1장 반~2장 사이의 분량입니다.
- 노트는 key word만 적는 것을 추천합니다. 모르는 단어면 뜻을 정리해야겠지만. 되도록이면 대본으로, 줄글로 쓰지 말아 주세요. 어차피 그거 그대로 말씀 못하십니다.
이렇게 하면 이제 한 면접 70퍼센트 했다고 저는 봅니다. 그리고 1달을 기준으로 이 정도하면 어느새 지방직이 1주일이 남습니다.
지방직 전 일주일은 하루 10~11시간 정도를 지방직 필기에 올인했습니다. 면접책은 계속 보면 신경쓰일까봐 아예 다른 곳에 치워놨습니다. 마치 국가직 필기 보기 전처럼 공부했습니다. 앞에 나왔던 것처럼 국가직이 그렇게까지 안정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기도 했고, 결론적으로 지금 생각해보면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이 글을 보고 계신 분들 제발 바라건데, 지방직 필기를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국가직을 통과했다는 것은 조금만 더 하면 지방직을 안정권으로 점수 받을 수 있다는 뜻이고, 지방직 필기 통과는 면접 시에 엄청나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줍니다.청심환 10개 정도의 심리적 안정감을 줍니다.
-------->지방직 필기 시험後
이후에 지방직이 끝나고 오랜만에 노트를 보면 자연스럽게 본인의 면접노트가 새롭게 보입니다. 그 과정에서 또 한번 걸러낼 것과 추가할 것들이 보일겁니다. 특히, 슬슬 본인이 받으면 위험한 질문들도 정리를 하다보면 보이실 겁니다. (+시기상 이쯤이면 면접을 첫날에 보는 경우 1주일, 저같이 마지막에 보는 경우 11일 정도가 남습니다.)
그리고 이쯤 되면, 한가지 깨달음이 생깁니다. 공직가치는 '상식'이 있으면 어렵지 않게 갈 수 있겠구나 싶은 깊은 깨달음. 공직가치라는 것은 앞에 '공직'이라는 글자를 빼면 결국 어떤 '공통적 사회 "가치"이자 상식적인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겁니다. 꼭 그 인사혁신처 책자에 나오는 9가지 가치에만 얽메여서 억지로 맞추려 하지 마세요. 뭐 공직 가치 중에 '사랑','자유' 뭐 이런 것들 이야기한다고, 미흡을 주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어떤 친구는 필요한 공직가치에 저 9개 중에 생각이 안나서 '사랑'이라고 하고 합격했습니다. 무슨 가치를 말씀하시든 논리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면 됩니다.
경험형은 본인이 조직생활 경험이 없다고들 하시는 분들이 (특히, 수능 끝나고 바로 9급을 보시는 이제 갓 고등학교 졸업한 분들) 계시는데 이 시험에서 조직이란 2명 이상만 모이면 다 조직입니다. 가족도 조직이고, 심지어 친구끼리 pc방을 가서 게임을 하는 상황도 '조직'이라고 봐야 합니다. pc방에서 게임하다가 친구랑 싸운 얘기도 조직 갈등입니다. 뻔한 대학 팀플 얘기, 스터디에서 들은 멋있는 남의 얘기보다는 그게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험들을 쌓아서 이것도 면접노트에 정리합니다. 그러다보면 한 사례로 여러 사례를 돌려막기도 할 수 있고, 여러모로 편해질 겁니다. 괜히 스터디에서 들은 남의 경험을 자기 경험인 양 답하시면 본인 스스로 본인의 면접을 압박면접으로 만들 겁니다. 반대로 소박해도 본인 얘기면 오히려 경험형 별거 없는데? 싶으실 겁니다.
이렇게 하나씩 정리를 해 보면 결국, 문제가 될 부분은 상황형이나 5분 발표구나 싶을겁니다. 마지막 그 10일간 저의 경우 딱 이 부분만 잘라서 인강을 봤습니다. 그러면 대충 상황형은 어떻게 해야 하고(보통은:팩트체크-커뮤니케이션-해결책 도출-재발방지책 마련... 이라는 사이클을 벗어나지 않더라고요), 5분 스피치는 어떻게 해야 할 지 그림이 그려집니다. 그리고 제가 준비하면서 걸러냈던 말재료들도 다시 봤습니다. 이때 제가 지방직하면서 1~2시간 투자해서 찾아놓은 말재료들이 강한 무기가 됐음을 느꼈습니다. 걸러놓은 말재료들도 다시 보면 은근 쏠쏠하실 겁니다.
이렇게 재료가 어느 정도 완숙해 지면, 그 다음은 녹음과 연습입니다. (한 5일 정도)
1. 실전처럼 시간을 재서 (자기기술서 20분+5분 발표 개요 작성 10분) 기술서를 작성
2. 실전처럼 5분 발표 (이건 녹음 必)
3. 경험형, 상황형은 최대한 3~5문장으로 정리해서 말하기 연습.(녹음 해도 되고 안해도 되고, 근데 정말 나머지 5일 동안 꾸준하게 연습하셔야 할 정도로 중요합니다.)
지방직이 끝나면, 잠시 잊었던 불안이 다시 옵니다. '아 진짜 스터디 안 해도 되나? 나 말 진짜 못하는데'라는 불안감 말입니다. 스터디를 안 하는 대신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위에서도 썼듯이 실전처럼 시간을 재서 (자기기술서 20분+5분 발표 개요 작성 10분) 기술서를 작성하고, 발표하고, 제 목소리 녹음해서 제가 피드백했습니다. 저희집 강아지가 면접관이었고 산책하러 나간 뒷산이 제 모의 면접실이었습니다. 그렇게 핸드폰으로 녹음하고 밤에 들으면서 이불킥을 매일 시전했습니다. 본인 목소리를 본인이 들을 때의 그 생경함이란 생각보다 심할겁니다. 그래도 하셔야 합니다.
주제는 이전 기출지문과 현 정부 주요현안이라면 무엇이든 좋습니다. 공무원 증원이라든지, 아니면 상황형이라든지, 경험형이든지 그렇게 문제 몇개를 한손에 쥐고 벽을 보고 하시든 뻘쭘하면 인형을 앞에 놓고 하시든, 정 안되면 집에 부모님 앉혀놓고 하시든 상관없습니다. 하루에 이걸 2~3세트만 해도 충분합니다. 물론 이 작업만큼은 목이 쉴 정도 아니면 많이 해 볼수록 좋습니다. 지금 제가 설명드리는 면접준비 과정 중에 가장 오버해서 해도 되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스터디를 안 해서 저도 정말 두려웠고 또 두려웠습니다. 남들은 다 하는데, 나만 뒤쳐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나고 나서 느꼈던 것은 스터디는 양날의 검이라는 것입니다. 스터디는 심리적 위안을 주거나, 불안을 완화 시켜줍니다. 면접장 안에서 자기 스터디원을 만날 경우도 많으므로 정말 그 친구들은 끝까지 대기장 뒤쪽에서 서로 피드백 해주고 발표연습을 그 마지막 순간까지 합니다.
다만, 붙고나서 혼자 생각해 보고, 주변 이야기들을 들어보니, 조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들은 면접관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신과 똑같은 수험생들입니다. 스터디에서 지적질을 너무 당해서 막상 면접에서 자기 생각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스터디원들의 생각이 반영된 '가공된 생각'을 말하게 됩니다. 위축이 됩니다. 속된 말로 사람이 '쫄아'버립다. 그러면 말이 꼬이고 본인 생각이 아니기에 면접관의 질문에 빠르게 반응을 하지 못합니다. 그러면 면접관은 응시자의 진실성을 의심하게 됩니다. 본인 스스로 평범한 면접을 압박 면접으로 만드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이러면 정말 완벽하게 말아먹은 면접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거기다가 누차 강조하지만 올해는 시험일정이 당겨져서 시간이 없습니다. 남의 것까지 자기 것으로 소화할 시간은 없다는 소리죠.
그리고 생각해 봐야 될 것 하나 더. 본인을 제일 잘 아는 것은 누구입니까? 바로 당신입니다. 물론 밖에서 보는 누군가의 조언이 약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제스처가 커진다든지, 아니면 다리를 나도 모르게 떨고 있다든지... 그런 것들은 피드백을 받으면 고쳐야죠.
하지만 면접은 자기 생각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보통 '이런 내용은 아마추어 같아 보이지 않을까요?', '이건 너무 공무원을 비판하는 내용이라 좀 그렇지 않을까요?' 등등 스터디에서 본인이 발표하는 '내용'에 대한 피드백은 좀 과감하게 넘기시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어쨌든 면접장에는 본인 오롯이 혼자 들어가셔야 합니다. 스터디 하던 그 분들과 함께가 아니라. 여러분이나 저나 공무원이 되면 '아마추어' 아닙니까? 좀 '비판'하면 어떻습니까? 근거 없는 '비난'이 아니고 엄연히 팩트로 존재하는 '사실'을 근거로 '논리적으로' 우리는 접근하는 것입니다. 선만 안 넘는 선에서 내가 공무원이다 생각하고 '~~상황이 이해는 가지만~~ 인 것은 잘못된 것 같습니다'로 시작하면 됩니다. 면접관님들도 공무원이시고 그 문제점들을 모르시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여러분들보다 그 상황을 피부로 체험하시고 계신 분들입니다.
- 사족1 : 운동하세요. 가끔 저처럼 필기시험 보면서 폭식과 無운동 상태로 1년을 보내다 보면 살이 엄청 찌는 경우가 있는데, 본인이 평소 입던 정장이 미친듯이 낄 겁니다. 1년 동안 어지간한 사람들 경조사에 발을 붙일 새가 없었으니 정장을 입을 일도 없어서 이런 경우가 종종 일어납니다. 필합이 확정되면 꼭 한번 확인 바랍니다. 남자들 입장에서 딱 와닿는 예는..... 본인 제대 때 입은 군복이 예비역 한 4년차 쯤되서 입으려 하면, 단추를 하나 열어야 될 정도로 안 맞는 경험 한번은 있으셨을겁니다. 미리 입어보고 위기감이 느껴지면 빼야합니다. 옷 사러 갈 시간도 돈도 없습니다. 저도 1달에 한 5kg 빼고 면접장 갔습니다. 그래도 꽉 껴서 아침도 거의 참새 눈물만큼 먹었고요. 그리고 본인 나중의 건강을 위해서도 빼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 사족2: 본인이 가는 직렬의 전문지식 (검찰-형법, 세무-세법, 출관직-관세법.....기타등등)은 학원에서 주시는 자료만으로 커버가 어느 정도 됩니다. 심지어 어떤 면접관은 묻지도 않고, 설령 모르는게 나오면 모른다 해도 모른다고 하시면 됩니다. 대신 모른다에서 끝나지 말고, 면접관님이 친절히 힌트를 주실 거고 그때 멘탈이 안 나가면 그걸 잘 받아 먹을 수 있습니다. 그거 모른다고 미흡을 받지는 않습니다. 저희한테 면접관님이 그렇게 많은 것을 바라시지 않습니다.
다시 포인트를 잡아보자면,
- 이제는 면접 준비기간이 2달-->1달로 줄었다. 최대한 컴팩트하게, 거품을 줄인 면접 준비가 필요하다.
현재까지 나온 면접후기는 어디까지나 과거의 면접준비다. 감히 말씀드리지만, 아마 그렇게 준비하면 시간이 모자랄 확률이 높다.
- 지방직 필기 시험을 절대로 포기하지 말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그리고 지방직 시험을 잘 보면 국가직 면접에서 '설령 내가 미흡을 받아도 지방직 보면 된다.'라는 심리적 방패가 있는 사람과 '나 이거 망하면 진짜 큰일 난다. 새우잡이 배 타야해.'라는 마음을 먹은 사람의 차이는 하늘과 땅차이다.
- 스터디는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다.
앞서 말한 내용이 '스터디는 쓸모가 없다'로 끝날 것 같아 짧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쓸모가 없다'가 아니라 '스터디를 안한다고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뉘앙스로 말씀을 드리고 싶은 마음에 좀 길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첫 글에서 보셨겠지만, 이 글은 혼자 공부하는 공시생들에게 조금 더 도움이 되실 글입니다. 그분들의 불안을 덜고자, 그리고 실제로 저런 부작용을 숱하게 봐온 사람의 입장으로서 꼭 하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하실 분들은 하시되, 여건이 안되는 분들은 이렇게 하시면 됩니다. 늘 이 글을 쓰면서 많이 말씀드리지만, '정답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