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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Chive Jan 12. 2019

공무원 시험, 상담편 1. 공시생의 연애 - 남자편

'상담편의 첫 내용은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까?' 라는 생각을 해보며 메일함을 뒤적뒤적거린지 3일, 결국에는 가장 많이 고민으로 나오던 여러 공시생의 '연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저는 이전에도 이야기를 했듯이, 노량진 출신도 아니어서 과연 제대로 쓸 수 있을까 고민은 됩니다. 하지만 어쨌든 공시생이었을 때 여자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어느정도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을 메일로 온 이야기들을 통해서 나눠보고자 합니다.


*앞에 intro에서 말씀드렸듯이, 어찌되었든 저는 전문 상담사도 아니거니와 제대로 된 학습코치가 아닙니다. 이 점은 메일을 보내주신 분들에게도 미리 말씀드렸고 여러분께도 말씀드립니다. 이 글을 쓰면서 외부로 노출되는 점에 대해서도 본인들의 동의를 받은 상태임을 알려드립니다. (근데, 아마 너무 많은 분들이 보내주신 문제라서 누군지 절대 모르실 겁니다. 일부러 그런 소재를 가져다 쓰기도 하고요.)  



안녕하세요, 글을 보고 조금은 늦은 감이 있지만, 답답한 마음에 메일을 보냅니다. 글을 올리신 내용 중에 '있는 인연은 계속 지속하되, 새로운 인연은 만들지 말 것.' 이라 말씀하신 것을 봤습니다. 저는 현재 OO직을 준비하고 있고, 여자친구는 작년에 합격해서 촌놈님과 함께 18공채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여자친구의 기다려준다는 말이 고맙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속으로는 딴생각 하고 있지는 않을까?','이제 내 공시는 3년차, 부모님께 모든 지원을 바랄 수는 없고, 알바를 병행해야 하는데, 데이트 비용과 시간은 어떻게 해야 하지?','결국 우리는 헤어지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결국, '내가 먼저 이 친구를..... 이 친구를 위해서라도 정말 힘들겠지만 놔주는 것이 옳은 거 아닌가?' 라는 생각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도 여자친구와의 연애를 이어가야 할까요?

-ID Alpha*** , rjseka****, hestia** 님 외 다수(의 남자들이겠죠? 물론 여성분일 수도 있겠지만.)


정말 많이 본 케이스입니다. 수험 생활 중에 연애를 할 경우 먼저 합격하는 쪽이 여자인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그냥 통계적으로 봐도 여성 합격자가 많지 않습니까? 그리고 보통 먼저 합격하는 사람이 깔끔하게 찹니다. 합격하면 더 나은 조건에서 더 나은 사람과 연애할 기회가 아주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디테일은 조금씩 다를지 몰라도 공시하는 남자들의 연애 고민은 저 패턴에서 크게 벗어나지를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만 말씀드리자면, '아직은 헤어지지 마셨으면' 합니다. 좀 특이한 결론이죠? 분명 대부분은 헤어지라고 하실 겁니다.


일단 노량진에서 연애 얘기를 할 때 많이 하는 말 '있는 인연은 계속 지속하되, 새로운 인연은 만들지 말 것.' 이 말의 뜻을 다시 좀 풀어 쓸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결국 '감정의 평상심'을 유지하라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것은 감정의 변화가 크게 옵니다. 반대로 있는 인연을 깨버리는 것도 또한 감정의 변화가 크게 옵니다. 이것을 피하자는 말입니다.


그래도 이런 말을 할 수가 있죠. 대표적으로 '여자친구를 위해서라도 남자가 놔줘야 하는거 아닌가?', '여자친구 신경 쓰다가 올해도 떨어지면?' 등등의 질문들이 있습니다. 일단 첫번째 생각, '여자친구를 위해서라도 내가 놔줘야 하는거 아닌가?' 물론 이런 생각을 하신 것이 잘못되었다는 말씀은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합리적으로 보이기까지 하죠. 대다수의 남자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아직은 '가부장제'의 틀을 못 벗어나기 때문에, 여자친구가 먼저 공시 합격하는 상황은 본인들에게나, 혹은 제 3자의 시선에서 어딘가 '불편함'이 보일겁니다. 안타깝지만, 남자친구가 먼저 합격하고 여자친구가 공부하는 상황이면 그나마 상대적으로 주변 시선이 '그래도 좀 괜찮은' 편 입니다. 사회적으로 성 평등 문제가 이슈화되면서 이 시선도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아직 우리 현실은 좀 미흡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헤어지는 것은 개인적으로 좀 위험한 생각같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일단 지금 이 고민에서 빠진 고리가 하나가 있습니다. 여자친구의 의사입니다. 메일 상으로는 일단 남자분이 이런 얘기를 저한테만 하시고, 정작 중요한 여자친구와는 하지 않았을 겁니다. 심지어 일단 말로만이라 할지라도 여자친구의 대답은 '기다리겠다'였습니다. 그렇다면 먼저 놔 주는 것이 옳다는 말은, 어딜 봐서 '여자친구를 위해서'입니까? 차라리  '내가 시간이 안 나고, 돈도 빠듯해서'라는 대답이 솔직해 보입니다. 본인 주머니 사정, 여자친구도 알고 있을 거고요, 공시생의 스케줄을 같은 공시생이었던 여자친구가 모를 리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다린다했다면, 거기다가 저 메일을 받은 시점이 한창 연수원에 들어갔다 나온 12월이었음을 고려할 때, 이런 분들은 조금은 여자친구를 믿어봐도 될 것 같습니다.  


두번째, '여자친구 신경 쓰다가 올해도 떨어지면?'이라는 불안감. 이 불안감은 크게 시간의 문제와 돈의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여자친구랑 있다보면 1~2시간은 숨만 쉬어도 지나갑니다. 이 시간은 본인 노력 여하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노량진은 어찌됐든 정신적으로는 고립되어있는 외로운 공간입니다. 그런 곳에 심지어 나보다 먼저 합격한 선배로서 든든한 아군이 한명 생긴다 생각하시면 여자친구와 하는 그 시간을 좀 더 생산적으로 쓸 수 있을 겁니다. 적어도 당신은 공부나 기타 고민들에 대해 물어볼 수 있는 멘토와 그런 것을 해결할 시간이 생긴 것입니다.


아까 고민에서 '알바도 병행해야 하는데...' 라고 하시는 대목, 제 본래 메거진에 '공무원 시험, 생활편  1. 일과 공무원시험' 이라는 글이 있습니다. 이 글이 괜히 공무원 시험 생활편의 첫번째 글이 된 것이 아닙니다. 데이트 비용? 돈버는 여친이 좀 더 내면 될 일입니다. 그리고 아마 글쓰신 분의 부모님같은 경우 '모든 지원을 바랄 수 없다'고 하신 것을 보아 어느 정도의 경제적 지원을 하시는 것 같은데, 공부보다 하고 있는 알바를 늘리는 것은 좋지 않다고 봅니다. 아마 모르기는 몰라도, 대부분의 경우 남자분 본인이 2년간 더 내셨을 확률이 조금 높습니다. 성 차별적인 발언이라 생각되실 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이유는 아까도 말한 약간 우리 사회의 가부장적인 풍토 때문이겠죠. (언젠가는 제가 이런 문장을 쓰지 않는 날이 왔으면 저도 좋겠네요.) 뭐 꼭 기브 엔 테이크를 칼같이 계산해서 받자가 아니라 마음의 짐을 내려놓으셔도 괜찮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이렇게 만나다가 나중에 헤어질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많이 헤어지고요. 이때 헤어지게 될 경우, 원인이 여자친구의 일방적인 변심인 경우가 많을까요, 아니면 남자의 자격지심으로 인한 싸움인 경우가 많을까요? 생각보다 후자의 케이스와 전자의 케이스가 팽팽합니다. 한마디로 본인이 저런 생각을 가지면 본인 연애를 본인 손으로 허무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것은 본인이 저지른 일이니 나중에 어디 하소연하기도 힘드실 겁니다. 그러느니, 나중에 지독한 배신을 당하더라도, 한번은 온몸으로 서로를 믿으시면서 공시라는 바다를 건너보시는 것을 조심스럽지만 권해봅니다. 둘이서 건너다 보면 공무원 시험 중에 만날 파도를 한두개 정도 덜 맞이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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