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nChive Jun 21. 2018

준비운동 4. 일과 공무원시험

1년 전 오늘을 기억하며.

참고가 되셨으면 하는 마음에 1년 전 오늘의 일기를 그대로 한번 적어봅니다.


2017년 7월 3일 날씨 : 曇, 雨

2017.07.03 마지막 기말고사를 마친 아이들과 마지막 식사를 하러 나가는 길에서 본 학원


   학원 인수인계가 끝났다. 비가 무섭게 내렸다가 그쳤다가를 반복하는 오늘. 아이들과 마지막 수업을, 마지막 인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이다. 1년이라는 시간이 헛것이 아니었다는 듯, 아이들 하나하나 머리 위에 그 친구들과 함께한 추억들이 머릿속 안개를 걷어내고 둥실둥실 떠오른다. 답안지를 밀려 써서 한참을 울던 정연이, 영어 8점에서 70점까지 끌어올리려 혼신의 힘을 다한 상우, 장난스러운 League of Legends 천재 강이, 우리 학원 마스코트 민선이...... 얘들아 안녕. Bye. さようなら.  Salut. Tschüss. 1년 뒤에 합격증 가지고 올게.


   방에 들어오니 기분이 묘했다. 아이들과 헤어진 후의 공허함, 앞으로 할 공부에 대한 은근한 기대감, 그리고 '영어 선생님'에서 다시 '학생'이 된 뒤 느껴지는 막막함. 그런 감정 뒤에는 내가 아이들에게 뱉었던 충고들이 부메랑이 되어 나한테 하나씩 꽂힌다. '꾸준히 하면 언젠가는 된다. 멈추지만 말자.', '벼락으로 될 문제가 아니다. 평소에 잘 해놔야지.'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님을 새삼 깨닫게 되는 하루다. '내일부터 말고, 지금.' 내가 아이들에게 한 말을 되새기며 책을 폈다.


   일단, 모든 필기시험을 말아먹은 지금 현재의 목표는 '토익 점수 갱신'과 '한국사 능력 검정 시험 1급 달성'이다. 이것은 나중에 일반 행정직이 안됐을 때 (물론, 붙을 거다 그렇게 믿고 있다.), 내년 7월 중에 있을 군무원 시험에서 영어와 한국사를 빼고 시험을 치를 수 있게 해줄 중요한 카드일 것이고, 따는 데 오래 걸리지도 않을 것 같으니 시간 있을 때 빨리빨리 해치우는 것이 좋다.



      1년 뒤인 오늘, 이 일기를 돌이켜 보면서, 역시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사람은  '어지간한' 사정이 없으면 '일 하면서' 공시 준비 하지는 마셨으면 한다는 것을 한번 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제가 사석에서 이런 얘기하면, "야, 너도 2년 동안 일하면서 공부했다며?", "그럼 나는 소득 1분위에 저소득층 시험을 봐야 하는데, 난 시험 치지 말라는 것이냐?", "공부하면서도 합격한 사람들 충분히 많다." 등등의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일견 맞는 말입니다. 지금 당장 먹고 살 돈이 없으면 일 해야 합니다. 저도 소득 분위로 따지면 2분위여서 저소득층 시험은 못 보는 상태인 사람들 중에 가장 돈 없는 계층이었고, 그래서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과연 경제적으로 실제로 이득이었나?'를 조금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정말로 지금 당장 의식주가 힘들다면, 일을 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제가 일을 안 하면서 1년 더 일찍 합격해서 3년이 아니라 2년 차에 합격을 했다는 가정으로 계산을 해봤을 때, 학원 월급을 다 포함해서 계산한 결과, 거의 경제적으로 이득은 거의 없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제가 계산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제가 학원에서 받은 심적, 육체적 스트레스, 그리고 무엇보다 금보다 귀하다는 시간이라는 요소를 생각해 봤을 때,


일하면서 공무원 시험 공부하는 것은 굉장히 비효율적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물론, 이건 저의 얘기고 저의 기준이기는 합니다. 그리고 저보다 힘드신 분들이 계시니까 말씀드리기 어려운 측면도 분명 있고, 반대로 월급이 더 많은 직장을 다니시는 분들이라면 전혀 다른 계산서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무원을 목표로 하시는 수험생이면 아마 정규직일 가능성은 거의 없고, 그렇다면 크게 계산서가 다르게 나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가정에 보탬이 되고자, 혹은 내 생활비는 내가 벌어서 쓰고자 하는 아름다운 마음들은 이해가 가지만, 결국 그것은 1년을 먼저 합격하면 다 메워지는 손해입니다. 오히려 그게 더 손해일 수가 있습니다.

 

    거기다가 더 큰 문제는 생활비까지 대 주시는데 거기에 만족 못하고 편의점 알바같이 시급 측면에서 효율성도 나지 않는 알바를 뛰면서 '공시 공부'를 한다고 하는 사람들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분명히 부모님이 주신 돈으로 당신 술 한잔 덜 마시고, 피씨방 한 번 더 안 가고, 노래방 한 번 더 안 가면 그럭저럭 살 수 있는 금액일 겁니다. 무엇보다 그렇게 절약을 하게 되면서 돈으로는 살 수도 없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좀 자존심 상하겠지만, 친구들이 부를 때 빠져나가기 좋은 핑계이기도 합니다. 먹고 살만하면 일은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고통스러운 이 공시 기간이 늘어나는 지름길입니다. 그리고 부모님의 난신적자가 되는 가장 빠른 지름길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준비운동 2. 자주 묻는 Q&A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