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공안 직렬들(검찰, 교정, 마약수사, 보호, 출입국관리, 경찰 등)은 업무의 성격상 '보안 유지'라는 부분 때문에 외부에 알려지는 정보가 부족하다. 이 부족한 정보들이 미디어라는 프리즘을 한번 통과하면, 점점 현실과는 동떨어진 모습이(슬기로운 감빵생활, 비밀의 숲, 라이브 등등) 사람들의 머릿속에 스며든다. 그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oo 씨는 어디서 일하나요?'라고 질문을 받으면 대답을 하기 전에 브레이크가 나도 모르게 걸린다. 우리 직렬(검찰직)에 대한 사람들의 이미지는 대부분 중간이 없기 때문이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호의적인 태도, 혹은 흔히들 말하는 '적폐'세력으로 생각하고 보이는 무조건적인 거부반응, 이렇게 두 가지다. 최근은 안타깝게도 후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과거의 업보, 그것이 미디어를 통해서 과장이 되었든 아니든 간에 그것을 현세대가 지고 가는 현실이 답답하고, 부담스러웠다. 한때, 이제는 조금 열기가 식었지만 '수사권 조정, 공수처' 등의 이슈가 터졌을 때는 '그냥 평범하게 남들처럼 회사 다녀요.'라고 둘러댄 날도 꽤나 된다.
또한 수사관이어도 사실 3년 차 이하라면, 검찰 조직 업무의 모든 것을 정확히 이해하고 설명하기에는 아직 미숙하여 업무를 하다가 간혹 특이한 민원이 들어오면 '이거 우리 부서 일이 아닌 거는 알겠는데, 도대체 이건 어디서 처리하는 업무지?'라고 생각하며 배치표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여러 부서에 전화를 돌리는 일이 있을 정도로 검찰청의 업무는 굉장히 다양하다. 심지어 필자도 책의 발행연도를 고려했을 때 91년 공채로 입사하신, 나에게는 대선배님이실 텐데, 이 분도 글 중간중간에 본인이 해본 적이 없다고 하는 업무가 있을 정도다. 즉, 30년을 이 조직에 몸담으셨더라도 해보지 않은 업무가 있을 정도다. 이것도 어느 정도 'oo 씨는 어디서 일하나요?'라는 질문에 답을 피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되었다. 대답을 하는 순간 법률상담사무소가 되어버린다.
그러다가 만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꽤나 도움이 됐다. 이제 3년 차인 나에게는 어렴풋하게 알고 있던 것들을 다져주는 복습서 같은 느낌이었다. 아마도 한 4~5년 차쯤 되는 수사관이라면 '뭐 이런 당연한 얘기를...' 하면서 넘길 수 있는 내용이다. 형사사건 관련 업무에 관심이 있으시거나, 지금 검찰직을 준비하는 면접 준비자~입사 1,2년 차 수사관들에게는 요긴하게 쓰일 책이라 생각한다. 정말 일선 검찰청에서 하는 거의 대부분의 업무를 학생들이 봐도 이해가 갈 정도로 쉽게 풀어놨다. 중간중간에 필자가 업무를 보면서 만난 여러 에피소드들도 읽는 재미가 있다.
이 책을 볼 때 주의 사항이 있다. 단점... 아니, 단점이라고 표현하기는 조금 그렇다. 그냥 이 책이 나온 그때와, 지금이 달라서 생기는 '차이'정도로 표현을 해야 맞을 것이다. 이것을 생각하면서 읽을 필요가 있다. 일단, 수사권 조정 후의 이야기가 없다. 특히 수사권 조정의 여파를 가장 강하게 맞은 사건과 업무 쪽은 업무가 거의 리빌딩 수준으로 재편됐다.(물론 큰 틀은 바뀌지 않았으니, 재미로 읽으시는 분들에게는 여전히 참고할 만하다.) 새로 생긴 업무와 제도들에 대한 언급이 없다. 또한, 승진 적체에 대한 이야기와 향후 충원 계획에 대한 예상도 언급되어 있는데, 이 또한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 필자가 말한 89~91공채가 퇴직하신 만큼의 인원이 이미 16~18 공채에 충원이 되었다. 19년 공채에서부터 인원 충원은 가파르게 적어졌고, 안타깝게도 후배 수사관들 사이에서는 이미 16공채 1차 승진자 이후에 '파티는 끝났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승진적체가 시작된 16공채들 중에는 동기인데도, 특별한 사유 없이 승진이 2년이나 차이나는 상황이 발생했다. 17공채와 18공채, 그리고 그 이후의 기수에서도 이 상황은 나아질 것 같지가 않아 보인다.
이런 면만 충분히 생각하고 본다면, 이 책은 굉장히 검찰수사관이 하는 일과 역할에 대하여 굉장히 자세하게 써져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만 읽어도 어지간한 수사관들의 출근부터 퇴근까지의 일상이 어떤지, 사건의 조사와 수사, 그리고 판결 뒤 집행까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알 수 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듯. 검찰수사관에 도전하고 있는 사람들, 검찰청에 좋든 싫든(대부분 싫겠지만) 방문할 예정인 사람들, 그리고 검찰수사관에 대해 궁금해하는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