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또 한 해가 지나가고 있다. 2020년, 그러니까 작년부터 어느 순간 새 직장에 적응해야 한다는 핑계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던 내 모습이 눈에 들어와 '진짜 다른 거는 몰라도, 이거는 올해 안에 하자.' 리스트를 만들기 시작했고,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 그런 거를 써놓으면, 이게 계약서처럼 어느 정도 압박감을 주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책에서만 봤지 실제로 체감을 한 것이 작년이어서 올해도 그런 거를 만들었고, 이제 올해의 연말정산과 22년을 어떻게 살 지 한번 써보고, 이번에는 강제력을 높이기 위해 공개글로 전환하려 한다.
이거는 어느 정도 이루었다. 아니, 업무 공부를 하다 보니 강제로 '이루어졌다.' 역시 사람은 목이 말라야 우물을 파는 듯하다. 다만, 이게 시험을 패스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부를 하다보니 딱, 커트라인 위로 10~20점만 더 나오도록 공부를 하게 됐으니 아직 '마스터' 했다는 말을 하기는 조금 어려워 보인다. 어차피 길게 보던 프로젝트이고, 업무상 계속 공부를 하여야 하니 내년에는 비중을 줄이되, 놓지만 않아야 할 것 같다.
이거는 역시나 우려했던 대로 여름이 문제였다. 늘, 잘 나가다가 열이 많은 체질 때문에 여름에 늘 지쳐서 운동을 놓았다. 이렇게 얘기하면, 모든 일에 핑계를 댈 수밖에 없는지라, 부끄러울 따름이다. '과외를 못해서 대학을 못 들어갔다.', '컨디션이 안 좋아서 시험을 망쳤다', '애초에 안 될 일이었다'... 안타깝게도 모든 사람이 같은 환경, 같은 무기로 세상을 사는 것은 아니기에, 아마도 핑계를 대기 시작하면 똑같은 상황이 왔을 때 똑같이 포기를 하지 않을까 싶다. 여름을 해결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점점 20대 때와 다른 체력을 생각했을 때 이건 생각보다 심각하게 문제 삼아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망한 목표가 있는가 하면, 다행히도 나름 뿌듯한 성과를 낸 항목도 있다. 올해만큼은 제발 수험서에서 벗어나서 수험서 이외의 책을 좀 읽어보자 싶었는데, 생각보다 얻은 것이 많은 목표였다. 특히 많이들 쓰는 '소모임' 어플 덕을 좀 많이 본 항목이다. 5월까지는 혼자 책을 보고 리뷰를 남기거나 했는데, (Feat. 브런치에 현재 쓰고 있는 1년 24권 프로젝트 메거진), 5월 즈음에 마침 사는 동네에 괜찮아 보이는 소모임이 있어서 나가게 되었다.
그 후 책을 읽는 것에 무언의 강제력이 생겼다. 책을 설명하고 소개하기 위해서 책을 대충 보는 것이 아니라 깊게 읽게 되었다. 남이 가져오는 책들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내가 진짜 찾고 있는 종류의 책을 남이 가지고 있을 때는 재미를 넘어서 어떤 짜릿함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책이라는 공통점으로 엮인 여러 연령대와 여러 분야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주는 시너지는 좁은 공무원 사회에 있는 사람에게는 정말 필요한 요소라고 해가 갈수록 강하게 체감하는 중이었는데, 그걸 해소해주는 무언가를 찾은 느낌이었다. 내 생각에는 올해 아마 내가 한 일 중에 제일 잘한 것은 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싶다.
3번을 하게 된 진짜 이유는 내가 쓰는 글의 수준을 높여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사실 글이라고는 초등학교 때 억지로 꾸역꾸역 쓰던 일기가 전부였다.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쉴 만큼 쉬다 더는 노는 것도 지겹던 어느 날, 이 브런치라는 것이 다음 화면에 떴고, 놀면 뭐하냐 싶던 나는 가장 어두웠던 시절인 2018년을 정리하고 기억하고 기록하자는 의미로 브런치에서 메거진을 하나 시작했다. (그때는 이 브런치가 베타 버전이었던 시절이라, 솔직히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 그렇게 내가 써놓고도 내가 잊고 있던 그 글들(Feat. 도시 촌놈의 공무원 독학기)이, 2019년 우연찮게 공시생이면 한번은 꼭 들어봤을 법한 꽤나 큰 공무원 학원 직원의 눈에 들어가면서 이 이야기는 갑자기 힘이 생겼고, 나는 꽤나 괜찮은 보람을 느꼈다.
꾸준히 글을 쓰고, 간혹 수익은 없지만 매년 기분 좋은 제의를 꼭 1건씩은 받기도 했다. 통영에 있을 때는 통영시로부터 고마운 제안이 왔었지만, 아쉽게도 내가 통영을 떠나야 했기에 거절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2년이 지나고 올해, '생각보다 글을 쓰는 거가 힘든 작업인데... 물론 어떤 일의 가치를 정하는 기준이 돈밖에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공무원이 겸직 가능한 몇 안 되는 통로가 글이던데... 퀄리티를 높이고 양을 늘리면 뭐가 돼도 되지 않을까?' 하다가 올해 처음으로 공무원 연금공단에서 주최하는 '공무원 문예대전'이라는 것에 글을 냈다. 처음으로 20만 원, 동상(그렇다, 세상에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지천에 널렸다.)으로 가장 아래지만, 그래도 1400편가량의 글 중에 36작품이면, 액수는 그렇다 쳐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하며 만족스러워 했다. 세어보니 어쨌든 글도 16편->25편으로 9편 가량 양이 늘기도 했다. 나름 이 정도면 O를 줘도 되지 않을까 싶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아예 손도 못 댔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3번과 4번을 너무 열심히 한 나머지 이 부분은 써놓고도 신경을 전혀 못 쓰고 있었다. 여전히 나는 회사에서 맨날 쓰는 기능만 알고 있을 뿐, 이 엑셀이라는 좋은 기능이 많은 프로그램을 제대로 못 쓰고 있다. (생각보다 그리고 내가 총무과나 통계를 빡세게 내야 하는 곳으로 업무 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이거보다는 더 급한 공부를 햐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기타 역시 어쭙잖은... 아예 못하는 건 아닌 거 같은데, 잘하는 것은 더더욱 아닌 실력을 유지 중이다. 그래도 하루에 30분 정도는 무조건 하겠지 했던 마음은 어디에 가고, 겨우겨우 목표한 1곡만 제대로 연주가 가능한 현상유지 상태에 답보 중이다. logic X를 갖고 노는데 정신이 팔린 탓이다. daw프로그램 조작도 결국 녹음을 하려면 필요한 것이지만, 너무 심취해 버렸다.
공인중개사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미래를 위한 투자로 영어 말고 뭐가 있지 싶다가, 결국 내가 지금 딛고 서 있는 직무 관련 자격증을 하나씩 하나씩 쌓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동산 공부를 하겠다는 마음이 아니다. 사실 과목만 봐도 이 자격증으로 땅 보는 안목을 기르기는 힘들다.)
그 첫 번째 프로젝트,
공인중개사 시험을 시작한다. 목표는 합격이고, 불가능하다면 1차만이라도 완벽하게 패스하는 것이다.
여름 징크스가 있으니 꼭 이번에는 최대한 빨리 몰아쳐서 끝내자, 목표 점수는 전성기 980-50점=930점으로
올여름은 과연....? 이제는 정말로 해야 하는 것이, 1번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게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체력의 한계를 매우 심하게 느끼는 중이다.
이건 그냥 평생 갖고 가야 할 습관 같다.
전체적으로 재작년, 작년은 '하고 싶은 것'을 했다면, 2년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봤으니,
내년은 '해야 할 것'들을 해보는 한 해를 보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