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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Chive Jan 08. 2022

법과 정치로 시작하여, 경제 퇴출까지...

08학번이 보는 사탐영역 경제의 제외에 대하여…

    나는 08학번이다. 사회탐구영역 중 근현대사, 법과 사회, 정치, 국사 이 4과목을 보고 대학에 들어갔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략 10년이 지나고, 2018년 공무원 시험을 보면서 그 두 과목이 법과 정치, 지금의 '정치와 법'이라는 1과목으로 바뀌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뭔가 마음이 복잡했다. 안다. 교과서 속의 법, 교과서 속의 정치가 워낙 이론적인 부분들만 많고, 그것을 안다고 하여 우리의 삶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심지어 교과서의 특성상 개정이 느리기 때문에 지금의 현실에 이게 맞나 싶은 부분도 간혹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다보니 이 과목들의 중요성이 너무나도 뼈저리게 느껴졌다. 다른 사회탐구 영역을 경시하자는 소리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사회탐구영역에서 우리들이 가장 많이 봤고, 지금도 많은 수험생들이 보고 있는 윤리조합(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지리조합(한국지리, 세계지리) 과목들이 졸업 후 우리 실생활에서 준 도움, 그리고 법 과목과 정치과목이 우리 실생활에서 준 도움 이렇게 두 개를 비교해보면 어느 쪽이 더 클까? 당장에 뉴스만 봐도 그 답은 나오는 듯하다. 


    공무원 수험생의 입장에서는 과목 하나 줄어들었고 심화적으로 묻는 질문이 안 나온다니까 좋은 게 좋은 거지 싶었다. 어찌됐든 나 역시도 그 수혜를 받은 사람이다. 공무원 시험 법과 정치 부분은 거의 공부를 안하다시피 하고 봐도 점수가 잘 나왔다. 사회인이 된 이제야 생각해보니 이것은 생각보다 큰 문제인듯하다. 두 과목이 한 과목으로 합쳐지면서 각 과목에 대한 교육내용은 많이 줄었다. 다만, 아는 것의 깊이 또한 같이 얕아졌다. 이것은 사회를 보는 눈의 깊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이제 막 올해 수능을 치게 된 나이 차이 많은 사촌동생과 뉴스를 보는데 그 친구가 이런 얘기를 했다. 재미도 없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라고. 이 친구가 공부를 못하는 친구는 아니다. 대한민국 평균 고3이다. 다만 배우지 않았을 뿐. 


    '요즘 것들은...'이라는 꼰대 마인드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나 역시 10대 때 당연히 뉴스를 보면 채널을 돌렸다. 세상에 재미있는 것이 뉴스 말고 얼마나 많은데 뉴스를 보고 있을 시간이 있었을까? 그 1시간에 스타크래프트 2판은 더 할 수 있었고, 디아블로 카우방 한 바퀴를 더 돌았을 거다. 뉴스는 원래 재미가 없는 프로그램이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뉴스를 보는 10대 때의 나와 사촌동생의 태도 차이다. 우리는 전부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내용이 '재미가 없어서' 채널을 돌렸고, 지금의 10대는 본인이 관심을 갖지 않는 한 정규교육만으로 뉴스를 보기 '어려워서' 채널을 돌린다. 뉴스를 보더라도 요즘 대선같이 자극적인 뉴스가 아니면 사실 채널을 돌리기는커녕 처음부터 뉴스를 안 본다. 이 사실이 사실 좀 많이 무섭다. 


    2028년 수능부터는 이렇게 벼랑 끝까지 뒷걸음치던 실용적 과목들을, 아예 벼랑 끝에서 밀어버려 없애겠다는 발표가 나왔다. 기사에서는 경제 과목만 다뤘지만 이런 식으로 퇴출되는 과목에는 '정치와 법' 과목도  들어간다. 법과 정치에 이어 이제는 경제까지.... 뒷맛이 많이 씁쓸해지는 기사였다.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21/10/962972/


    이 결정이 나온 이유는 대한민국 문과생이라면, 기사를 보지 않아도 5초 만에 이렇게 된 이유를 알 수 있다. 일단, 두 과목 모두 개념을 잡기가 힘들다. 생소한 용어도 다른 과목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심지어 경제의 경우, 문과생들이 싫어하다 못해 거의 '혐오'하는 계산문제가 도처에 깔려있다. 논리적인 사고를 요하는 문제보다 차라리 들입다 외우는 식의 학습이 차라리 편한 문과생들에게는 버겁다. 더군다나 사탐은 수능 마지막 시간이다. 안 그래도 피로가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제한시간 내에 또 버거운 무언가를 하라는 것은 이들에게 너무 가혹한 처사다. (물론, 그 시간에 물리를 푸는 이과생들은 코웃음을 치겠지만, 문과생 입장에서는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선택자 수는 줄어들었고, 그에 따라 이 과목을 가르치는 학교도 줄었고 현장에서 법과 정치, 경제를 가르치는 것은 너무나 어려워졌을 것이다. 우리 세대도 법과 정치 가르치는 반이 13개 반 중에서 2반이었으니까. 한마디로 이 과목들 자체가 흔히 '덕후'들이 아니면 들어오지 않는 비인기 과목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과목의 문제가 아니라 교과서부터 시작한 교육설계, 교육정책의 문제이다. 그러니 지금 필요한 것은 무턱대고 과목을 없애기보다는 교과서부터 시작하여 과목 교육과정의 전면적인 개편이 아닐까 싶다. 앞서 말했듯이, 법과 정치도 그렇지만, 경제는 특히나 경제학 위주로 교과 설계가 되어있어 정작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몇 년 전부터 금융문맹이 심각하다고 말하면서 금융문맹을 만드는 지금 이 발표, 초등학생도 '따상'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지만 정작 주식에 대해서는 모르는 세대를 만들 것이고 헌법을 모르는 세대를 만들 것이다. 과목을 현행 그대로 살려내서 수험생들에게 고통을 주자는 소리는 아니다. 나도 경제공부하면서 머리 쥐어뜯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근데 적어도 난 나의 아이들이 공급곡선/수요곡선이 뭔지 알고, 헌법 37조 정도는 알고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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